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컬링으로 연 맺은 백혜진-남봉광 부부
아내의 첫 패럴림픽에 "내 일처럼 기뻐"
[패럴림픽] 리드 백혜진의 투구 |
(베이징=연합뉴스) 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한 휠체어컬링 대표팀 '장윤정고백'의 리드 백혜진(39·의정부 롤링스톤)은 휠체어컬링을 "운명"이라고 말한다.
백혜진은 28살이던 2011년 가족들과 여행 중 교통사고로 척수 장애인이 됐다.
본인이 이겨내지 않으면 가족이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씩씩하게 장애를 받아들인 그는 배드민턴 등 운동을 시작했고 2015년 본격적으로 휠체어컬링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휠체어컬링과 함께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휠체어컬링을 업으로 삼은 그는 컬링을 하다 지금의 배우자도 만났다.
2016∼2018년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진행한 신인선수 캠프에서 휠체어컬링 선수인 남봉광(42·서울시청)을 만나 2020년 11월 부부의 연을 맺었다.
백혜진이 속한 의정부 롤링스톤 팀은 지난해 6월 팀 대항전 방식으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베이징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백혜진은 남편 남봉광이 속한 서울시청, 한전 KDN 등을 누르고 생애 첫 동계 패럴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이를 위해 이후 9개월간 이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베이징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결혼한 지 1년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혼이지만, 남편은 기꺼이 '생이별'을 감내했다.
남봉광은 아내의 첫 패럴림픽이 "내 일처럼 기뻤다"며 "우리 서울팀이 떨어져 속상해하고 있다가 아내가 전남 팀을 이기고, 국대가 되는 순간 정말 기뻤다"며 웃었다.
남봉광-백혜진 부부 |
남편에게도 휠체어컬링은 운명이자 일이자 사랑이다.
그는 "컬링을 통해 직업도 얻고 평생 함께할 사람도 만났다. 컬링은 운명이 맞다"고 했다.
아내 백혜진 역시 "남편 팀과 경쟁 끝에 내가 패럴림픽에 나가게 됐는데, 남편이 많은 응원을 해주고 있다. 항상 응원해주는 남편을 생각하며 베이징 패럴림픽에 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부부는 지난겨울 2018 평창 올림픽 '팀킴'의 전 경기를 함께 지켜봤다고 한다.
남봉광은 "아내와 함께 컬링을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작전 이야기를 많이 한다. 'A가 괜찮다' 'B가 괜찮다' 하다 서로 목소리가 높아질 때도 있다"며 웃었다.
'선수' 백혜진의 장점을 묻는 말에 남봉광은 "팀의 유일한 여자 선수로서 오빠, 동생, 동료들과 화합을 잘하는 성격이다. 리드로서 얼음도 잘 파악하고 무엇보다 팀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는 속 깊은 선수"라고 답했다.
'아내'로서의 장점을 묻자 "내게 잘 맞춰주고, 잘 챙겨준다. 요리도 잘한다"며 칭찬을 이어갔다.
남봉광은 아내의 팀이자 라이벌이기도 한 의정부 롤링스톤에 대해서는 '흔들림 없는 팀워크'를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다.
"팀원들끼리 대화를 아주 편하게 하는 팀이다. 휠체어컬링에서 가장 중요한 드로샷을 잘하고 좋아하는 팀이다. 각자의 기본기도 탄탄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달 장애인동계체전에서 남봉광의 서울시청은 백혜진의 경기도 팀을 꺾고 우승했다.
남봉광은 "아내 팀의 패럴림픽 직전 패배는 보약이 될 것"이라고 했다. "컬링은 당일 컨디션이 중요하다.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았을 수 있고, 패럴림픽 무대에선 분명 보약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백혜진은 지난 4일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 기수를 맡기도 했다. 남편은 "주위에서 문자와 응원을 많이 받았다. 아내가 자랑스럽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 대회 휠체어 컬링은 11개 팀이 풀리그 각 10경기를 치른 후 1∼4위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1-4위, 2-3위전 승자가 결승에 진출한다.
'팀 장윤정고백'은 6일까지 3경기에서 1승 2패를 기록 중이다.
라트비아(4-8 패), 스위스(7-8 패)에 연달아 패하다 6일 세계랭킹 2위 노르웨이를 9-4로 제압해 첫 승을 거뒀다.
기세를 끌어올린 한국은 7일 오후 3시35분(한국시간) 홈팀 중국을 상대로 4차전에 나선다.
서울시청 남봉광이 아내 백혜진에게 쓴 편지 |
남봉광은 아내의 '팀 장윤정고백'을 향해 "컬링은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4명 모두가 잘해야 승리할 수 있다. 긴장하지 말고 끈끈한 팀워크로, 국가대표 선발전 때처럼 거침없는 도전자의 마음으로 경기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아내에게는 "혜진아, 그동안 훈련하며 노력했으니 좋은 결과 있을 거야. 첫 패럴림픽을 편안하게 즐기면서 하면 좋겠어. 대한민국 국가대표 파이팅!"이라며 애정이 담긴 응원을 보냈다.
bo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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