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관 30%’도 폐기…여성분과도 설치안해
공정 강조하지만 전문가 “공정 아닌 차별 강화”
민주당 쪽 “당선자 뜻대로 어려워” 갈등 시작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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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새 정부 조각 때 여성할당제를 적용하지 않고, 여성가족부도 폐지하겠다고 거듭 공언했다. 당장 대통령직 인수위 내에 여성 분과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인수위가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과 주요 인선까지 정한다는 점에서, 대선 때 제기된 ‘여성 배제 전면화’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여성 배제 정치의 구체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13일 오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자는 여가부 폐지 여부 질문에 “지금부터는 개별적으로 구체적인 불공정 사회라든지 범죄적 사안에 더 확실하게 대응하는 게 맞기 때문에, 지금은 (여가부가)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각 분야 최고의 경륜과 실력이 있는 사람을 모셔야지 자리 나눠먹기식으로 하는 것으로는 국민 통합이 안 된다고 본다”며 현 정부가 시도한 ‘여성장관 30% 기준’을 이어갈 뜻이 없음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때도 성별 다양성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내놓은 공약인데도 최종 목표로 삼았던 ‘남녀 동수내각’은 물론 ‘30% 기준’이 지켜진 시기조차 초대 내각(19명 중 6명, 31%)과 2020년(33.3%) 등 때때로였다.
윤 당선자가 강조하는 ‘능력’과 ‘공정’ 원칙대로라면, 공무원·대기업 시험 등에서 더 우수한 성적을 보여온 여성이 다수의 장관직을 차지할 법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실력의 기준은 새 정치 세력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윤 당선자는 여성할당제 반대 이유로 실망할 청년 세대를, 여가부 폐지 이유로 집합적 평등 대신 개별적 불공정 사례 대응·권리구제를 위한 정부 조직을 강조하고 있다.
윤 당선자의 인수위 운영안은 박근혜 정부 출범 때와도 비교된다. 당시의 9개 분과 가운데, ‘여성 영역’만 도드라지게 제외된 채 7개 분과로 인수위가 헤쳐모인 격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분과·할당 배제가 공정이 아닌 불공정을 증폭시키는 조처라고 지적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한겨레>에 “엄연히 차별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똑같은 룰을 적용하는 것은 공정이 아니라 오히려 차별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여성 할당은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다. 또 같은 전문성을 갖고 있더라도 여성으로서 살아온 삶이 남성과 다르기 때문에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여성 분과·할당을 배제하겠다는 건 다양성의 관점에서 정책을 만들 생각이 없다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한겨레>에 “성별 고려 없이 능력을 본다고 할 때 일반적으로 정치 영역에서 통용되는 건 남성 기준이기 때문에, 여성에겐 더 많은 능력이 요구된다. 여성할당제는 그런 남성성 기준을 해체하기 위한 조치여서 능력주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오히려 할당제를 더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가부 폐지 방침에 대해선 “여성계도 여가부가 영원히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폐지든 개편이든 그걸로 정부가 무엇을 달성하려는지가 중요한데 윤 당선자에게는 그 목표가 성평등 사회는 아니다”라며 “정부 역할은 개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가 대선 과정에서 비판을 무릅쓰고도 남성·보수의 결집을 위해 일관되게 유지한 발언을 보았을 때, ‘여가부 폐지’는 초기 정부의 국정의지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 폐지는 지난해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때의 후보 공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20~40대 여성의 표심과 정부조직법 개정 등의 의정 절차 때문에라도 상당의 갈등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앞선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가부 폐지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조직법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썼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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