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아리아 주타누간. [영화 티샷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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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끝난 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는 세계 랭킹 상위권의 엘리트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다. 참가한 태국 선수는 10명으로 한국 선수(9명)보다 많았다.
태국에서 열린 대회라 자국 선수 초청이 있다고는 해도 한국을 넘어선 건 큰 변화다. 태국은 LPGA 투어에서 최고 자리를 지켰던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주타누간 자매에 이어 아타야 티티쿨, 패티 타바타나킷 등이 등장했다.
‘태국의 박세리’ 아리야 주타누간과 그의 언니 모리야 주타누간 자매의 성장을 다룬 태국 영화 ‘티샷’ (원제 Making two sisters, 2019)이 넷플릭스에 나왔다. 영화를 통해 태국 골프계의 한국에 대한 인식, 급성장의 배경도 유추할 수 있다.
지난해 LPGA 팀 경기에서 우승한 주타누간 자매와 어머니. [E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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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 꼭 넘어야 할 높은 벽으로 여겨
영화는 딱 9년 전인 2013년 태국 빳따야에서 열렸던 LPGA 혼다 타일랜드 최종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시작한다.
2타 차 선두를 달리던 주타누간은 벙커에서 그린을 넘기고 더블보기 퍼트마저 넣지 못하면서 박인비에게 역전패했다. 처음 출전한 LPGA 대회에서 태국 선수의 첫 우승을 기록할 뻔했던 주타누간이 언니 모리야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롱테이크로 나온다.
주타누간이 아픔을 이겨내고 재기하는 게 영화의 큰 흐름이다. 극복할 대상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한국 선수, 또 하나는 아버지와의 불화다.
주타누간은 언니 모리야와 장난을 하다가 어깨 탈구로 병원 신세를 졌다. 그동안 한국의 새로운 스타 크리스틴 리가 활약해 순식간에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당시 박인비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엎치락뒤치락 세계랭킹 1위를 주고받을 때인데 크리스틴 리는 이 둘을 합성한 가상의 인물로 보인다.
태국의 신예로 메이저대회 우승한 패티 타바타나킷.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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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타누간은 크리스틴에 대한 경쟁심으로 더 열심히 재활할 수 있었다. 주타누간이 러닝머신에서 뛸 때 경쟁자가 나오는 방송을 일부러 틀어 놓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러 번 크리스틴이 등장한다.
영화 속 골프 방송에서 “주타누간의 부상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크리스틴에게 묻는다.
크리스틴 리는 “동의할 수 없다. 저는 최선을 다했고 다른 사람 덕이 아닌 제 실력으로 올라왔다”고 했다. 주타누간은 병실 침대에서 긴 칼을 쥐듯 퍼터를 움켜쥔다.
영화의 마지막도 한국 선수다. 2016년 요코하마 클래식인데 가까스로 컷통과한 주타누간은 최종라운드에서 9연속 버디를 잡는 등 크리스틴 리를 쫓아가 마지막 홀에서 승리한다.
거친 골프 대디 문화도 한국서 배운 듯
영화는 첫 태국 선수의 LPGA 우승으로 태국의 국민 자긍심을 높였다고 한다. 1998년 US여자오픈의 박세리 정도는 아니겠지만 태국도 비슷한 길을 걷는다는 느낌이 든다.
아버지와의 갈등도 한국과 연관이 있을 것 같다. 주타누간 자매의 아버지 솜본은 새벽 4시 30분에 아이들을 깨워 무덤 50바퀴를 뛰게 했다. 자동차에 불을 켜고 칩샷을 연습하게 한다. 꼬마들에게 항상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게 했다.
LPGA 투어를 개척했던 한국의 강한 골프 대디들이 연상된다. 솜본은 태국 방콕 인근 골프장에서 한 때 프로샵을 운영했다고 알려졌다. 겨울 전지훈련을 간 한국 골퍼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수업을 받고,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학교 선생님에게 솜본은 “내가 아이들을 15년 동안 공부하게 해서 당신처럼 살게 할 것 같습니까. 공부 열심히 해서 졸업장 따고 일자리 구걸하고 살도록 할 것 같습니까”라고 받아친다.
영화 속 주타누간이 한국 선수에게 역전하는 장면. [영화 티샷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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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선 또 “골프는 매주 대회가 열려 매주 돈 벌 기회가 있다. 매 대회 10등 안에만 들어도 이 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대사도 나온다. 주타누간은 그렇게 됐다.
2013년 혼다 타일랜드 대역전패 후 주타누간은 아버지와 갈라선다. 아버지가 패배의 책임을 캐디에게 돌리고 해고하자, 주타누간은 “실제론 아버지의 간섭 때문에 졌다”라고 가시 돋친 말을 했다. 딸은 이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다가 결국 아버지와 화해한 후 첫 우승을 차지한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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