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 우려속 국방부·합참 연쇄 이동할듯…서울·과천청사 분리입주 등 거론
경호 등 장점·교통문제 난제…'안보영향 면밀한 검토 선행돼야' 주장도
윤 당선인, 국방청사를 집무실로 검토 |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정빛나 기자 =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후 집무실 후보지로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군 내부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 이행 차원이니 이해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청와대가 용산으로 옮기면 '안보 심장부'로 통하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쪼개기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17일 복수의 군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현재 윤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최종 발표에 촉각을 세우며 내부적으로 여러 후속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취임일(5월 10일)까지 채 두 달도 남지 않아 이사를 해야 한다면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윤 당선인 측에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따른 장단점 등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방부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방안이 거론된 이후 공개적으로 언급을 일절 삼가고 있다.
전체 면적이 약 27.6만㎡ 정도로 알려진 국방부 영내는 10층 규모인 국방부 본관(신청사) 및 합참 건물을 중심으로 국방조사본부, 시설본부,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군사법원, 검찰단 등 직할부대들이 사용하는 건물이 산재해 있다.
이 공간에서 약 4천여 명 이상의 장병, 공무원, 군무원이 생활하고 있다.
부지의 절대적 면적은 넓은 게 사실이지만, 여러 군 시설과 부대가 밀집해 있어 지금도 공실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 확정될 경우 경호 문제를 고려할 때 국방부 신청사 전체가 집무실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군 안팎에선 이달 중 국방부가 건물을 비우고 다음 달에는 리모델링 작업이 진행되리라는 말이 나온다.
장·차관실과 정책실, 기획조정실 등 핵심 부서는 옆에 있는 합참 건물로 옮기고 나머지 실무 부서는 사정에 따라 국방부 영내의 별관(구청사)과 정부서울청사, 후암동 옛 방사청 부지 등으로 분산 배치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영내에 있는 사이버사령부 등 국방부 직할부대 일부는 정부 과천청사로, 과천청사에 있는 방위사업청은 대전으로 각각 이동하리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국방부와 그 직할부대의 연쇄 이전으로 합참 역시 일부 부서가 분산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광화문 대통령'을 공약했던 윤 당선인 측에서 용산을 후보지로 검토하게 된 건 경호·보안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본관·별관과 비교하면 국방부는 군사시설로 경호 기반을 갖춘 게 사실이다.
또 영내에 미군과 함께 쓰는 헬기장도 있어 대통령 이동 시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헬기장은 미군이 관리하는 부지여서 현재로선 이착륙 시 미군 항공통제관의 승인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주변에 고층 주상복합 등이 있긴 하지만, 광화문보다는 상대적으로 경호가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가 쓰는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옮기는 비용보다 국방부로 옮기는 예산이 적게 든다는 점도 고려 사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부와 합참이 국가안보의 근간이다 보니 행여 이전에 따라 준비태세에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특히 북한이 올해 들어 전례 없이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발사와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보여 어느 때보다 철저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에 '이사' 문제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국민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합참 청사 |
국방부 안팎에선 '용산 이전안'이 갑자기 부상했다는 점에서 국방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그렇다고 상명하복의 조직 특성상 반대도 못 하는 답답함을 토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군사시설 내 대통령 집무실'이 주는 대외적인 이미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군 조직의 특수성과 문민 권력의 정당성이 모두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광화문보다야 낫다지만, 용산도 유동 인구가 상당해 경호 통제 여파로 인한 교통혼잡 등 시민 불편도 예상된다.
국방부와 합참이 군사시설로, 복잡하고 촘촘한 보안망을 요구하므로 급하게 추진하면 보안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있다.
실제로 용산 주변의 고층 주상복합 건물에서는 국방부 앞 헬기장이나 현관 앞까지도 마음만 먹으면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수준이다.
용산의 한 고층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은 "우리 집 창에서도 국방부 쪽을 보면 헬기가 뜨고 내리는 게 다 보인다"면서 "성능 좋은 망원경을 쓰면 출입자들까지도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인데 경호상 문제는 없을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성명에서 "국방부, 합참 및 국방부 직할부대 이전에 따라 직간접적인 예산이 1조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군사시설 재배치 및 군인, 군무원, 공무원들의 가족 이사 등 간접비용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문기관의 연구용역,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한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 즉각 철회하라!" |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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