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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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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역사에 남겠어요"…침묵의 보랏빛 박수, 잠실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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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BTS 공연이 열리는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앞은 1만 5000명 팬들로 가득 찼다.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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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은 없지만, 거대한 보랏빛 박수 소리가 잠실벌을 가득 채웠다.

2년 반 만에 BTS가 서울에 돌아왔다. BTS는 10일 오후 7시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BTS 퍼미션 투 댄스 – 서울’ 공연을 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공연이 약 2년간 중단되면서, 2019년 10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BTS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스피크 유어셀프' 공연 이후 1년 5개월만의 한국 오프라인 공연이다.



"실감이 안 난다" 2년 반 만의 서울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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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만의 BTS 서울 공연이 열리는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향하는 지하철은 출구부터 팬들이 내건 BTS 광고로 가득 찼다.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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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만에 ‘실물’ BTS를 만나게 된 팬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연장과 이어지는 지하철 종합운동장역 개찰구부터 보라색 패딩, 마스크, 후드 등을 챙겨입은 팬들의 물결이 이어졌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지하철역 입구에는 BTS 멤버를 향해 팬들이 건 광고가 붙었고, 편의점 입구에도 보라색 풍선이 붙었다. 개인적으로 제작한 부채를 나눠주는 팬도 있었다.

12·13일까지 3일 공연 티케팅에 모두 성공했다는 민승원(29)씨는 “지하철역에서 올라올 때부터 울컥했다. 실감이 안 난다”며 “지난해 LA 콘서트도 갔는데, 서울에서는 함성을 못 지르니 느낌이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확산세를 고려해 함성을 지르지 못하게 한 데 대한 언급이었다.



외국인 팬 "내가 팬데믹을 이겨낸 이유가 이거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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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는 외국인, 중학생, 중장년층 등 다양한 팬층이 BTS를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함성이 금지된 공연장에서 함성 대신 소리를 가득 채우기 위해 하이브 측이 제공한 '클래퍼'에는 '당연히도 우리 사이 여태 안 변했네'라는 '라이프 고스 온' 가사가 담겼다. 클래퍼는 부채처럼 주름지게 접은 뒤 앞뒤로 흔들면 실제 박수보다 훨씬 큰 소리가 나도록 하는, 얇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간이 도구다..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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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영(14)씨는 “2020년 이후 팬이 돼서 오프라인 공연은 처음인데, 티케팅 성공했을 때 날아가는 듯했다”며 “어제는 설레서 두 시간 밖에 못 자고, 학교 갔다가 끝난 뒤 인천에서 2시 30분쯤 지하철을 타고 왔다”고 말했다. 함께 온 전희연(15), 정유리(14)씨와는 트위터에서 팬 활동을 하다 만나 공연을 같이 보러 왔다고 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 팬들도 공연장을 찾았다. 서울에서 산 지 1년 됐다는 호주인 테야(32)는 “코로나19 확산 직전 팬이 돼서, 온라인으로만 BTS를 봤다”며 “처음으로 공연장에 오니 너무 비현실적이고, 이제서야 BTS가 현실이라고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온 터키인 아이셰(31)와 필리핀인 베른(28)도 “마침내 콘서트를 보게 되다니, 내가 팬데믹을 살아남은 이유가 이거구나 싶다”고 말하며 내내 웃었다.



'환갑선물'·'소원' 자녀가 티켓팅 해준 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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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공식 굿즈는 경기장 앞에서 팔지 않고, 잠실 롯데몰에 마련된 스토어에서만 판매했다. 공식 조명은 핸드폰 앱과 연동해, 공연장 좌석 위치에 따라 노래에 맞춰 변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은 한 팬이 공식 조명 응원봉을 핸드폰 앱과 연결하는 장면.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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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티케팅을 대신 해줘 보러 왔다는 장년층 팬도 여럿이었다. 경주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올라왔다는 이모(60)씨는 “2010년 ‘피 땀 눈물’부터 눈여겨봤지만 본격적으로 덕질을 한 지는 2년이라서 공연은 처음”이라며 “일요일이 환갑인데 아들이 티케팅 해줘서 멋진 환갑 선물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들 이다웅(31)씨가 예매해 함께 보러 왔다는 오진순(58)씨는 “2016년부터 팬인데, 나이가 있다 보니 티케팅같은 걸 잘하지 못했다”며 “콘서트 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더니 아들이 티케팅도 해주고, 같이 보러도 와줬다”고 말했다. 이들은 잠실 롯데몰에 있는 공식 굿즈 판매점에 들러 공식 조명도 구입한 후 아들 각자 핸드폰에 연동시키고 있었다.

티케팅에 실패해 공연장 밖에서 소리라도 듣기 위해 왔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경기장 바깥에 자리 잡고 앉아 있던 중국인 장취(21)와 숑윈(20)은 “한국에 들어온 지 한 달이 채 안 돼서 등록증이 없기 때문에 예매를 못 했다”며 “아쉬운 대로 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오후 3시부터 와서 앉아있는데, 리허설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흥분됐다”고 말했다.

AFP·AP·로이터 등 외신들도 공연장을 찾아 팬들의 모습을 보도했다.



‘함성 금지’ 대신 클래퍼‧자동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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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노래 중 '라이프 고스 온'의 가사 일부인 이 문구는 팬들이 투표해 결정한 문구다.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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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입구에서 만난 팬들은 한결같이 ‘당연히도 우리 사이 여태 안 변했네’라는 ‘라이프 고스 온’ 가사가 적힌 굿즈를 들고 있었다. 얇은 플라스틱을 주름 모양으로 접을 수 있게 해, 함성이 금지된 공연장에서 박수를 대신해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간이 도구(클래퍼)였다. 하이브 측에서 준비한 것으로, 여기 쓰인 문구는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서 팬 투표로 정해진 문구다.

4시 30분부터 일반석 입장을 시작해 오후 6시 30분을 넘어가며 대부분의 좌석이 꽉 찼다. 방역지침에 따라 함성이 금지돼, 공연 전 전광판에는 ‘공연 중 들리는 함성소리는 연출로 삽입된 것’이라는 안내가 나왔다. 오후 6시 45분이 넘어가자 어둑어둑해진 공연장을 배경으로 보라색 불빛이 다 켜졌고, 팬들은 공연 시작 전 사전 영상에 나오는 노래에 맞춰 누구의 지시도 없이 일제히 박자 맞춰 ‘클래퍼’를 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함성이 채웠을 공연장을 플라스틱 박수 소리가 가득 채웠다. 보라색 빛을 내는 BTS 공식 조명 굿즈는 모바일 앱으로 좌석과 연동시켜, 음악에 맞게 조명이 조절되도록 해 팬들의 조명도 공연의 일부가 되도록 했다.

7시 2분 ‘퍼미션 투 댄스’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자 일부에서 짧게 함성이 터졌다가 사그러들었다. 'WE DON'T NEED PERMISSION' 이라고 쓰인 박스 형태의 구조물이 위로 올라가며 흰옷을 입은 BTS와 댄서들이 무대에 등장했다. '불타오르네' '쩔어' 등 곡을 부르고 난 뒤 2년 반 만에 팬들과 인사했다. 뷔는 "지난번엔 카메라만 있는 콘서트를 했었는데 아미분들이 여기 계시니까 너무 감동적이고 설렌다"고 말했고, RM은 "여러분이 객석에 계시다는 것만으로 다르다, 언제 박수로 꽉 찬 콘서트를 해보겠어요. 역사에 남을 공연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10일, 12일, 13일 3일간 열린다. 거리두기 완화 및 개방형 시설에서 열리는 공연으로 회당 1만 5000명씩, 총 4만 5000명이 관람 가능해 코로나19 이후 역대 최대 규모 공연이다. 지난 4일 오후 8시 팬클럽을 대상으로 열린 티케팅은 몇 시간만에 모두 매진됐다. BTS는 10일과 13일 공연은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온라인으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12일 공연은 라이브 뷰잉으로 전 세계 팬들과 함께한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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