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한국에서 대면 콘서트는 2년 반 만
5만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주경기장 공연이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1만 5천 석만 개방
데뷔 팬부터, 첫 콘서트 성공한 팬, 티켓은 없지만 노래 들으러 온 팬까지
10일 방탄소년단 공연이 열리는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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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방탄소년단 공연이 열리는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10일 오후 2시 30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단독 콘서트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서울'(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 시작 시각은 오후 7시였지만, 콘서트 장소인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올림픽 주경기장)에서는 방탄소년단 팬 '아미'(ARMY)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혼자 온 사람, 무리를 지어 온 사람, 각자 왔다가 공연장 앞에서 만나 즐거워하는 이들까지 면면은 다양했다.
공연 장소로 향하는 곳곳마다 많은 인파가 줄지어 서 있는 일은 예사였다. 근처 편의점, 음식점, 카페 등은 모조리 붐볐다. 방탄소년단의 캐릭터 '타이니탄' 굿즈(상품) 부스, 팬들이 마련한 콘서트 개최 환영 광고와 현수막, 멤버 얼굴과 이름이 큼지막하게 나타난 래핑 버스, 대형 화면을 보유한 트럭 등이 들뜬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팬덤 공식색인 보라색 아이템을 착용한 이들이 많았고, 특이한 의상으로 시선을 끄는 경우도 있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019년 10월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HE FINAL])를 서울 공연으로 마무리한 바 있다. 이듬해인 2020년 초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로 대면 콘서트는 기약 없는 '멈춤' 상태였다. 지난해 11~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면 콘서트를 재개한 지 약 4개월 만이자, 국내에서는 무려 2년 반 만의 공연이었던 만큼 티케팅 경쟁이 치열했다.
공식 팬클럽인 '아미'에게는 티케팅 우선권이 주어졌다. 그러나 팬덤 규모 자체가 워낙 큰데다 코로나 상황으로 회당 관객을 1만 5천 석으로 조정해 자리가 줄어들면서 사흘 동안 열리는 공연 표 4만 5천 장은 첫날 금세 동나고 말았다.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티케팅에 성공해 공연장에 온 팬들은 여전히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10일 방탄소년단 공연이 열리는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팬들로 붐비고 있다. 이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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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방탄소년단 공연이 열리는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팬들로 붐비고 있다. 이한형 기자코로나가 시작되기 직전, 여행 중 우연히 들었던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Feat. Halsey)로 '입덕'(팬이 됨)했다는 김윤미(25)씨는 이번이 '첫 콘서트'인 아미다. 티케팅 성공 당시 기분이 어땠는지 묻자 그는 "말로 설명 못 하겠다. 여기 온 게 꿈만 같다"며 웃었다.
공연 시작 시각보다 훨씬 빨리 공연장에 온 이유에 관해서는 "기대되어서… 빨리 보고 싶었다. 뭔가 꿈 같아서 여길 와야 실감이 날 것 같아서 빨리 왔다"라고 답했다. 보고 싶은 무대로 '메이크 잇 라잇'(Make It Right)을 꼽은 그는 방탄소년단을 향해 "지금처럼 계속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2017년 유튜브에서 우연히 칠레 공연 영상을 접한 후 방탄소년단의 팬이 되었다는 임순희(55)씨도 이번이 첫 방탄소년단 콘서트라고 밝혔다. 청주에 사는 임씨는 혹시 주차 공간이 없을까 봐 이른 새벽 시간에 공연장 근처에 도착했다. "새벽에 얼마나 추웠는지 모른다"라는 그는 대기하고 있다가, 멤버들이 공연 전 사운드 체크하는 소리를 듣고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꾸준히 공연 예매에 도전했지만 계속 실패했기에, 티케팅에 성공한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임씨는 "그냥 마음을 비우고 아무거나 클릭했는데 된 거다. 저번에 티케팅해 보니까 이런 거 저런 거 따지다가는…(안 되더라)"이라며 "믿어지지 않았다. 버킷리스트였는데 이뤘다"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임씨는 "위버스(팬 커뮤니티 플랫폼)에도 항상 사랑한다, 존경한다는 말을 올린다. 이렇게 연예인을 좋아해 본 적이 없다. 노래를 좋아한 적은 있어도 사람까지 좋은 건 일생일대에 처음이다. 죽기 전에 얘네를 알고 간다는 게 너무 좋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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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방탄소년단 공연이 열리는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방탄소년단의 '데뷔 팬'이라고 밝힌 임가영(33)씨는 이번이 세 번째 콘서트다. 제한된 상황에서 열리는 공연인 만큼 관객 수도 기존보다 줄었지만, 다행히 표를 잡았다. 하지만 아미 추첨제로 플로우석에 당첨됐던 '맵 오브 더 솔 : 7' 공연이 취소되어 이번 콘서트가 열리기 전까지 정말 많이 울고 낙담했다고 부연했다.
임씨는 "이번 (공연) 티케팅 성공한 것 자체로 행복하긴 하다"라면서도 "미국 LA 콘서트는 '맵 오브 더 솔 : 7' 취소된 사람들에게 우선권을 줬는데 한국 아미에게는 안 그랬다. 아무리 문의해도 맨날 모르쇠니까 솔직히 화가 나기도 하고 서럽더라. (BTS가) 잘된 건 너무 좋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국 팬의 존재가 작아지는 것 같고, 최소한 똑같이 해줘야 하지 않나 하고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전했다.
보고 싶은 무대는 무엇일까. 임씨는 "모든 노래가 다 기대되지만 재작년에 나온 '맵 오브 더 솔 : 7'의 '온'(ON)이랑 '블랙 스완'(Black Swan) 무대를 아직 한국 팬들은 못 보지 않았나. 그게 제일 보고 싶다. '스피크 유어셀프' 투어 이후에 2년 반 만에 처음 보는 거니까 너무 기대된다. 또 '소우주'도 너무 보고 싶다"라고 답했다.
데뷔 트레일러를 보고 '입덕'하게 되었다는 임씨는 "정말 제 인생이 제일 힘들었을 때였는데 방탄 덕분에 인생 절벽에서 살 이유를 느꼈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고 꿈도 가질 수 있었다"라며 "(방탄소년단은) 그냥 내 인생 그 자체, 내 삶의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변치 않고 계속 아미 하겠다. (방탄소년단은) 내 인생의 우주이고, 영원히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10일 방탄소년단(BTS) 공연이 열리는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함성대신 클래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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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방탄소년단(BTS) 공연이 열리는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함성대신 클래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한형 기자비록 티켓은 없지만 공연장에 팬들도 있다. 지난해에 입국해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다는 러시아 출신 친구 다리나(24)씨와 디나라(23)씨도 일찌감치 주경기장에 도착했다. 티켓이 없는데도 온 것이냐고 재차 물으니 "그냥 음악을 들으러 왔다. 팬들도 보고"라고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답했다.
다리나씨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가 본 적이 있고, 디나라씨는 데뷔 초에 열린 롯데 패밀리 콘서트를 간 경험이 있다. 이들은 방탄소년단의 '모든 것'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좋아하는 멤버가 있긴 하지만 전 멤버를 좋아하며, 보고 싶은 무대도 '전부 다'라고 강조했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다리나씨는 "방탄소년단 노래에 담긴 메시지, 그들이 하는 행동, 했던 말… 성격도 너무 좋다"라고, 디나라씨는 "처음 방탄소년단을 알게 됐을 땐 노래만 좋아했는데 이제는 그들 자체가 좋다"라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서울'은 오늘(10일) 저녁 7시 첫 공연을 시작으로 12~13일 저녁 6시에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10일과 13일 공연은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이, 이틀째인 12일 공연은 영화관에서 콘서트를 보는 '라이브 뷰잉'이 동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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