"거기 없었다면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됐을 것"
산부인과 폭격 등 러 잔혹행위 정황 세계에 알려
"입막음·사실왜곡 하려는 러 무장괴한에 추적당해"
므스티슬라프 체르노프 AP통신 기자 |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마리우폴에서 나오는 사진이나 영상이 없었다면 파괴된 병원과 죽어가는 아이들 소식도 없었을 것이다. 러시아군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하고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나갔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최근까지 남아 참상을 알리던 AP통신 영상 취재기자의 취재기가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지에 실렸다.
그는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시설 공격을 전했다. 특히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과 대피하는 산모의 모습 등을 찍으며 참상을 전했다.
그의 취재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자란 AP통신의 영상 취재기자 므스티슬라프 체르노프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AP통신 사진 취재기자 에브제니이 말로레트카와 러시아의 침공이 막 시작한 지난달 24일 새벽 3시 30분 우크라이나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도착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파괴된 도시와 죽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 세상에 알렸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사진기자 에브제니이 말로레트카가 러시아군 공습으로 연기가 피오오르는 산부인과 병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이 장면은 므스티슬라프 체르노프 기자가 촬영했다. [마리우폴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두 사람은 전쟁 초기엔 한 쇼핑몰에서 인터넷 신호를 잡을 수 있었고 이곳에서 하루에 한 번 사진과 영상을 외부로 전달했다.
하지만 지난 3일 인터넷 신호가 사라졌고 이후 며칠간은 위성 전화가 터지는 곳을 찾아 사진과 영상을 전달했다. 이후에는 마리우폴 경찰서에서 배터리 충전과 인터넷 사용을 할 수 있었다.
3월 9일. 러시아의 공습이 이어졌고 두 사람은 산부인과 병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봤다. 이들은 병원으로 갔고 응급구조원들이 피투성이의 임신부를 들것에 실어 대피시키는 것을 촬영했다.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가 황급히 대피하는 모습도 세상에 알렸다.
3월 11일. AP통신 편집장은 두 사람에게 이 임신부를 찾아 존재를 확인해 달라고 주문했다.
체르노프 기자는 "나는 이 영상이 러시아 정부의 반응을 불러일으킬 만큼 매우 강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찍었던 임신부를 찾았다. 이 중 들것에 실려 갔던 여성은 아이와 함께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 황급히 피신하던 임신부는 아이를 낳은 것을 확인했고, 이들은 산모와 아이를 촬영해 자신들의 사진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가짜라더니"…러군 폭격에 부상 뒤 출산한 우크라 산모 |
3월 15일. 이들은 한 병원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때 무장한 괴한들이 복도에서 두 사람을 따라오는 것을 알았다. 병원 의사는 이들에게 수술복을 입어 위장하도록 했다.
잠시 후 우크라이나군 완장을 찬 군인들이 나타났고 두 사람을 찾았다. 군인들은 재빨리 두 사람을 장갑차에 태웠다. 차가 달리는 내내 포격이 이어졌다.
두 사람을 지하실로 대피시킨 군인은 이들에게 "러시아군이 당신들을 잡으면 두 사람을 카메라 앞에 세운 뒤 지금까지 찍은 영상과 사진이 모두 거짓이라고 말하게 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당신들이 한 모든 노력은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두 사람은 차를 타고 마리우폴에서 빠져나왔다. 체르노프 기자는 자신들이 마리우폴에 남았던 마지막 기자였으며 지금은 아무 기자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없었다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됐을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가 본 것을 세상에 내보냈고, 이에 화가 난 러시아군은 우리를 쫓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떠난 이후 러시아는 수백명의 민간인이 대피했던 극장과 학교를 공격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러군 포격에 파괴된 우크라 마리우폴 아파트 |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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