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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윤석열 정부'의 증시 랠리는 어디까지 펼쳐질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극복하고 가보지 못한 코스피 4000 고지를 밟을 수 있을까.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정부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자본시장 투자자들의 기대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각종 대외 악재로 짓눌러진 국내 증시가 이를 극복하면 새 정부가 쏟아내는 경기 부양책과 자본시장 공약 실천에 힘입어 상승장을 이룰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선이 가득하다. 당선인이 후보자 시절 내건 공약이 주식양도세 폐지, 공매도 제도 개선, 물적 분할 요건 강화 및 주주 보호대책 제도화 등 자본시장 활성화 및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 등 대외 변수 영향으로 당장 새 정부 출범에 따른 '허니문 효과(증시 부양)'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세제 혜택·기울어진 운동장 개선=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이 제시한 자본시장의 주요 공약은 ▲주식양도세 폐지 ▲신사업 분할상장 시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 부여 ▲공매도 감시 전담조직 신설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도입 ▲내부자 무제한 지분 매도 제한 ▲상장폐지 요건 정비 등 자본시장 공정·투명성 확립 및 활성화, 개인투자자 보호를 골자로 한다.
개인투자자들과 증권가는 주식양도세가 폐지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돼 상승장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의 정의정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은 5000만원 미만을 벌기 때문에 양도세를 부과해도 문제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건 큰 손으로, 이들이 주식시장을 빠져나가면 주식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지만 양도세를 폐지하면 거래가 자유로워지고 자본시장이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큰 손들이 세금 걱정 없이 주식시장을 드나들며 돈을 벌게 되면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상승장이 되고, 궁극적으로 개미들에게도 좋은 결과가 이어질 것이라는 소위 '낙수 효과' 이론이다. 증권 전문가들 역시 주식양도세 폐지는 국내 증시 상승 재료가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법을 바꿔야 하므로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 부자 감세를 이유로 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국회 통과 여부가 쉽지는 않다.
공매도에 있어 개인투자자가 외국인·기관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공매도 완전 폐지 대신 공매도 감시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한편 주가 폭락시 공매도가 일정 시간 동안 금지되는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도입 등이 당선인의 구상이다. 개인투자자 담보비율 역시 현행 140%에서 기관·외국인(5%) 대비 합리적인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계획을 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보호·범죄 엄벌·선진국지수 편입= '1000만 동학개미 시대'가 열린 이후 첫 대통령 당선인 만큼 개인투자자를 위한 보호 대책도 많아 눈길을 끈다. 당선인은 주식시장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물적분할 후 재상장에 대해 분할 자회사 상장을 엄격히 제한하는 한편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회사로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도록 규정을 정비하는 방식으로 소액주주 피해 예방에 초점을 두겠다는 뜻을 전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제도를 조성하기 위해 주식 상장폐지의 요건 정비 및 상장폐지 과정의 단계적 관리 체계도 확대한다.
자본시장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과정에서 주식시장 불공정 행위에 대한 사전감시와 사후 처벌 강화, 증권 범죄의 수사 및 처벌 개편을 통한 제재 실효성 강화 등의 공약이 제시됐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 보호제도의 공백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으로 언급됐다"면서 "만약 신사업 분리로 인한 주식 가치하락에 대한 보상제도를 법규화한다면 저평가된 모회사에 대해 가치 재평가가 이뤄지고, 기업분할 및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개인투자자 보호제도를 개선하면 한국 증시로 추가 자금 유입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도 기대된다. MSCI선진국지수는 미국의 금융회사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사가 발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로 세계적인 펀드들의 투자 기준이 돼 한국 증시의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한국은 1992년 신흥국으로 분류된 이후 30년째 MSCI 신흥국 지수에 머물고 있다. 새 정부는 저평가된 한국 증시의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 7년째 제자리인 MSCI선진국지수 편입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추진 속도는 지켜봐야 한다.
◆허니문 랠리 제한적 "대외 악재 영향"= 당장 허니문 효과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치솟는 물가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호재보단 악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날 코스피는 1.47% 오른 2660.86에 개장해 장 초반 2% 넘는 상승세를 보이는 듯 윤석열 당선인을 반기는 모습이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 이후 시장의 방향이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건 무리"라며 "주식시장은 지금까지 진행돼온 궤적을 따라갈 것이고 대선은 변곡점이 아닌, 이정표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역대 사례를 봐도 주식 시장은 대선 이후 양호한 흐름을 보인 경우가 많지만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세계 경기와 대내외적인 증시 환경이 미친 영향이 컸다.
1981년 치러진 제12대 대선 이후 총 8번의 대선에서 1년이 지난 뒤 코스피는 두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상승했다. 1987년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선거 1년 후 코스피 상승률은 91.0%에 달했다. 김영삼 대통령 당선 이후도 30.8%가 올랐으며 김대중(25.4%)·노무현(14.4%)·문재인(6.6%) 대통령 때도 코스피는 각각 상승했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때는 대선 1년 이후 코스피가 각각 36.6%, 0.9% 하락했다.
외국인 증시 영향력이 커진 2000년 이후로 범위를 좁혀 보면 대통령 취임 이후 증시는 대체로 저조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기간별 코스피 등락률을 보면 1개월 이후는 -10%, 3개월 후는 -20%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각각 -7%와 -13%, 박근혜 대통령은 0%와 -2%, 문재인 대통령은 3%와 4%로 집계됐다.
선거 1년 이후 코스피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노태우 대통령은 3저 호황(저유가·저금리·저달러) 후반부에 정권을 잡았고, 하락률이 가장 큰 이명박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본격화된 시점에 임기를 시작했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과거 대통령 취임 후 증시가 상승했던 사례도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기보다 세계 경기 호조 내지는 우호적 증시 환경 등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새 정부의 허니문 효과가 없었다. 1997년 대선을 포함한 다섯 번의 사례에서 대선 1년 후 코스닥지수가 오른 경우는 두 번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박근혜 정부 당시 1년 상승률이 0.2%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에서 유일하게 상승했다.
새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은 호재이며, 대외 악재를 극복한 이후에는 상승 흐름이 기대된다. 새 정부가 2년 차에 접어들면 주식시장이 상승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13~18대 기준 평균 등락률을 집계한 결과 새로운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임기 1년차 때 23.18%가 오르고, 내각이 완성되고 새 정부가 본격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임기 2년차에 26.18%로 가장 큰 오름세를 보였다.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는 3년차(-1.70%), 4년차(-0.78%) 때는 하락했고 차기 정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5년차에는 0.97% 소폭 올랐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임기 1년차 수익률은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들쑥날쑥한 모습이지만 내각이 완전히 구성돼 정부가 안정적으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2년차엔 주식시장이 대개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강조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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