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정치권 보수 진영 통합

'당선인' 윤석열이 직면한 숙제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국민의힘·국민의당 통합 두고도 이준석·안철수 갈등 예고




경향신문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면 다 보입니다. 당대표 선출할 때 전당대회 앞두고 어느 의원이 누구랑 밥 먹는지….” 여의도 국회 앞. 창문으로 횡단보도가 내려다보이는 사무실에서 만난 신상민씨의 말이다. 대선 전날 점심, 기자는 이곳에서 윤석열을 지지하는 두 사람을 만났다. 신씨가 말한 당대표 선거나 전당대회는 윤석열 당선인이 소속된 국민의힘이 아니다. 민주당이다. 그는 “여전히 자신은 문파(文派)이며 이후의 진로에 대해서는 자신들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3일, 투표 엿새를 앞두고 신씨 등은 전략적으로 2번,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전략적 지지 선언엔 그와 뜻을 같이하는 1만6715명이 참여했다. 이번 선거에서 표차(24만7077표)를 고려한다면 무시 못 할 숫자다. “페이스북에다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추적 프로그램이 있나봐요. 민주당 쪽 당직자 중 제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이 왜 좋아요를 눌렀는지 추궁을 당했다고 합니다.”

신씨와 함께 만난 인사는 윤석열 지지성향을 보인 에펨코리아 등의 게시판에서는 ‘민영게이’ 등의 별명으로 유명하다. <MZ세대라는 거짓말>, <20대 남자, 그들이 몰려온다>의 저자 박민영씨다. 박씨는 지난 대선 기간 중 윤석열 지지성향을 보이는 ‘이대남’ 문제에 대한 기사를 쓸 때 출판사를 통해 연락해 멘트를 받았다. 그는 지난 대선 때만 하더라도 심상정을 찍은, 진보파 지지자였다. 박씨는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본부에서 일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이끄는 조직이다. 에펨코리아에서 박씨가 민영게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면 원 본부장은 ‘귤’ 등의 별명으로 불렸다. 선거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윤 당선인에게 불리한 네거티브 대응 등 현안에서 그는 ‘해결사’ 역할을 했다. 박씨의 말이다. “솔직히 당의 높으신 분들은 비동의강간죄를 도입해야 한다는 다른 후보의 공약을 찬성해야 할지 반대해야 할지 잘 몰라요. 정책본부에 있지만 대변인실이나 선대위 곳곳에 아는 사람들이 있어 당의 정확한 입장이 뭔지 확인해 알려줄 수 있었습니다. 그게 SNS 등에서 신뢰를 얻은 이유인 듯싶어요.”

경향신문

지난 1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출근인사를 하고 있다. / 윤석열 페이스북


■윤석열 지지자로 돌아선 이유

이번 대선이 끝난 뒤 윤 당선인 지지성향 인터넷커뮤니티·SNS에서 “윤 당선인은 이 사진을 출력해 집무실에 걸어놓고 있어야 한다”며 제시하는 사진이 있다. 지난 1월 6일 아침, 윤 후보 당선인이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30분간 ‘나 홀로 인사’를 하는 장면이다. 사진을 보면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윤 당선인의 인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선대위 해체를 주장하던 이준석 당대표와 갈등이 최고조로 이루던 시점이었다. 결국 쇄신을 요구하던 이 대표의 요구가 받아들여졌지만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이 시점에 윤 당선인의 지지율은 30%대로 급락했고, 반대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치고 1위로 올라갔다.

신씨는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일했다. 자신이 제시했던 구독경제 아이디어가 결국 후보를 보좌하던 캠프 내 측근들로부터 배제된 경험을 이야기하자 박씨도 그때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게 1월 6일 이전까지 내가 받았던 느낌하고 똑같은 종류일 겁니다. 그 전까지 진짜 일을 많이 했는데 위로 올라가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려요. 중간에 자리 잡고 있는 유통과정이 망가져 버리면 문제가 생깁니다.” 컨펌 과정에서 중간단계가 많다 보니 생기는 문제였다는 설명이다. 1월 5일과 6일 내홍과정에서 당시 후보자가 직접 청년실무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건의할 사항이 있을 때 후보자 본인의 휴대전화로 직접 연락하게 하는 등의 결단을 내리면서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른바 윤석열 후보의 단문 메시지 공약도 자신이 후보에게 전달한 자신의 책을 읽고 내놓은 방책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책에서 MZ세대를 다루면서 지난 경선 때 홍준표 후보가 어떻게 20대의 마음을 얻었는가를 분석하며 내놓은 처방이 단문 메시지의 활용이었거든요.”

■당선 효자 ‘단문 공약’ 갈라치기 비판도

그러나 소위 소츠(shorts) 공약, 이른바 단문 메시지 공약은 특정세대를 겨냥한 갈라치기용 아니었냐는 비판을 받는다. 선거일 하루 전, 윤석열 후보는 자신이 제시했던 단문 공약들을 3개씩 묶어 다시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 윤 당선인으로서는 자신이 제시한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다짐이었겠지만, ‘여성가족부 폐지’로 대표되는 그의 정책은 대선후보자 토론 내내 “막무가내로 폐지만 이야기했지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퇴보한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지난 1월 중순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38개 시민사회단체는 여성가족부 폐지 단문 공약과 관련해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는 반(反)페미니즘을 도구로 지지율을 올려보기 위한 것 이상의 의미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차별·혐오 주장을 동력으로 삼는 선거전략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는 규탄 성명을 내기도 했다. 27개 여성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여성연합이 당선 직후인 3월 10일 낸 논평에서도 “구조적 차별을 인식하고 적극적 해결에 힘써야 할 책임이 윤석열 당선인에게 주어졌다”며 “성폭력 무고죄 신설과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은 공약은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위 ‘안갯속 구간’에 들어서기 직전 극적으로 이뤄진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승부수 역시 돌이켜놓고 보면 도박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대선 당일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기자와 통화한 민주당 당직자의 평가다. “특히 호남에서 단일화 이전까지 안철수는 양극단 정치의 대안으로서 가능한 하나의 선택지였다. 그런데 선거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 들어가면서 안철수의 결정은 그런 ‘비민주당 성향 중도’의 자리를 없애버리면서 오히려 역풍을 불러왔다. 그 결과가 80%를 넘어서는 호남 유권자들의 이재명으로 쏠림 현상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광주에서 12.7%, 전남에서 11.4%, 전북에서 14.4%를 받은 것은 성과라는 평가도 있다. 이번 선거처럼 사실상 양자대결로 치러진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광주에서 7.8%, 전남에서 10%, 전북에서 13.2%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윤석열 캠프 정권교체동행위원회의 임한필 지역화합본부 전략기획단장은 변화의 조짐은 지난해 국민의힘 경선 때 KBS 광주방송국 앞에 응원단이 모이면서 나타났다고 말한다. “처음이었다. 과거 선거 때를 돌아보면 지지 선언 같은 것이 제대로 이뤄진 적 없는데 이번에는 본선에 들어와 지역사회에서 지지선언도 당당하게 나왔다. 과거에는 보수정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면 SNS 등에서 욕을 먹는 일이 많았는데 숨어 있던 유권자들이 나서 이제는 ‘나도 목소리를 내도 되겠다’는 여론이 많이 형성된 게 사실이다.”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광주 광산구에서 민주당 당적으로 출마하려다 예비경선에서 떨어진 전력이 있는 임 단장은 2024년 총선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지역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을 찍지 않겠지만, 국민의당이나 선거 막판 윤석열 지지선언을 한 민생당 등과 합쳐 새로운 당을 만들지 않겠나. 정치교체를 이룬 2년 뒤 국회의원선거 때는 현재와 상당히 다른 구도에서 선거를 치르게 될 것 같다.”

선거 후의 여소야대 상황에서 임 단장이 속한 정권교체동행위원회(이하 동행위)의 향후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동행위 전신은 새시대준비위원회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12일 열린 새시대준비위원회 현판식에 참석해 “우리 선대위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라며 “(새시대준비위원회가) 선대위에서 담기가 쉽지 않은 중도와 합리적 진보를 다 포괄하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지예 부위원장 영입 파문 소동을 거치며 김한길 새시대준비위 위원장과 신 부위원장이 사퇴하는 내홍을 겪고 그 뒤 위원회의 이름도 정권교체 동행위원회로 바꾸었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선대위와 별도의 후보 직속 조직으로 활동은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동행위의 한 인사는 “그 전후로 우리가 기존 선대위의 견제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기존 국민의힘 당 구조에서 기득권을 갖고 있는 세력이 ‘새로운 판’이 만들어지면 기득권이 흔들릴까봐 여러 경로로 압박이 들어왔다고 했다. 이 인사는 “후보 본인이 직접 위원장을 맡으면서 향후의 역할이나 내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인수위가 본격 출범하면 동행위의 역할이 두드러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동행위, 인수위 구성에서 핵심적 역할?

윤석열 정부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차기 대선 출마를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는 이준석 당대표는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마삼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마삼중은 ‘마이너스 삼선 중진’의 줄임말로, 자신의 지역구에서 3연패를 당해 선출직 경험이 없는 이 대표의 경력을 빗대 만들어진 별명이다. 한때 이번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또는 6월 지방선거 차출론이 당 안팎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이 대표는 2024년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노원병) 국회의원 출마→당락 여부와 상관없이 2027년 대선 출마의 커리어 일정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려면 같은 지역구에서 재선의 경험이 있는 안철수를 넘어서야 한다. 20대 대통령 인수위원장을 맡은 뒤 총리와 같은 행정직을 간다고 하더라도 2024년 총선 시즌에는 같은 지역구를 두고 둘이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이번 대선후보 단일화 논의과정에서 유독 이 대표가 안철수 비토에 앞장선 배경에 그와 같은 정치적 계산이 있다는 게 정치권 사정에 밝은 인사들의 설명이다.

“일단 대선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으로 한다는 약속이 있지만 안 대표가 합의한 워딩을 보면 당 대 당 통합과 같은 약속은 명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대선 하루 전 통화한 김윤 전 국민의당 선대위 조직본부장의 말이다. 공동인수위원회 이외의 국민의당·국민의힘 합당 논의는 애초의 단일화 협상의 안건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당선 직후 윤석열 당선인은 그러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참석한 선대위 자리에서 두 당의 통합 문제를 거론한 데 이어 오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당과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신속한 합당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합당 과정의 지분, 국민의당 대선비용 승계 문제 등 구체적 쟁점을 놓고 이 대표 측과 안철수 대표 측의 신경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