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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세계 속 한류

EPL 사로잡은 '기술'…세계 축구계에 '데이터 한류'가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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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용산, 정형근 박대현 기자] 2016년 세계 축구계는 '레스터 시티 동화'에 환호했다.

직전 시즌 14위에 머문 팀이 이듬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제패했다. 유쾌한 반란이었다. 이들의 우승은 자본이 성적 상승 중축으로 자리한 현대축구에서 아무도 예상 못한 대이변이었다.

행운을 얘기하는 대중에게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단호했다. "우리의 우승은 우연이 아니"며 "철저히 준비된 결과물"이라고 역설했다.

라니에리 감독이 말한 준비는 '데이터'였다. 레스터 시티는 GPS 센서를 부착한 장비(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그날그날 경기·훈련 데이터를 축적했다. 선수 활동량과 최고 속도, 활동 반경, 주요 공격 방향 등을 빼곡히 모았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즌 내내 탁월한 로테이션 운용을 보였다. 공격수 제이미 바디를 제하면 장기 결장한 주전급 선수가 없었다. 이 해 29경기 이상 출장한 레스터 시티 선수만 13명에 달했다.

활동량과 스프린트 횟수, 슈팅 속도, 활동 반경 등에 입각해 컨디션을 파악하고 선발 기용과 교체 타이밍을 결정한 결과다. 감각이 아닌 자료에 근거한 축구로 세계 최고 리그를 호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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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시 웨어러블 디바이스 바람이 거세다. 그 중심에 축구과학기업 '핏투게더'가 있다. 2017년 창립한 핏투게더는 선수 몸에 부착해 운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웨어러블 기기 '오코치'를 제공하는 풋볼 사이언스 스타트업이다.

2020년 1월 국제축구연맹(FIFA) 퀄리티프로그램에서 기존 해외 경쟁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선정한 '2020 우수 스포츠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호주 북아일랜드가 주름잡던 웨어러블 전자 퍼포먼스 트래킹 시스템(EPTS) 시장의 신흥 강자다. 설립 4년 만에 전 세계 380개 구단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핏투게더는 'EPTS 기술 대중화'에 앞장섰다는 평을 받는다. 핏투게더 이전에도 EPL을 비롯한 유럽리그 톱 레벨 클럽은 이미 해당 기술을 적극 활용 중이었다.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훈련 설계가 큰 효과를 낳는 것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여러 팀이 앞다퉈 도입했다.

핏투게더 윤진성 대표는 "(회사 설립 이전에도) EPL은 거의 대부분 팀에서 이런 솔루션을 받아들인 상태였다. 시장 수요가 고가의 솔루션에만 집중돼 있다 여겨 피라미드 하단을 잡자는 생각으로 접근했는데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핏투게더 기술력이 올라가며 톱 클럽까지 우리 솔루션을 사용한다. 아래쪽으로는 초등학생 축구부도 웨어러블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핏투게더의 가파른 성장세에는 FIFA 인증이 큰 역할을 했다. 세계 축구를 통할하는 국제기관이 기술력을 보증하면서 기업 신뢰가 크게 높아졌다. 세계 4대 리그(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하부 리그 25개 팀이 핏투게더 제품을 사용 중이고 코로나19 여파에도 해외 러브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윤 대표는 "외부 인증을 염두에 둔 건 아니지만 사업에 착수한 지 얼마 안 돼 FIFA가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것이 우리에겐 '기회'였다"면서 "빠르게 인증에 참여해 좋은 성적을 받았고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핏투게더 제품이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핏투게더가 꿈꾸는 미래는 '선수'에 국한하지 않는다. 생활체육인과 연결도 모색한다. 나아가 팬 커뮤니티와 접점을 마련해 판타지리그, NFT 발행까지 폭넓게 구상하고 있다.

"현역 프로 선수나 프로를 준비하는 (엘리트) 체육인은 물론 일반인도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대가 올 거라 믿는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측정 대상은 전술 부문도 있지만 선수의 관점에서 어떻게 뛰었는지, 피지컬 퍼포먼스는 어땠는지까지 헤아린다. 일반인이 몸담은 동호회나 아마추어 리그에도 EPTS 수요층이 생기고 (예상보다) 빠르게 기술 확산이 이뤄질 거라 보고 있다."

"데이터를 팬들에게까지 연결하는 것이 핏투게더의 비전 중 하나다. 판타지 스포츠(fantasy sports·이용자가 온라인에서 가상의 팀을 꾸려 스포츠 경기를 치르는 게임)가 좋은 예다. 현재 파트너십을 맺은 리그가 전 세계에 11개 정도 된다. 몇 개 리그와는 해당 논의를 긴밀히 나누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게임 산업도 진행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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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역시 마찬가지다. 핏투게더는 현재 축구에 역량을 쏟고 있지만 그 외 종목에도 경기력 향상에 일조할 여지가 많다고 윤 대표는 강조했다.

"이미 해외 경쟁사는 축구 외 종목에 유사한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약 36개 종목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핏투게더는 일단 축구 쪽에 집중한다. 하지만 (생활체육 영역으로) 우리 기술을 연결시킨 뒤에는 종목의 확장도 순차적으로 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에게 핏투게더의 장기 목표를 물었다. 기업인으로서 그리는 미래도(未來圖)가 궁금했다. 그는 '청년 취업'을 입 밖에 냈다.

축구계에 입문하고 프로 구단 입성의 좁은 문을 목격하면서 핏투게더가 할 수 있는 '작은 어시스트'를 고민한 결과다.

"축구 쪽에서 일하며 가장 안타까웠던 점이 (해마다) 유소년 선수는 정말 많이 배출되는데 프로에 가는 선수는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해외 구단과 대화하다 보면 거기는 '어리고 공 잘 차는 선수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하소연한다. 우리가 양자의 연결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 핏투게더 솔루션을 사용 중인 K4 리그 팀 선수 중 한 명이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아이슬란드 2부 리그 구단에 진출하기도 했다."

핏투게더는 올해 울산 현대로 이적한 박주영(37)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제작했다. 노쇠화 논란에 시달린 베테랑 포워드의 신체 능력과 플레이스타일, 주요 동선 등을 담은 자료를 제작해 울산에 건넸다. 반향이 적지 않았다.

리포트 하나로 구단이 영입 결정을 내린 건 아니지만 '한국에도 이처럼 깊이 있는 데이터 분석서를 만드는 곳이 있구나' '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생태계가 축구판에서도 구축될 수 있겠구나' 같은 반응이 곳곳에서 일었다. 박주영이 에이전트 없이 울산 유니폼을 입게 된 여러 배경 가운데 하나다.

"(같은 맥락으로) 유소년 선수에 관한 정밀한 리포트를 만들면 어떨지 고민했다. 해외 구단이 영입을 결심하는 데 적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현재 우리가 관계 맺은 팀이 약 380개인데 앞으로 1~2000개 팀까지 풀(fool)이 확장되면 (프로 입단이 좌절된) 어린 선수들의 직장을 (좀더 용이하게) 찾아줄 수 있을 것이다. 선수를 찾은 팀은 팀대로 좋고 선수는 선수대로 커리어를 이어 갈 수 있고. 우리 역시 선순환에 일조하게 된다. 모두가 상생하는 구조를 꿈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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