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일부, 러·우크라에 밀 50∼100% 기대기도
선진국보다 큰 고통…"식량부족·물가상승 악영향 무시못해"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 루한스크(루간스크) 지역의 밀밭 전경 |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세계의 곡물 창고라 불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전 세계적 식량난이 불거져 빈국의 고통이 커질 것이라는 유엔 산하 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16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두 국가간 전쟁으로 아프리카의 빈국과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식량 사정이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020년 기준으로 세계 곡물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해바라기유와 종자 53%, 밀 27%, 보리 23%, 옥수수 14%에 달한다.
이들 두 국가에 대한 의존도는 선진국보다 저소득국이 눈에 띄게 높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UNCTAD는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이 두 국가에 농작물에 크게 매달리고 있다며 이들 국가를 위험군으로 꼽았다.
아프리카가 2018∼2020년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 밀은 각각 37억달러(약 4조5천억원), 14억달러(약 1조7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에 아프리카가 사들여온 전체 밀의 32%, 12%에 달한다.
지난 4일 기준으로 두 국가에서 들여오는 밀의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는 곳은 아프리카에서 25개국에 달했다.
이 가운데 15개 국가에서는 그 비중이 50%를 넘을 만큼 수입 차질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말리아와 베냉은 아예 밀의 100%를 두 국가에서 수입하며, 이집트도 80%를 넘겼다.
주로 동북 아프리카에 있는 이들 국가는 역내 밀 생산량이 적고 수송 인프라도 부족한데다 저장 역량도 떨어져, 두 국가 공급분을 지역 내에서 대체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UNCTAD는 지적했다.
이어 이런 사정이 비료와 연료값이 급등한 국제 경제 현황과 맞물려 일부 지역에서는 다가오는 농사철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식량 안보 위기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보고서에는 이런 빈국뿐 아니라 터키, 중국, 인도를 비롯해 일부 부국의 식량 사정도 악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2020년 기준 두 국가에서 밀, 옥수수, 보리, 유채 종자, 해바라기유·종자의 전체 수입 비중이 터키 25%, 중국도 23%나 됐다.
한국도 3.1%를 기록하며 집계된 국가 중 독일에 이어 11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식량 외 연료값 상승도 전쟁으로 인한 또 다른 악재로 봤다.
UNCTAD는 러시아가 세계에서 두 번째 규모의 원유 수출국이라며 매일 500만 배럴가량을 각국에 공급했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 제재를 부과하는 등 러시아를 향한 서방 제재가 강화하는 가운데 수급 차질 우려가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계속 치솟았다.
UNCTAD는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취약해진 국제 경제와 개발도상국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전쟁으로 인한) 물가상승에 따른 경기침체, 식량부족, 민중 소요 위험을 과소평가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밀을 수입하는 아프리카 국가들 |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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