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승 예상했지만 전략 실패에 진땀승…복잡해진 국민의힘 속내
"인위적 정계개편 쉽지 않다"…'尹 통합정치' 국민의당과 합당 주목
지지 호소하는 윤석열 당선인 |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보수진영이 5년 만에 정권을 되찾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무주공산이었던 보수 진영 내 권력 지형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정치적 구심점을 잃었던 보수진영이 윤 당선인을 중심으로 결속할 것으로 보인다.
당청 관계는 일단 긴밀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석 달 뒤 지방선거에서 지방 권력의 무게추를 보수진영 쪽으로 옮기고, 새 정부 초기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국정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점에도 당내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편이다.
윤 당선인은 우선 당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포함한 우호적인 현역 의원들을 당의 전면에 내세우고, 캠프 핵심 인력들을 청와대에 포진시키는 방향으로 신(新)여권내 장악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정치개혁을 포함한 정치권 내 변화를 꾀하면서 보수진영 내 오랜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색채를 빼고 친정체제를 가속화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선 윤 당선인이 집권과 동시에 당과 완벽한 화학적 결합을 이루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속내는 이기고도 복잡한 모습이다.
실제 개표 결과가 예상했던 낙승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정권교체 여론 속에서도 초박빙 진땀승을 겨우 거두면서 민심의 절대적인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점이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으로선 신경 쓰이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내부적으론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책임론도 불가피하다. 이대녀(20대 여성)표심을 완전히 잃고 호남에서도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이처럼 이기고도 웃을 수만은 없는 복잡한 내부 사정 탓에 윤 당선인과 당의 절대적인 밀월관계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0선 정치신인'으로 기존 여의도 정치권 인사들과 스킨십이 적었던 데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 출신으로 현역의원들의 공천과도 무관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지점이다.
석 달 뒤 치러지는 지방선거의 시·구의원 등 공천에는 각 시·도당과 당협위원장이 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2년 뒤 총선을 내다보더라도,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공천에 개입할 여지는 없다.
당장 국민의힘이 '윤석열당'으로 체질 급변을 꾀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친이계', '친박계' 등 대규모 주류 그룹을 형성하며 세를 형성해온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초보 정치인'인 윤 당선인이 대선 승리의 깃발을 꽂고 단번에 최고 권력자에 오르자마자 마주한 정치적 현실도 녹록지 않다.
집권 비전이라 할 공약을 현실화하려면 180석 안팎에 달하는 '거야'(巨野) 의회 권력의 동의를 거친 입법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극한의 여소야대 국면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고도의 정치력과 창의적인 리더십이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영일 전 의원 영입 환영식하는 윤석열과 김한길 |
이러한 연장선 상에서 여소야대 국면과 맞물려 협치와 협력을 전제로 한 정계개편 시나리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윤 당선인은 선거기간 유세에서 여러 차례 "민주당의 양식 있고 훌륭한 정치인들과 합리적이고 멋진 협치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친이재명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민주당 인사들과는 협력해 집권 초기를 '식물 대통령'으로 허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평소 주변에 '정파와 관계없이 인재를 넓고 깊게 쓰겠다'고 강조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거기간 후보 직속 기구로 둔 새시대준비위원회(정권교체행동위)가 당선 후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그릇 아니냐는 말도 선거기간 한때 나왔다.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새시대준비위를 이끌었고, 민주당 출신의 호남계 의원들이 포진해 있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이 패배 책임론과 내부 당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새 정부의 검찰 권력 향배에 따라 사정의 칼날이 정치권을 겨눌 경우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말도 나온다.
윤석열ㆍ안철수 인사 |
다만 정치권에선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졌던 3김 정치에서나 가능했던 일이라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어려운 일이다. 민주당 내 움직임을 예측하고 기획해 대응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여당으로서 매끄러운 국정 인수인계를 받아 코로나·경제 위기 상황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결국 정계개편 여부와 관계없이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언했던 '통합의 정치' 실현 여부가 집권 초기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촛불민심의 여망을 받아든 문재인 정권이 극한의 진영 논리 속에 5년 만에 무너진 점을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윤 당선인으로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대선 직전 쓴 '단일화 청구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통합정치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과 안 대표는 대선 뒤 합당을 전제로 인수위·공동정부 구성까지 합의한 바 있다.
당장 인수위 구성과 조각(組閣) 과정에서 자리다툼이 벌어지거나 국민의당과의 합당 중 지방선거 공천이나 당권 등을 둘러싸고 양측이 험한 꼴을 보인다면 시작부터 '윤석열표 통합정치'는 허언으로 비칠 공산이 크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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