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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몰카범 잡는데 몸 날린 쿠친 “당연히 도와줄 일 했을 뿐” 조용히 자리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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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범 검거에 큰 공을 세운 쿠팡 배달 기사 선행담 온라인 커뮤니티서 소개돼

세계일보

강한승 쿠팡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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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한 상가 건물에서 몰래카메라(이하 '몰카)를 가지고 불법 촬영을 하다 발각, 도망가는 남성을 쿠팡 배달 기사 '쿠친'이 잡은 사연이 전해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18일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몰카범을 제압해주신 쿠팡 기사님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공개됐다.

해당 게시글 작성자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쯤 한 상가 건물 왁싱숍에서 남성 A씨가 손님으로 가장해 불법 촬영을 하다가 직원 B씨에게 발각됐다.

B씨는 A씨가 들고 있는 촬영용 보조배터리를 빼앗은 뒤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자 A씨는 직원 B씨 목을 조르고 넘어뜨린 후 명치 윗부분을 발로 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B씨는 벽에 머리를 박고 넘어지면서 손에 들고 있던 보조배터리를 놓쳤고, A씨는 자신의 불법 촬영 증거인 보조배터리를 들고 도주했다.

B씨는 가게 밖으로 뛰쳐나가 "살려달라"며 도움을 청했다. 이때 근처에 있던 쿠팡 기사 쿠친이 B씨의 비명을 듣고 도망가던 A씨를 제압했다.

이에 A씨는 쿠팡 기사의 멱살을 잡고 폭행을 가했다. B씨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이 모습을 촬영하면서 "증거를 찍고 있으니 기사님을 폭행하지 마라"고 소리쳤다.

쿠팡 기사는 B씨에게 다친 곳은 없는지 묻고 "꼭 잡고 있을 테니 안심하고 경찰 올 때까지 안전한 곳으로 피해 있으라"며 경찰이 올 때까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후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장에서 체포해 촬영용 보조배터리와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B씨는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쿠팡 기사의 연락처를 물었으나 쿠팡 기사는 "당연히 도와줄 일을 했다"며 조용히 자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친구라고 밝힌 작성자는 "쿠팡 고객센터에 전화했지만 같은 지역 같은 건물이어도 기사님이 한두 명이 아니라 찾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하지만 이렇게 도움을 받은 이상 꼭 이 분을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해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게시글은 커뮤니티에서 200개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사건에 큰 도움을 준 쿠친에 대한 감사 표현과 불법 촬영 범죄 근절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커뮤니티의 익명 댓글창에는 “바로 몸이 나가서 행동하는 거 쉬운 일이 아닌데 기사님 진짜 멋지고 대단하시다” “기사님 제발 나오셔서 표창 받고 인터뷰도 해주시고 널리널리 알려주세요” “너무 혐오감 드는 세상인데 와중에 기사님 같은 분들 덕에 희망을 갖고 산다” 등의 의견이 달렸다.

한편, 강한승 쿠팡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SNS에 직접 글을 올렸다.

강 대표는 페이스북에 "훌륭한 일을 해주신 쿠팡친구분께 경의를 표한다"며 "많은 분들이 의견주신 것처럼 반드시 포상하고 격려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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