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중립국 스위스의 특별한 결정과 새로운 시험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진출 추진…찬·반 의견 분분

연합뉴스

스위스 제네바 호숫가에 걸린 스위스 국기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스위스의 연방 정부는 최근 특별한 결정을 내렸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그것도 제재의 일부가 아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주요 인사들의 역내 자산 동결과 러시아 항공편의 운항 금지 같은 EU의 모든 대러 제재에 함께하기로 했다.

스위스 내 러시아인의 보유 자산이 2020년 기준 약 104억 스위스프랑(약 13조5천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방의 대러 압박에 상당한 힘을 실어준 결정이다.

이미 미국을 필두로 많은 나라가 러시아에 제재를 시작한 상태에서 이번 결정이 새삼 주목을 받은 까닭은 스위스가 그간 중립을 엄격하게 표방해왔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그동안 국제 분쟁이 일어났을 때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무기 수출 측면에서도 모든 분쟁 당사자를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일례로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했을 대에도 일부 러시아 관리에 대해 여행을 금지했을 뿐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신중한 태도'에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스위스도 입장을 바꿨다.

연합뉴스

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스위스에 중립국으로서 또 다른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도전이다.

스위스 정부는 지난 2011년 일찌감치 비상임 이사국 후보국으로 등록했으며, 유엔은 오는 6월 미국 뉴욕 본부에서 총회를 열고 투표를 통해 2년 임기의 비상임 이사국을 선출할 예정이다.

선출된 국가는 오는 2023∼2024년 비상임 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된다.

서방 국가 몫인 2석에 스위스와 몰타만 입후보한 상태여서 스위스의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스위스 정부의 이 같은 도전에 일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현지 매체 스위스인포는 보도했다.

유엔 헌장에 따르면 안보리는 세계 평화를 유지할 주요 책임을 지고 있으며, 국제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제재를 부과하거나 군사 개입을 승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중립국 원칙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안보리 이사국이 이처럼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스위스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국민 투표 등 스위스가 지켜온 직접 민주주의 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또한 안보리는 거부권을 지닌 5개 상임 이사국에 사실상 좌우돼 비상임 이사국인 스위스가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국내·외 비판에 노출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연합뉴스

2021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상임 이사국 간 다른 목소리로 안보리가 교착 상태에 빠졌을 경우 그간 국제무대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온 스위스가 이를 조율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스위스 정부도 후보국 등록 당시 "안보리 진출에 성공할 경우 평화 증진을 위해 노력할 기반을 확보하게 되며, 정직한 중재자 및 가교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과거 국제 분쟁의 중재지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했지만 최근 들어 오스트리아 빈, 핀란드 헬싱키, 노르웨이 오슬로 등과 경쟁하고 있는 제네바의 인기도 되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거론됐다고 스위스인포는 전했다.

연합뉴스

유엔 안보리 회의장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ngin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