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 국민연금 국내주식 투자비중 늘리지 않을 듯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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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다시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반짝 순매수로 돌아왔지만, 한 달 만에 다시 ‘팔자’로 돌아섰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2600선의 하락장인 가운데, 국내 증시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다시 매도세로 전환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정치권도 국민연금의 역할을 고심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매도세를 지속하면, 코스피 지수는 내려간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 ‘연못 속의 고래’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투데이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투자 비중확대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본부에 문의했다. 윤 당선인 측은 국내 주식투자 비중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3월 들어 3719억 원을 팔아치웠다. 지난 2월 193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반짝 매수세로 돌아섰지만, 국민연금은 2020년 5월 이후 매도 우위로 일관해왔다. 국민연금은 2020년 6월부터 2022년 1월까지 32조가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의 줄줄이 매도세에 개인 투자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연기금은 왜 계속 파는 걸까요”, “국민연금은 당장 국내 주식 매도를 중지하시기를 청원합니다”, “연기금의 국내주식 보유 비율을 높여 개미들의 눈물을 닦아 주십시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일부 투자자들은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와 일부 투자자들은 지난 3월 항의 시위를 벌였다. 2021년 6월 22일에는 SK케미칼 소액주주들이 국민연금 상대로 집중 매도 이유와 관련한 정보를 공개해 달라는 취지의 행정심판 청구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2018년 5개년 중기 자산 배분 계획에서 2021년 국내주식 보유 비율을 16.8%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목표치인 16.8%를 맞추기 위해서는 주식을 팔아야 했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분노하는 지점이 이 부분이다. 기계적인 목표치 설정과 더불어 국내주식 비중을 줄이면서 ‘국민연금이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21.2%에 달하던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2021년에는 17.5%로 잠정 집계됐다. 반면 해외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 2019년 22.6%, 2020년 23.1%, 2021년 27.0%로 해외주식 비중은 꾸준히 증가했다.
정의정 대표는 “우리 주식 시장은 저평가돼 있다”며 “국민연금 기금 운용위원들은 국내 주식 시장을 살리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충정로 사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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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자산 배분 원칙(리밸런싱) 때문에 국내주식을 기계적으로 매수ㆍ매도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1년 이후 코스피와 연기금 순매수의 관계’ 그래프를 보면, 국민연금은 코스피 지수가 내려갈 때 사고, 상승할 때 파는 ‘시장 역행적 투자자’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내 주식투자 비중이 작아질지 몰라도 국민연금 절대량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라며 “목표 비중은 작아져도 (주식을) 사들이는 양은 차이가 없다”가 반박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정점서부터 매도할 때 시장 충격 완화에 대해서도 스케줄링을 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데, 국민연금 주식이 정점에 달했을 때 국내 시장에서부터 팔면 시장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올해 목표 비중은 제시하지 않았다. ‘2022년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안’을 살펴보면 4가지 안만 내놨다.
한 전문가는 “작년에 동학개미가 반발하면서 오히려 투명하지 않은 운영이 된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수익을 내지 못했다면 비판할 수 있지만, 국민연금은 작년에 수익을 잘 냈다”고 말했다.
동학개미들의 반발에 정치권은 지난해 4월 연기금의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기존 ±2%에서 ±3%로 확대했다. 전략적 자산배분은 자산시장의 가격변동에 따라 자산보유 목표 비율의 일시적 이탈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단기적으로는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기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비중확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투데이가 윤 당선인의 정책본부에 문의한 결과,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비중확대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 측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확대는 기금의 수지 적자가 시작되면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국내주식 비중을 높이면 당장은 주가를 올릴 수 있더라도 수지 적자가 시작되면 국민연금은 더 많은 주식을 10여 년간 지속해서 팔아야 한다”며 “이는 주식 시장의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이난희 기자 (nancho090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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