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위한 우크라 투쟁의 국제적 상징”
백범의 ‘나의 소원’ 인용 땐 감동 증폭될 듯
미국의 ‘타임’, 독일의 ‘슈피겔’, 프랑스의 ‘르포앵’ 등 서방 유력 매체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표지인물로 내세운 모습.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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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세계 주요국 의회에서의 화상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에 러시아 침략의 부당성을 알리는 가운데 한국 국회 연설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리 국회의원들과 화상으로 만나면 이번 전쟁과 한국이 겪은 6·25전쟁의 유사성, 3·1운동 등을 통해 표출된 한국의 독립 정신, 그리고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한류 등이 연설 내용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19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한국 국회를 상대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현재 (국회 화상 연설)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를 위한 우크라 투쟁의 국제적 상징”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요국 의회 화상 연설은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을 시작으로 캐나다, 미국, 독일 등으로 이어졌다. 오는 23일에는 일본 국회에서의 화상 연설이 예정돼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의회 연설에선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 총리가 대국민 연설에서 ‘나치 독일을 반드시 무찌르겠다’는 취지로 한 언급을 그대로 인용해 영국인들의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미국 의회 연설에선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공습과 2001년 9·11 테러의 교훈을 상기시키며 ‘요즘 우크라이나 국민에겐 매일이 9·11’이란 말로 전폭적인 도움을 호소했다. 독일 의회 연설에선 과거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베를린 장벽 앞에서 행한 연설을 이용해 “숄츠 총리, 이 장벽을 당장 허무시오”라고 외쳤다. 올라프 숄츠 내각이 개전 직후만 해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 태도를 취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외신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을 “일방적 지원 호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가 외세에 당한 침략과 중요한 사건으로 인해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맞춤형 연설’로 각국 여론을 설득해 나가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당장 미국의 ‘타임’, 독일의 ‘슈피겔’, 프랑스의 ‘르포앵’ 등 서방 유력 매체들이 앞다퉈 젤렌스키 대통령을 표지인물로 삼았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자유를 위한 우크라이나 투쟁의 국제적 상징”이라고 불렀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의회에서 의원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화상 연설을 경청하는 모습. 워싱턴=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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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의 ‘나의 소원’ 인용 땐 감동 증폭될 듯
만약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 국회에서 화상 연설을 하면 어떤 내용을 집어넣을까. 이와 관련해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가 지난 1일 발표한 삼일절 메시지가 주목된다. 당시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1919년 3월 1일 독립을 위해 용감하게 떨쳐 일어났던 한국인들의 힘과 정신에 우리 우크라이나인들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니아는 자유를 위한 투쟁(fight for freedom)이 무슨 의미인지 너무나 잘 안다”고 덧붙였다.
1950년 북한의 6·25 기습남침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교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유엔 등 국제사회 도움으로 어려움을 이겨낸 한국이 이제 도움이 필요한 이웃나라에 손을 내밀어야 할 때라고 응원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연설을 듣는 나라 국민들이 존경하는 인물의 발언을 인용하길 좋아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을 인용할 가능성도 있다. “여러분이 저의 소원을 묻는다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나의 소원은 우리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오’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연설하는 경우 감동이 증폭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는 비교적 일찍 한류가 퍼져 국민들 사이에 한국 문화의 인기가 높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역시 백범의 글을 인용해 “한국인처럼 저도 우크라이나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며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말하면 한국인들한테 큰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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