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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아동학대 피해와 대책

코로나 2년 '학폭' 줄어 좋아했더니…"부모가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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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홍재영 기자, 양윤우 기자, 황예림 기자] [편집자주] 코로나19로 공공이 분담하던 역할이 제기능을 못하면서 가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거리두기와 비대면 일상화에 따른 부작용도 커졌다. 매 맞는 아이, 학대당하는 부모가 있어도 주변에서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홀로 살던 누군가 죽어도 알아채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코로나19가 만든 사각지대, 이른바 '코로나 그레이존'에 갇힌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짙어진 우리 사회의 그늘을 짚어본다.

[MT리포트]코로나 그레이존(중)-코로나 2년에 늘어난 '금쪽같은 내새끼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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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나, 서로 감정 소모가 더 심해졌어요."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아들을 키우는 김선경씨(39)는 아이와 냉전 중이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어린이집·유치원에 가는 시간이 제한됐을 때 감정 갈등이 증폭됐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더 사이가 소원해졌다.

밖에 나가는 시간이 줄어들자 아들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이 늘었다. 김씨는 "아들이 스마트폰에 과의존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어르고 달래봤지만 돌아오는 건 아이의 짜증이었다"며 "관계가 소원해지자 더욱 아이를 다루기 어렵고 또 그 공백을 스마트폰이 채우는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2년, 비대면 수업와 재택근무 증가로 가족 간 접촉면이 넓어졌다. 아이 양육에 가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걸 의미한다.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로 대표되는 양육 예능이 인기를 끄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초등학생 5학년 아이의 엄마 이모씨(42)는 아이와 갈등을 겪던 때를 기억한다. 집에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될 때 아이의 학습태도를 목격하면서다. 이씨는 "아이가 학교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수업에 전혀 집중을 하지 않고 휴대폰을 하며 딴짓을 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가 수업을 들을 때 제 시간에 맞춰 접속하는지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을 챙겼는지 하나하나 다 따지게 됐다"며 "서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극대화됐고 내가 화가 많이 날 땐 아이에게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로 학교 수업이 제한되면서 학교 폭력은 줄어들었다. 교육부의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는 학생은 전체 응답 초·중·고 학생 295만명 중 0.9%(2만6900명)였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1.6%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등교수업 일수가 늘어날 때는 학교 폭력 피해가 다시 증가했다. 교육부의 2021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는 학생은 전체 응답자의 1.1%(3만6300명)로 2020년 조사보다 0.2%포인트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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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이후 아동학대 신고 건수 증가폭도 축소됐다. 8일 기준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가장 최신 통계인 '2020년 아동학대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접수 건수는 4만2251건으로 전년대비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아동학대 신고접수 증가폭은 2017년 15.1%, 2018년 6.6%, 2019년 13.7% 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치를 보고 아동학대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 이전 시대에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서 아동학대의 흔적들이 발견될 수 있었다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학대받는 아동들이 외부의 도움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게 됐다. 취약계층 등 아동학대 고위험 가정의 경우, 발견되지 못한 채 학대에 시달리는 아동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아동학대 신고접수 증가폭은 예년보다 낮았지만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82.1%)는 2012년 이후 가장 컸다. 43명은 학대로 사망했다. 또 전체 아동학대 사례의 87.4%(2만6996건)가 가정에서 발생했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와 같이 아동을 돌보고 교육하는 기관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각각 658건(2.1%),129건(0.4%), 893건(2.9%)이었다. 아이와 부모가 집에 함께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갈등관계가 많아졌고 가정불화를 넘어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진 것이다.

공진영 서울 동대문구 가족센터 상담사는 "재택근무·수업으로 가족 모두가 한 공간에 모여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부모·자녀 갈등도 많아졌다"며 "기관에서 단체로 부모·자녀 갈등 상담을 의뢰를 하는 경우도 있고 부모들이 직접적으로 자녀 관련 상담을 많이 신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 상담사는 "아이는 코로나로 외부활동도 못하는데 사회적 관계망이 가족 안으로 굉장히 좁혀진 상태에서 피로감이 누적된다. 부모와 자녀 간에 부정적인 상호관계를 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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