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뇌물·횡령' MB, 13년 이상 형기 남겨
尹측 "국민통합 기대"…국힘 의원들도 결단 촉구
'치유·통합' 필요성 언급한 文, 입장선회 관심
尹측 "국민통합 기대"…국힘 의원들도 결단 촉구
'치유·통합' 필요성 언급한 文, 입장선회 관심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방인권 기자) |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당선 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 특별사면을 건의할 예정이다. 대선 이후 ‘통합’ 필요성을 언급했던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5일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에게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왔다”며 “이번 만남을 계기로 국민 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실소유한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자금 246억여원을 횡령하고, 다스 미국 소송비를 포함해 94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이 확정됐다. 지금까지 3년 3개월가량 복역한 이 전 대통령은 여전히 잔여형량이 13년 이상 남은 상황이다.
2017~2018년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과 서울중앙지검장 근무 시절 각각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윤 당선인은 정치권 입성 후 지속적으로 두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 추진 의사를 드러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미래를 위해 국민 통합이 필요하고, 국민 통합에 필요하면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두 전직 대통령이 댁에 돌아가실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YS, DJ 당선 후 ‘국민통합’ 이유 전두환·노태우 사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을 하루 앞둔 15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다. 이명박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으로 윤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권성동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며 더 연세가 많고 형량은 낮은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은 건 정치보복”이라며 “문 대통령이 퇴임 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과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군부 반란 혐의 등으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았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례가 유일하다. 첫 문민정부 대통령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한 김대중 당시 당선인과 협의해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관심은 사면권을 가진 당사자인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윤 당선인 측의 입장이 나온 후 기자들과 만나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제가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뉴시스) |
그동안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과 관련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선 두 전직 대통령의 형이 확정된 직후고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면 필요성을 언급한 직후였지만 문 대통령이 이를 일축한 것이다.
이후 같은 해 4월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만찬에선 사면 요청을 거부하면서도 ‘국민 공감대’와 ‘국민 통합’이 전제될 경우 특별사면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MB·朴 다르다’던 여당도 기류 변화
국민의힘의 계속된 요구에 응하지 않던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전격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만 특별사면을 결정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제외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와 관련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히면서도 이 전 대통령 제외 사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그 사안의 내용이 다르다”며 “그러한 부분도 고려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당시 국민의힘 내 친이명박계 정치인들은 “야당 갈라치기”라며 거세게 반발했지만 청와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여권에선 이와 관련해 두 전직 대통령의 구체적 혐의에서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비선실세였던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에게 뇌물을 전달하게 한 제3자 뇌물수수 인정됐지만,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직접 뇌물을 수수한 당사자라는 점이 법원 판결로 인정됐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목소리가 여당 내부에서도 흘러나온다. 대선을 통해 우리 사회의 극명한 분열 양상이 드러난 만큼 국민통합 차원에서 문 대통령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도 대선 후 첫 메시지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치유·통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이 되실 분이 같이 뜻을 맞춰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하면 좋은 모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 사면 문제를 풀어내시고 퇴임하시는 것이 보기도 좋고, 또 다음 대통령한테 미룰 일도 아닌 것 같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