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미얀마 인권보고서 공개
체포·구금 1만2500명 이상
최소 44만명 피란길 떠나
1400만명 긴급 지원 필요
유엔이 지난해 군사 쿠데타 이후 미얀마 인권 상황에 관한 첫 종합보고서를 내고 미얀마 군부가 반인도적 전쟁 범죄를 자행했음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얀마 군부가 최소 1600명을 살해하고 1만2500명 이상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15일(현지시간)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2021년 2월1일 이후 미얀마 인권 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공개하고 “군부가 미얀마인들의 생명을 노골적으로 경시했다”며 국제사회가 폭력의 소용돌이를 막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호소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2월1일 쿠데타 이후 전투기와 중화기를 이용해 인구 밀집 지역을 폭격하고 민간인들을 고의로 겨냥해 공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인들이 전기고문을 당하거나 인간 방패로 이용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중부 사가잉 지역에서는 군부의 습격으로 40명이 사망했는데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손과 발이 묶인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카야주에서는 지난해 12월 군인들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40여명을 불태웠으며 그중 일부는 도망치다 붙잡혀 산 채로 불에 타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쿠데타 이후 군부에 의해 살해된 이들이 최소 1600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군부에 체포·구금된 인원도 1만25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면서 이들이 오랜 구금 상태에서 고문과 다른 여러 형태의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쿠데타 이후 최소 44만명이 피란을 떠났고 1400만명가량이 긴급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군부에 의해 대부분의 인도적 지원이 차단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실은 이번 보고서가 155명 이상의 피해자와 목격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으며, 이들의 진술은 위성사진과 신뢰할 수 있는 소식통 등에 의해 입증된 것이라고 밝혔다.
라비나 샴다사니 대변인은 “계획되고 조직화하고 체계적인 공격임을 보여주는 지난 1년간의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는 전쟁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미얀마 국민이 겪고 있는 끔찍한 국제법 위반 상황은 단호하고 결연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과 권리, 생계를 빼앗기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의미 있는 행동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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