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격리자 사전투표분 집계조차 안돼…부정선거 논란·불복 시비 우려
알맹이 없는 선관위 입장문에 與도 질타…변협 "직접·비밀투표 훼손"
文대통령 "국민이 납득할 충분한 설명 필요" 유감 표명 후 선관위 2차 심야 사과
선관위, 내일 오전 긴급 전체위 소집…확진자 일반투표함 직접 투입 가닥
사전투표 하는 확진자 |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이동환 기자 = 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관리 논란이 3·9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둔 6일 대선 정국을 뒤흔드는 메가톤급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초박빙 판세 속에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만일 아주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갈린다면 확진·격리자들의 사전투표분을 놓고 부정선거 논란 내지 불복 시비가 벌어질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의 선거 불신이 더욱 가중될 수 있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제는 확진·격리자 사전투표가 얼마나 이뤄졌는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확진·격리자 투표가 시작된 전날 오후 5시부터 투표 마감 시각까지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모두 99만630명으로 집계됐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부 투표소에선 저녁 8시까지도 투표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 시간대 전체 투표자 중에서 일반 유권자와 코로나 확진·격리자를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게 선관위 측의 설명이다.
전날 0시 기준으로 투표권이 있는 확진·격리자를 포함한 재택 치료자는 102만5천973명이었지만, 이 중 확진·격리 유권자 규모 역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선관위, 사전투표 혼란에 "관리 미흡 송구" |
여야는 한목소리로 선관위를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MBN 인터뷰에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선관위 사무총장에게 강력한 항의 표시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전날 "선관위와 당국은 9일 본투표에서는 확진자들의 불편과 혼선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이날은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사전투표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선관위가 그 경위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접·비밀 투표 원칙을 무시했다는 법조계와 야권의 질타도 이어졌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직접투표와 비밀투표라는 민주주의 선거의 근본 원칙을 무시한 이번 사태가 주권자의 참정권을 크게 훼손하고 불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국회 행안위 소속 이영 의원은 "직접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 확진자에게 어떤 안내를 본투표 날에 할 것인지 대안을 제안해야 한다"고 선관위에 촉구했다.
[사전투표] 확진자 투표용지, 투표함 아닌 우체국 종이박스에? |
선관위는 이날 오전 하루 만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어제 실시된 코로나19 확진 선거인의 사전투표에 불편을 드려 매우 안타깝고, 송구하다"면서도 "이번에 실시한 임시 기표소 투표 방법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다. 모든 과정에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을 보장해 절대 부정의 소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입장 표명이 왜 이리 불성실한가"라며 "이것을 해명과 사과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나. 어디가 고장 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박찬진 선관위 사무차장은 이날 오후 국회 행안위 보고에서 "사전투표 과정에서 제기됐던 여러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박 차장은 행안위 보고에서 "3월 9일은 한 치 오차도 없이, 차질 없이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확진자 사전투표 혼란 관련 행안위 보고 |
대선 국면의 엄정한 관리라는 중책을 맡은 선관위가 대혼란을 초래하면서 책임론이 분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사전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관리 부실은 민주주의·법치주의 국가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어처구니없는 행위"라며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는 사실을 망각했다"고 꼬집었다.
노 위원장은 사전투표 이틀째이자 마지막 날인 전날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야권 등을 중심으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노 위원장 등 선관위 핵심 관계자들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선 여야가 입장차를 노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무총장은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며 "상징적으로 위원장도 사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위원들도 전부 다 사퇴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 공세로 될 문제는 아니다"라며 "국민적 신뢰 속에 투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선관위는 본투표일에는 확진·격리자용 임시기표소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7일 오전 10시 긴급 전원회의를 열어 이같은 방침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투표함 이용' 방침이 확정될 경우 본투표 당일 확진·격리자는 직접 투표용지를 넣을 수 있게 되면서 관련 논란은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막판에 확진·격리 유권자가 몰릴 경우 현장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개표 지연 등 또다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파문이 확산한 가운데 선관위는 이날 밤 "안정적인 선거관리에 대한 국민의 믿음과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추가 사과를 했다. 문 대통령의 유감 표명 및 대국민 상황 설명 필요성 언급 등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선관위는 "확진 선거인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투입하는 방법 등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전체 위원회의에서 확정한 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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