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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30주년] ③ 30년 철통경호 김성태씨 "고객으로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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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의 '든든한 그림자'…일거수일투족 함께하는 '1호 경호원'

"그가 걸어온 30년, 도전의 연속…다음 앨범 역작될 것"

연합뉴스

서태지와 함께 걸어온 30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서태지의 공식 민간 경호원 1호'로 잘 알려진 김성태 티알아이(TRI) 인터내셔널 대표와 서태지의 사진. 2022.03.07 yes@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몰려든 팬들과 취재진을 피해 '의뢰인'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 '그'가 마지막 5분을 남겨두고 지시한다. "○번 경로로 퇴장합니다!"

1993년 서태지의 공식 민간 경호원 1호로 발탁된 이후 지금까지 활동 중인 김성태(53) 티알아이(TRI) 인터내셔널 대표는 서태지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한다. 서태지가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최종 결정은 그의 몫이다.

민간 경호업체를 운영하며 서태지와 연을 맺은 김 대표는 국내에 '전담 경호원'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으며 수많은 문화 공연장 등에서 안전 운영을 총괄해왔다.

지난 3일 자택에서 만난 김 대표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그 시절 누군가는 서태지의 팬이었다. 남녀노소를 떠나서 대한민국의 화두는 단연 서태지였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서태지가 걸어왔던 지난 30년은 도전의 연속"이라며 "음악과 관계되지 않은 것을 음악 안에 접근시키려 할 때 이를 논리적으로 거부할 줄 아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던 게 서태지"라고 말했다.

1992년 초겨울 그가 친구 둘과 함께 경호업체를 차렸을 때만 해도 서태지가 고객이 되리라는 상상은 하지 못했다.

지인을 통해 서울기획 이태현 대표를 알게 되고 '서태지의 전담 경호를 맡길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TV에서 보던 그 서태지가 맞는지 묻고 싶을 정도였다고 한다.

"서태지 씨는 최고의 고객이에요.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의 프로 의식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죠. 세상에 둘도 없는 고객을 만나 더 잘하려 고민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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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가득메운 서태지 팬들
2000년 8월 서태지를 보기 위해 김포공항에 몰려든 팬들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화 대통령'으로 당대 최고 스타의 안전을 책임져온 만큼 에피소드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공연 때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팬들과 '첩보전'을 벌여야 했다. 4년 7개월 만에 컴백한 서태지가 귀국하던 2000년 8월에는 김포공항이 '초토화'되는 경험까지 몸소 겪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그는 새로운 경호 기법을 하나하나 도입했다.

서태지가 사용할 마이크를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을 그와 음향 엔지니어, 매니저 등 딱 3명으로 한정한 게 대표적 사례다. 스탠딩 공연용 바리케이드 설치, 공연장 ID카드 시스템 도입 등도 그가 시작한 일이다.

이런 경호 기법은 지금까지도 현장에서 널리 쓰인다.

일련의 경험을 정리한 책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뜨겁고 진실한 헌신, 경호'를 내놓기도 했다.

김 대표는 "1993년부터 따지면 말하지 못한 사연이 훨씬 많을 것"이라며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자료도, 정보도 없어 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제는 집중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눠 안전에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긴 세월 함께해 온 만큼 김 대표의 삶 곳곳에는 서태지의 흔적이 묻어난다.

자택 거실 장식장에는 서태지의 음반, 사진, 팬들이 준 선물로 가득 차 있었다. 평소 그를 '실장님', '실땅님'이라고 부르는 서태지는 음반이 나올 때마다 손수 메시지를 적어 그에게 선물해 왔다.

데뷔 15주년을 맞아 1만5천장만 찍은 기념 음반의 8번째 주인도 김 대표였다.

서태지는 이 음반을 건네며 "1993년부터 저와 우리 팬들을 너무 정성껏 보살펴주셔서 감사드린다.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 TRI 만세"라는 메시지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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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티알아이(TRI) 인터내셔널 대표의 책
지난 2015년 발간된 책의 표지 [티알아이(TRI)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한 사람의 고객으로서가 아니라 그가 곁에서 오래도록 지켜봐 온 인간 서태지는 어떤 모습일까.

김 대표는 과거 서태지와 3주 가까이 캠핑을 다닌 경험을 언급하며 "캠핑을 전혀 모르는 '초짜'를 위해 하나하나 준비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호할 때 배려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서태지야말로 대한민국 최고의 캠핑 전문가이자 원조 캠핑 달인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음악 작업을 할 때 한 번씩 놀러 가면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좋아하는 모습도 '서태지'답다고 한다.

김 대표는 "밤늦게 작업하고 있다고 하면 간식거리를 사 들고 가는 데 정말 좋아한다"며 "밴드 멤버들이랑 연습하는 걸 직접 들을 때도 있는데 유일한 관객으로서, 한 사람의 팬으로서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 봤을 때도, 지금도 서태지를 볼 때면 떨린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지고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보다 어리지만 존경스럽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그 누구보다 서태지의 팬이라고 자부하는 김 대표는 새 음반을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서태지는 지난해 연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근황을 전하며 "이런저런 일로 (음반) 작업에 거의 집중을 못 했다"고 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영감을 기다리지 말고 때려잡으러 가라'는 재치와 애정을 담은 당부가 많다고 한다.

김 대표는 "세월의 변화 속에 팬데믹을 겪는 일련의 과정에 새롭게 나오는 앨범은 아마 역작이 될 것"이라며 "우리 팬들이 조금이라도 더 뛸 수 있을 때 좋은 앨범을 갖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언젠가 나이 듦에 관해 이야기하다 서태지가 그러더라고요. 이제 딱 절반 살았으니 앞으로 절반도 재미나게 같이 살자고요. 제게 있어 서태지는 누구보다 가장 소중한 고객이자 친한 친구, 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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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의 '선물'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가수 서태지가 '공식 민간 경호원 1호' 김성태 티알아이(TRI) 인터내셔널 대표에게 선물한 음반 모습. 2022.03.07 yes@yna.co.kr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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