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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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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이 남긴 것···역대급 비호감, 정책 실종, 여성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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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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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시장 앞에서 열린 ‘고양시를 위해! 고양시민을 위해!’ 고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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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부산시 연제구 세병로에서 열린 “국민이 승리 합니다”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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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 9일 다가왔다. 지난 4~5일 치른 사전투표는 사상 최대치인 36.93%의 투표율로 마감하고 본투표만을 남겨두고 있다.

사전투표로 드러난 유권자의 높은 관심과는 별개로 이번 대선에는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오명이 따라붙었다. 거대 양당 후보의 도덕성과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상호 네거티브 공방전이 이어졌다. 후보들의 담론과 정책 경쟁은 사라졌다. 양당 후보는 비슷한 생활밀착형 공약을 앞다퉈 내놨다. 야당 후보의 젠더 갈라치기로 여성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지워졌다. 야권 단일화로 판세는 끝까지 혼전을 거듭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

이번 대선에는 여야의 네거티브 공방전으로 얼룩진 비호감 대선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여야는 대선 전날인 8일에도 대장동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서로 “대장동 몸통”으로 지목했다.

이재명 후보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른바 ‘김만배 녹취록’을 요약한 웹자보와 함께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녹취록에는 대장동 민간사업자 김만배씨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 수사를 윤석열 당시 주임검사가 무마해줬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제주도 유세에서 “공직자들, 이 머슴이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한을 남용해 돈벌이하고 업자와 유착하면 철저히 엄벌해주는 것이 주인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이 후보를 대장동 의혹의 피의자로 지목한 셈이다.

두 후보의 가족 리스크도 대선 기간 내내 불거졌다.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는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허위 이력 기재 의혹을 받았다. 두 후보 배우자는 공식 선거운동기간 한 번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지난 4일 각각 서울과 부산에서 나홀로 사전투표를 했다.

■부동산 감세 등 비슷한 공약

이번 선거에서 부동산 이슈가 핵심으로 떠올랐지만, 여야 간 정책적 차별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거대 양당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비슷한 부동산 공약을 제시했다. 두 후보는 수도권 아파트 공급 확대, 양도소득세·취득세 등 부동산 세금 완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공약을 앞다퉈 내놨다.

거대담론 경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후보는 확장적 재정 정책에 찬성하고 윤 후보는 반대했으나, 각론에서는 두 후보가 비슷한 정책을 제시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코로나19로 손해를 본 자영업자 50조원 지원을 약속했다. 두 후보 모두 증세에는 반대했다. 양당의 공약도 생활밀착형으로 수렴했다. 이 후보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을, 윤 후보는 ‘심쿵’(심장이 쿵 할 정도로 설렘) 공약을 내놨다.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이 후보 소확행 공약 1호는 오토바이 소음근절, 윤 후보 심쿵 공약 1호는 택시 운전석 칸막이 설치였다.

■여성 혐오 대선 논란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폭력 무고죄 강화를 공약했다. 2030세대 일부 보수 성향 남성을 겨냥한 공약으로 젠더 갈라치기 논란을 빚었다. 윤 후보는 “페미니즘이 건전한 남녀교제까지 막는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으로 여성 혐오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후보도 대선 초기였던 지난해 11월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주셔야 한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다.

두 후보의 입장은 여성 유권자가 핵심 부동층으로 떠오른 대선 막판에 미묘하게 바뀌었다. 민주당은 마지막 일주일 선거전략을 2030 여성에 집중했다. 이 후보는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녀 간의 구조적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차별과 혐오를 넘어 통합과 평등의 길로 가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나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이날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명의로 “행정상 실수”라고 부인했다.

■야권 단일화로 판세는 안갯속

막판 야권 단일화로 대선 판세는 요동쳤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사전투표 전날인 지난 3일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전격 사퇴했다. 역대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가 성사된 것은 1997년 김대중·김종필 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연합, 2012년 문재인·안철수 연합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세 번 중 두 번은 단일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번 단일화는 처음으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성사돼 안 후보 지지층 표심이 어디로 갈지 오리무중이다. 민주당은 안 후보를 지지했던 호남의 2030대, 수도권 여성 표심이 이 후보에게 오고 있다고 판단한다. 국민의힘은 야권 단일화로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이 결집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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