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문 열어둔다지만…"쇼는 안 한다" 정상회담 문턱은 높여
北도발 단호 대응…북한 '핵·미사일 질주'와 맞물려 '강대강' 대치
어퍼컷 세리머니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한결 강경한 대북 기조를 지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남북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윤 당선인은 대화의 문은 열어 놓겠지만 북한의 불합리한 행동에는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정상 간 만남은 '쇼'라는 입장이어서 남북정상회담의 문턱도 한층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북한의 군사 위협에는 '선제타격론'으로 대변되는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는 등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한반도를 둘러싼 분위기는 긴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경쟁 후보와의 선명성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던 후보 시절과 달리 국정운영의 책임을 맡게 되면 현재의 위태로운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현실적인 해법 모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남북대화 문 열어둔다지만…"쇼는 안 한다" 문턱 높아진 정상회담
윤 당선인은 10일 당선인사에서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되 남북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어둘 것"이라고 대북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북한과 대화 의지는 있지만,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마냥 끌려다니지는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구체적인 예를 들진 않았지만,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같은 무책임한 행동을 할 땐 할 말은 하고 책임도 묻겠다는 취지다.
특히 북한의 군사 위협에는 말로만 외치는 평화가 아닌 힘을 통한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한층 거칠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 시절 "무기 체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전쟁을 막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한 '선제타격론'도 이런 맥락이다.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준도 높아졌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그냥 우리 잘해보자 이런 얘기하는 것은 국내 정치에 외교와 남북한 통일문제를 이용하는 쇼다. 저는 쇼는 안 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한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실질적인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을 꼬집은 것으로, 비핵화 등 성과가 담보돼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마주 앉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북한이 껄끄러워하는 인권 문제도 정면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북한인권재단 설립(출범)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를 통해 북한 인권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북한이 개방되면 북한 인권도 자연스럽게 실질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북한 인권 문제를 후순위로 미뤄놓은 문재인 정부와는 결이 다르다.
다만 대북 인도적 지원은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여전히 국경을 개방하지 않고 있고 그 전부터 남측의 직접 지원은 꺼리는 분위기여서 실현될지는 아직은 불투명하다.
국립서울현충원 참배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 판문점선언 계승 '불투명'…"정상합의, 관계복원 출발점 삼아야" 조언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성과인 판문점선언 등 남북 합의를 계승할지도 불투명하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판문점선언이 2020년 연락사무소 폭파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평가하며 "아무리 정상 간 합의라도 북한이 지킬 의사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기존의 남북 합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북한의 태도, 한반도 정세, 국민적 합의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 정부가 맺은 남북 합의사항의 계승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를 합의 이행의 선결 조건으로 내건 셈이다.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에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우선 정상화하기로 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도 비핵화에 있어 특단의 진전이 없는 한 재개는 요원할 전망이다.
그러나 2018년 남북 판문점선언과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 계승은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이어서 한미공조를 강조하는 윤 당선인으로서는 기존의 남북 합의를 완전히 무효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북정책이 정권 교체로 연속성과 일관성을 잃으면 정책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며 "문재인 정부의 남북 간 합의와 경험을 냉정하게 분석하되 교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정상 간 합의는 남북관계 복원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보도 지켜보는 시민들 |
◇ 북한, '핵·미사일 질주' 재개…당분간 '강대강' 대치 불가피
윤 당선인이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보다 강경한 대북정책을 내세우면서 긴장 고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강경 대북 기조 속에서도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드러내긴 했지만, 북한이 이에 호응할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철회를 시사하며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로 긴장감을 높여왔다.
다음 달 김일성 생일(4월 15일)을 기점으로 ICBM 발사 등 대형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일각에선 남측의 새 정부를 길들이기 위해 도발의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윤 당선인이 남북 대립의 위기 속에서 5월 초 취임할 수도 있는 셈이다.
특히 북한의 잇따른 도발은 한미를 향한 정치적 메시지의 성격도 없지 않겠지만, 추후 협상하더라도 일단은 국방력을 키워 몸값을 높이자는 취지가 강해 보인다.
미중·미러 갈등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응도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에 브레이크를 걸 마땅한 방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윤 당선인이 공언한 대로 북한의 무력시위에 강경하게 맞서면 자칫 긴장은 상당히 고조될 가능성이 짙다. 윤 당선인이 내건 한미연합훈련 '정상화'와 미국 전략자산 전개 등은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이라며 비난하는 대표 메뉴다.
오는 4월 중 예상되는 전반기 한미연합훈련이 기존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한 지휘소 연습이 아닌 대규모 실기동 훈련으로 진행될 경우 북한은 '새 정부 깃들이기' 또는 '간 보기' 차원에서 무력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제기된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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