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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내야에 '페이커' 떴다…드래프트 낙방→수베로의 남자 '깜짝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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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신인 이상혁이 12일 대구 삼성전 시범경기 첫 날 2루에서 호수비를 펼친 뒤 활짝 웃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OSEN=대구, 이상학 기자] 한화 내야에 새얼굴이 떴다. 세계적인 프로게이머 ‘페이커(Faker)’와 이름이 같은 신인 내야수 이상혁(21)이 시범경기 첫 날부터 날렵한 수비와 끈질긴 타격으로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이미 한화 선수단에서 페이커로 불리는 이상혁이 이름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상혁은 12일 대구 삼성전 시범경기 개막전에 4회 2루 대수비로 교체출장, 연이은 호수비로 눈길을 끌었다. 5회 수비 시프트로 유격수 자리에서 이원석의 땅볼 타구를 역모션으로 잡아 1루 송구로 아웃을 이끌어낸 이상혁은 김헌곤의 날카로운 라인드라이브를 점프 캐치로 건져내 이닝을 끝냈다. 6회에는 김지찬의 살짝 먹힌 땅볼 타구에 빠르게 대시, 날다람쥐처럼 경쾌한 러닝 스로로 1루 송구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타석에선 7회 3루 땅볼 아웃됐지만 8회 좌완 이재익과 7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다. 1-2 불리한 카운트에서 이재익의 낙차 큰 커브에 속지 않고 참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안타는 없었지만 그물망 수비와 끈질긴 선구안으로 덕아웃의 동료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경기 후 이상혁은 “연습경기 때는 약간 긴장됐는데 오늘은 오히려 긴장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기간 수비와 주루 쪽에서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집중해서 훈련했다. 실책이 없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고 시범경기 데뷔 소감을 말했다.

장안고-강릉영동대 출신 우투좌타 내야수 이상혁은 신인 드래프트 지명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대학리그에서 21경기 타율 3할5푼 20도루로 활약했으나 172cm, 64kg 작은 체구로 프로 팀들의 외면을 받았다. 드래프트 다음날 한화의 연락을 받고 육성선수로 어렵게 프로에 첫발을 내딛었지만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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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상혁. 2022.03.01 /OSEN DB


지난해 대전 마무리캠프 때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눈에 들어 일찌감치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된 것이다. 미지명 육성 신인으로는 이례적이다. 내야수 출신 수베로 감독은 발 빠르고 수비 좋은 선수를 선호하는데 이상혁이 딱 그 유형이다.

여권 배송 지연 문제로 1차 캠프에 합류하지 못한 수베로 감독은 훈련 영상을 전송받아 이상혁을 꾸준히 체크했다. 영상 통화도 하며 “많은 것을 보고 스펀지처럼 흡수하라”는 격려 메시지도 전했다. 이날 경기 전에도 수베로 감독은 이상혁과 맨투맨 수비 훈련으로 송구 자세를 잡아주기도 했다.

1차 거제 캠프부터 2차 대전 캠프를 거쳐 시범경기까지 1군에 살아남은 이상혁은 실전에서도 진가를 보여주며 한화 내야의 새로운 카드로 떠올랐다. 대주자는 물론 대수비로도 경쟁력 있다. 2루수뿐만 아니라 유격수도 가능해 백업으로 쓰임새가 상당하다. 다만 육성선수는 5월 이후 정식선수 전환이 가능하다. 1군 데뷔도 빨라야 5월이다.

4월 개막을 앞두고 어쩔 수 없이 2군에 가야 하지만 지금 성장세라면 5월부터 1군 콜업도 기대할 만하다. 이상혁은 “수비든 타격이든 아직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고,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하루빨리 등번호 앞자리의 0자를 떼고 팬 여러분을 만나 뵙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육성선수의 등번호는 앞자리가 0이다. 현재 등번호 04번을 쓰고 있는 이상혁이 새 번호를 받을 날이 머지않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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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번호 04번의 이상혁이 12일 시범경기 삼성전 승리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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