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준석 ‘여성 배제’ 행태에 분노 표출
‘젠더 갈라치기’ 정치공학 산산조각 낸 반전
[논썰] 윤석열·이준석에 통쾌한 어퍼컷…2030 여성 표심의 반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논썰>의 손원제입니다.
20대 대선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습니다. 5년 만에 민주당 정부가 막을 내리고 보수 정부가 들어서게 됐습니다. 이긴 쪽에선 환호성이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진 쪽에선 한숨과 탄식이 쏟아집니다. 불과 0.73%포인트가 승패를 갈랐습니다. 24만7077표, 대선 사상 최소 표차로 정권을 내준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대통령중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의 ‘승자독식’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단 한표라도 이긴 쪽이 모든 권력을 갖고 앞으로 5년간 행정부를 이끌게 됩니다. 패배한 쪽의 상실감과 안타까움은 배가됩니다. 실제로 주변을 보면 허탈함과 무력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퇴행의 시대’가 오는 게 아닌가 걱정되고 불안하다는 건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그래도 또 애써 기운을 내서 털고 일어서는 게 사람이란 존재죠. 10년 전 대선 때도 지금과 비슷한 분위기가 우리 사회를 감싼 적이 있었습니다. 2012년 12월 대선도 민주개혁 진영과 보수 진영의 한판 승부로 치러졌던 것 기억나실 겁니다. 그때도 승자는 보수 진영의 박근혜 후보였고, 패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였습니다. 표차도 3.5%포인트에 불과했죠. 지금보다는 큰 차이지만, 당시 문 후보를 지지했던 국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지금 못지않았습니다. 당시 문 후보가 막판 맹추격을 벌였지만, ‘국정원 댓글 개입 사건’이 터지면서 오히려 ‘민주당이 국정원 여직원을 괴롭힌다’는 역선동이 힘을 발휘하는 바람에 상승세가 주춤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는데요. 이런 점들 때문에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개혁을 분칠한 박근혜 후보의 한판 쇼에 정권을 내주게 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민주개혁 진영을 뒤덮은 상황이었습니다.
[논썰] 윤석열·이준석에 통쾌한 어퍼컷…2030 여성 표심의 반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당시 박빙의 패배에 좌절했던 48%의 국민들은 어떻게, 무엇으로 마음을 달랬을까요. 절묘하게도 그들에겐 선거일 하루 전날 개봉한 한 편의 영화가 있었습니다.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었죠. 이 영화는 19세기 파리 민중봉기에 떨치고 나선 시민들의 결단과 좌절, 끝끝내 피어나는 희망을 주요한 모티브로 쓰고 있는데요, 2012년 대한민국의 절반 가까운 시민들은 여기에 자신들의 패배와 절망을 투사하고 위안과 희망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은 특정한 장면이나 대사, 노래 선율이 떠오르는 정도입니다. 다만 주인공 ‘장발장’을 영어식 ‘숑발숑’으로 발음하는 장면에선 당시 많은 관객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한 바 있고, 저도 지금까지 기억이 생생합니다.
[논썰] 윤석열·이준석에 통쾌한 어퍼컷…2030 여성 표심의 반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장황해졌습니다만, 이 기억을 꺼낸 것은 이번 대선에서도 찾아보면 패배의 아픔을 딛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힘을 북돋울 만한 한 떨기 희망의 근거는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고무적인 건 이번에는 그때와 달리 선거 자체에서 시원한 사이다 한 잔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각설하고, 그건 바로 대선 막판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하나의 사건이죠. ‘2030 여성 표의 결집’이라는 대반전 말입니다.
9일 대선 투표 마감과 함께 지상파 방송 3사가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0.6%포인트 차이 초경합으로 나타난 이재명-윤석열 후보 간 예상 득표율 차이도 놀라웠지만, 그에 못지않게 탄성을 자아낸 게 있었죠. 바로 2030 남녀 예상 득표율이었습니다.
[논썰] 윤석열·이준석에 통쾌한 어퍼컷…2030 여성 표심의 반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기존의 대부분 여론조사나 예상을 벗어난 수치였는데요. 특히 2030 남성의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2030 세대 전체에서 윤석열 후보가 크게 앞선다고 자신만만해 하던 국민의힘의 예상을 완전히 깬 결과였습니다.
[논썰] 윤석열·이준석에 통쾌한 어퍼컷…2030 여성 표심의 반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렇게 된 결정적 이유는 20대 여성 표가 이 후보에게 결집됐기 때문입니다. 20대를 남녀로 나눠 보면, 출구조사에서 이른바 ‘이대남’은 58.7%가 윤석열 후보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이른바 ‘이대녀’는 58.0%가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남녀가 비슷한 비율로 각자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는데, 20대 전체로는 이 후보가 조금 더 높은 득표를 한 건 무엇 때문일까요. 20대 여성의 투표율이 20대 남성보다 높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흐름은 30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논썰] 윤석열·이준석에 통쾌한 어퍼컷…2030 여성 표심의 반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런 결과가 놀라움을 안긴 건 그동안 여론조사가 전혀 잡아내지 못했던 흐름이 돌출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앞에서 본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1월 2주차 이후 아홉번의 조사를 벌였지만, 단 한번도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앞선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변화가 나타난 이유로는 두가지 경우를 가정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20대 여성이 무슨 이유에서인가 대선 막판 이재명 후보 지지로 결집해 투표에 나섰다는 겁니다. 둘째, 원래 20대 여성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던 흐름이 있었지만, 여론조사엔 무슨 이유에선가 포착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첫번째 이유가 더 설득력이 있다고 느끼는 건 저만은 아니겠죠.
2030 출구조사 결과가 놀라움을 안긴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해온 ‘세대 포위론’을 박살냈기 때문입니다. 이준석 대표는 이번 대선 들어 줄곧 2030 세대와 60대 이상 세대가 연합해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4050 세대를 포위하면 윤석열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논썰] 윤석열·이준석에 통쾌한 어퍼컷…2030 여성 표심의 반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미래 세대의 지지가 중요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젊은 세대가 먼저 오세훈 시장의 장점이나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부모 세대에게 적극적으로 설득했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젊은 세대가 우리를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 2030세대와 그 부모 세대 격인 50대 후반 이상 같은 경우에는 강하게 결합할 수 있는 구조를 지녔다.”(1월12일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세대별 인구나 투표율, 지지율 등을 생각해보면 선거 전략 자체로는 일리가 없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대표가 2030 중에서 여성을 배제하고 남성만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벌이자고 주장한 것입니다. 2030 남성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이른바 ‘페미니즘’ 정책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으며, 이를 부각하면 2030 남성의 압도적인 지지를 끌어냄으로써 세대 전체의 높은 지지율을 견인할 수 있다, 이런 주장입니다.
이준석 대표는 대선 기간 선거 전략과 ‘윤핵관’ 문제로 윤석열 후보와 갈등을 빚다가 올해 초 의원총회를 계기로 극적 봉합을 하면서 2030 남성 중심의 세대포위론을 제안했습니다. 당시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던 윤 후보가 이를 받아들여 금요일인 1월7일 SNS에 ‘여성가족부 해체’ 7글자를 올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실제로 2030 남성을 중심으로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윤 후보가 전체 지지율에서 이 후보를 역전하는 결과로 이어진 바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 바 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아닙니다. 저희가 공표된 여론조사 중에서는 리얼미터에서 의뢰 받아서 하는 조사들에 보면 일간조사라는 게 있습니다. 일간조사에서는 금요일(7일)자 리얼미터가 지난주에 조사했을 때 상승이 일부 목격되었고 그런데 다만 금요일이 우리 후보의 메시지가 크게 변화하기 시작한 시점이거든요. 금요일 조사에는 포착 안 되겠지만 저희도 당내 조사가 있는데 토요일 조사가 있습니다. 토요일 하루 간 진행한 조사에서는 상당한 반등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1월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자신이 제안한 대로 윤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SNS에 올리는 등 반페미니즘을 내건 것만으로 지지율의 상당한 반등세를 이뤘다, 이런 자화자찬입니다.
어쨌든 이 대표는 이런 눈에 보이는 성과를 앞세워 2030 여성을 배제한 채 남성 지지만으로 세대 포위를 달성할 수 있고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해온 것이죠. 윤 후보도 ‘여성가족부 해체’ 구호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충실하게 이 대표의 구상을 실행했습니다.
[논썰] 윤석열·이준석에 통쾌한 어퍼컷…2030 여성 표심의 반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월27일 경북 포항 유세에선 “성인지 예산 30조원 중 일부만 떼어내도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막아낼 수 있다” 이런 주장을 했습니다.
윤석열 후보 “우리 정부가 성인지감수성 예산이란 걸 30조 썼다고 알려져 있다. 그 돈이면 그중 일부만 떼어내도 우리가 이북의 저런 말도 안 되는 핵 위협을 안전하게 중층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2월27일 포항 유세)
TV 토론에서도 윤 후보의 이런 태도가 논란이 됐죠. 윤 후보는 2월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는 발언을 해 젠더 의식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는데요. 2월21일 1차 법정 TV 토론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 구조적 성불평등, 성차별은 없다고 말하면서 이것은 개인의 문제라고 했다. 여성이 승진, 급여, 보직에서 엄청난 차별을 받는 게 사실인데 정말 무책임한 말 아니냐. 아니면 다른 생각 하다가 잘못 말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
윤석열 “제가 이 질문에는 말씀을 많이 드려서 굳이 답변할 필요도 없다. 다만 집합적 남자, 집합적 여자 문제에서 개인 대 개인 문제로 바꿔 바라보는 것이 훨씬 더 피해자나 약자의 권리, 이익을 보장해줄 수 있다.”
3월2일 3차 법정 TV 토론에선 성인지 예산 폐지와 무고죄 신설 공약을 두고 심상정 후보와 윤석열 후보 사이 논쟁이 펼쳐졌습니다.
[논썰] 윤석열·이준석에 통쾌한 어퍼컷…2030 여성 표심의 반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심상정 “논의 이어서 질문 하겠다. 성인지 예산 누가 만들었는지 아는가?”
윤석열 “누군지 모른다.”
심상정 “제가 만들었다. 아직도 모른다, 곤란하다. 예산에도 성이 있다는 뜻이다. 화장실 이용할 때 1.5배 시간이 든다, 여성은. 둘 다 10개씩 만들면 차별이다. 10개, 15개라야 동등한 것이다. 성인지 측면에서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예산이 성인지 예산이다. 교육부도 있고, 국방부 예산에도 있다. 여성 정책 코멘트해주는 사람이 이준석 대표 말고 없나?”
윤석열 “성인지 예산 모를 게 뭐가 있나. 성과지표가 부풀릴 가능성에 대해서 조정하자는 얘기다.”
심상정 “성과지표와 상관없다. 무고죄 신설이 왜 청년 공약에 있나?”
윤석열 “발표하다보니 10월에 여러가지 하다보니, 청년도 연관되니.”
심상정 “갈라치기 해서 여혐으로 표 얻어보고자 하는 게 아니고서 청년 공약에 있는 게 이해 안 된다. 무고죄는 형량이 우리나라가 제일 높다. 대검에서도 안 한다는 메뉴얼이 있다. 2차 가해 수단이기에 대검에서도 막았다. 무고죄 형량 왜 강화하려 하나?”
윤석열 “성범죄 더 세게 하겠다는 상향. 무고도.”
심상정 “이해하기로 미국, 프랑스, 독일은 5년 이하다. 영국은 6개월 이하다. 유엔도 기준을 완화 권고한 바 있다. 여성 청년도 유권자다. 페미니즘 때리기, 갈라치기 정치 단호히 막겠다.”
자, 어떻습니까. 윤 후보가 이렇게까지 막무가내 식으로 반페미니즘 행보를 이어간 건 결국 이게 득표에 도움이 되리라 봤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이런 거듭된 논란에도 여론조사 등에서 2030 남성은 윤 후보의 반페미니즘 발언에 민감하게 호응한 반면, 여성의 지지율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무시해도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거겠죠.
‘
그런데 이럴 수가, 정작 제일 중요한 투표에서 별일 없을 것 같던 2030 여성 표심이 갑자기 크게 요동친 겁니다. 여성 표심이 돌연 이재명 후보 지지로 돌아서면서 이번 대선 개표 레이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피 말리는 초박빙 경합으로 진행됐습니다. 호남과 대구·경북 표심이 각각 이 후보와 윤 후보에게 예상 이상으로 확 기운 것과 함께 이번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 주요 변수로 꼽을 만합니다. 특히 지역 변수가 기존 방향성대로 지지 폭만 커진 것과 달리 여성 표심은 그야말로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나타난 겁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저는 2030 여성 표심의 표출이야말로 이번 대선의 가장 ‘통쾌한 반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반페미니즘 공세로 남녀를 갈라치기해서 남성의 압도적인 지지를 획득하는 것만으로 2030 세대 전체의 지지를 오로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만한 정치공학을 산산조각 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바람에 꽤 높은 2030 여성의 지지를 받았던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여성 표 결집의 ‘콜래터럴 데미지’, 즉 부수적 피해를 입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 여성들이 투표 뒤 ‘지못미’의 심정으로 심상정 후보에게 9~10일에만 12억원의 후원금을 몰아줬다는 사실은 반전 속 또 하나의 반전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가 이런 정치적 계산을 한 것은 2030 여성 표가 분산돼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또 2030 여성들의 정서상 ‘가족 욕설’ 논란과 ‘조카 교제살인 변호’ 논란을 빚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030 여성 표가 흩어진 상황에서 남성 표만 결집하면 이기는 건 ‘누워서 떡 먹기’라고 너무 띄엄띄엄 본 거죠. 여기에 2030 여성들이 강력한 어퍼컷 한 방을 날린 겁니다.
그렇다면 ‘은인자중’하던 2030 여성들은 왜 갑자기 이재명에게 표를 몰아주기로 결심한 걸까요. ‘최악’을 막기 위한 마지막 안간힘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한겨레> 기사 ‘이준석 ‘비단주머니’에 놀아난 정치권…20대 여성들, 표로 응징했다’를 보면 이런 마음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29살 직장인 박호연씨는 여성과 소수자 정책을 내놓은 심상정 후보를 뽑을 생각이었지만, 윤석열 후보가 여성의날(3월8일)에도 ‘여성가족부 폐지’를 SNS에 올린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합니다. 2030 여성은 ‘되는 표’가 아니라고 보는 윤 후보의 속 보이는 행동에 분노한 것이죠.
[논썰] 윤석열·이준석에 통쾌한 어퍼컷…2030 여성 표심의 반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박씨처럼 ‘역대급 여성 배제 선거판’을 만든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승리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차선으로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여성들의 결심이 모여 여지껏 여론조사에선 드러나지 않은 투표의 흐름을 만들어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선거 초반에는 윤 후보와 2030 남성 끌어오기 경쟁을 하던 이 후보가 후반에 들어와선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였던 박지현씨를 선대위에 영입하는 등 여성 표심을 얻는 데 공을 들인 것도 일정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시민 작가는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이런 여성 표심의 변화에 대해 지적한 바 있습니다.
앵커 “2030의 경우에는 윤석열 후보는 자신의 지지표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보세요, 그건?”
유시민 “그렇지 않습니다. 그게 윤석열 후보는 이제 2030 남성 유권자에서 앞서고 있었고요. 2030 여성 유권자에서는 엎어진 지가 며칠 지났습니다, 이미. 3차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그 점을 의식해서 마지막 역전을 할 수 있는 곳으로 (…) 2030 젊은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마지막으로 한번 모으기 위해서 주도권 토론 시간에 보면 윤석열 후보에게 페미니즘에 대한 정책적인 입장을 물어본 거, 이런 것들이 여론조사표를 정확하게 머릿속에 넣고 전략적으로 준비해 와서 한 거거든요.”(3월4일 MBC ‘뉴스외전’)
[논썰] 윤석열·이준석에 통쾌한 어퍼컷…2030 여성 표심의 반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앞서 유시민 작가는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가 합작해 반페미니즘 선거운동에 나선 1월에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다”라고 두 사람의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유시민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작용하거든요, 젠더 이슈는. 공짜로 다 가져가는 건 없어요. 지금 이준석 대표가 복귀하고 나서 윤석열 후보 캠프에 메시지 내지 홍보 관련해서 그쪽 젊은 극우 성향을 가진 청년들이 뭔가를 꾸미는 게 아닌가 이런 의심이 좀 드는데요.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자짜리 SNS 공약도 그렇고, (…) 반작용이 있거든요. (…) 그래서 입장이 젠더 이슈를 터뜨리고 갈등을 부추기고 이런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닙니다.”(1월11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자, 2030 여성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로 이준석-윤석열 식 ‘남녀 갈라치기’ 전략이 뜻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졌는데요. 그렇다면 이제 젠더 갈라치기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거둬보겠다는 국민의힘의 기존 태도에도 변화가 올까요. 일단 당 내부에서도 비판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젊은 여성들, 20대 특히 30대 초반의 여성들에게 좀 더 소프트하게 접근하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나, 선거전략 과정에서도 조금 더 한번 돌이켜 봐야 될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3월10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 “결과적으로는 이대남, 이대녀라는 그 젠더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이것을 더 도드라지게 했던 부분도 있었다고 인정을 해야 된다. 저희의 본뜻은 그게 아니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젊은 여성들이 가졌을 만한 어떤 소외감이라든지 어떤 배타적인 감정에 대해서 앞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3월1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기자 “예상했던 것보다 근소한 득표 차이였고 ‘젠더 갈라치기’ 전략 때문 아니었냐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근소한 차이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고, 출구조사 성별 격차 뚜렷한데 어떻게 통합할 건지?”
윤석열 “글쎄 저는 어제 투표 결과를 보고, 다 잊어버렸다. 그리고 저는 젠더·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 다만 남녀의 양성 문제라고 하는 것을 집합적인 평등이니 대등이니 하는 문제보다는 지금 어느 정도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불공정 사안들에 대해서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강력하게 보호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쭉 가져왔다. 이것이 선거 과정에서는 그런 식으로 오해도 받고 공격도 받았지만 남녀 성별을 갈라치기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그런 건 없으니까 오해 마시고. 오히려 저는 그렇게 하는 것이 여성을 더욱 안전하고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길이라고 늘 생각해왔다.”(윤석열 당선인, 3월10일 당선 인사 기자회견)
[논썰] 윤석열·이준석에 통쾌한 어퍼컷…2030 여성 표심의 반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자신의 젠더 인식과 그동안 보여온 행태에 대해 성찰하는 기색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여성 표심의 표출이 ‘젠더 갈라치기’ 정치 공학의 해악을 일깨우는 데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만, 곧 대통령 자리에 앉을 윤 당선자의 인식과 태도까지 전향적으로 바꿔놓지는 못한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방법은 하나입니다. 투표 참여로 ‘최악의 갈라치기’가 대선을 얼룩지게 하지 못하도록 막아냈듯이, 이제는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답을 내놓도록 더 크게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획·출연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도움 채반석 기자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