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코로나 그레이존(중)-코로나 2년에 늘어난 '금쪽같은 내새끼들'①
"아이와 나, 서로 감정 소모가 더 심해졌어요."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아들을 키우는 김선경씨(39)는 아이와 냉전 중이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어린이집·유치원에 가는 시간이 제한됐을 때 감정 갈등이 증폭됐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더 사이가 소원해졌다.
밖에 나가는 시간이 줄어들자 아들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이 늘었다. 김씨는 "아들이 스마트폰에 과의존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어르고 달래봤지만 돌아오는 건 아이의 짜증이었다"며 "관계가 소원해지자 더욱 아이를 다루기 어렵고 또 그 공백을 스마트폰이 채우는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2년, 비대면 수업와 재택근무 증가로 가족 간 접촉면이 넓어졌다. 아이 양육에 가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걸 의미한다.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로 대표되는 양육 예능이 인기를 끄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초등학생 5학년 아이의 엄마 이모씨(42)는 아이와 갈등을 겪던 때를 기억한다. 집에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될 때 아이의 학습태도를 목격하면서다. 이씨는 "아이가 학교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수업에 전혀 집중을 하지 않고 휴대폰을 하며 딴짓을 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가 수업을 들을 때 제 시간에 맞춰 접속하는지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을 챙겼는지 하나하나 다 따지게 됐다"며 "서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극대화됐고 내가 화가 많이 날 땐 아이에게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로 학교 수업이 제한되면서 학교 폭력은 줄어들었다. 교육부의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는 학생은 전체 응답 초·중·고 학생 295만명 중 0.9%(2만6900명)였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1.6%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등교수업 일수가 늘어날 때는 학교 폭력 피해가 다시 증가했다. 교육부의 2021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는 학생은 전체 응답자의 1.1%(3만6300명)로 2020년 조사보다 0.2%포인트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아동학대 신고 건수 증가폭도 축소됐다. 8일 기준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가장 최신 통계인 '2020년 아동학대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접수 건수는 4만2251건으로 전년대비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아동학대 신고접수 증가폭은 2017년 15.1%, 2018년 6.6%, 2019년 13.7% 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치를 보고 아동학대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 이전 시대에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서 아동학대의 흔적들이 발견될 수 있었다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학대받는 아동들이 외부의 도움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게 됐다. 취약계층 등 아동학대 고위험 가정의 경우, 발견되지 못한 채 학대에 시달리는 아동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아동학대 신고접수 증가폭은 예년보다 낮았지만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82.1%)는 2012년 이후 가장 컸다. 43명은 학대로 사망했다. 또 전체 아동학대 사례의 87.4%(2만6996건)가 가정에서 발생했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와 같이 아동을 돌보고 교육하는 기관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각각 658건(2.1%),129건(0.4%), 893건(2.9%)이었다. 아이와 부모가 집에 함께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갈등관계가 많아졌고 가정불화를 넘어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진 것이다.
공진영 서울 동대문구 가족센터 상담사는 "재택근무·수업으로 가족 모두가 한 공간에 모여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부모·자녀 갈등도 많아졌다"며 "기관에서 단체로 부모·자녀 갈등 상담을 의뢰를 하는 경우도 있고 부모들이 직접적으로 자녀 관련 상담을 많이 신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 상담사는 "아이는 코로나로 외부활동도 못하는데 사회적 관계망이 가족 안으로 굉장히 좁혀진 상태에서 피로감이 누적된다. 부모와 자녀 간에 부정적인 상호관계를 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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