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학 시대 이미 끝나…민심이 천심”
민주당 노무현 후보(왼쪽)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경향신문 자료사진 |
더불어민주당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사례를 소환하며 “역풍이 불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 후보가 당시 후보 단일화를 했다가 선거 전날 지지를 철회했지만 노무현 대통령 당선으로 귀결된 역사를 다시 꺼냈다.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역시 ‘기계적 단일화’에 실망한 중도층 표심이 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야권 후보 단일화 소식이 전해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20년 전의 경험 때문일까. 그리 충격적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2002년 대선 하루 전날 정몽준 후보의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가 있었고, 단일화를 추진했던 저는 절망했다”며 “정치를 떠나기로 마음 먹고 마지막 도리로 노무현 지지성명을 내고 투표한 뒤 나락 같은 깊은 잠에 빠졌던 저는 노무현 승리의 기적을 TV로 지켜보며 펑펑 울었다”고 회고했다.
김 의원은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후보 캠프에 합류했고 정 후보를 설득해 노 후보와의 여론조사 단일화를 성사시킨 주인공이다. 이후 정 후보가 대선 전날 지지철회를 선언하자 정 후보 캠프에서 나왔다.
김 의원은 “그날 이후 제가 정치공학을 근본적으로 믿지 않는다. 정치공학이 아니라 국민이 결정하고, 민심이 천심이다”라며 “윤·안 후보 두 분이 야밤에 합쳤으니 윤·안의 ‘유난한 야합’이라 해도 될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 단일화를 2002년 정 후보의 배신과 동일선상에 놓고 민의를 져버린 정치공학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정무실장을 맡고 있는 윤건영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를 철회했을 때 많은 사람이 노무현 후보에게 부정적일 것이라고 했는데, 오히려 지지층 결집 또는 중도층의 변화를 이끌어냈던 적이 있다”며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어떤 부분은 긍정적으로, 어떤 부분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텐데 온전히 국민의 몫이고, 정치공학적으로 또는 정치인들이 재단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 메시지총괄 담당인 카피라이터 정철씨도 SNS에서 “그날 그 밤 정몽준이 생각난다”며 “시민들이 ‘눈빛 단일화’, ‘가슴 단일화’, ‘치열함 단일화’를 할 것이고 역사가 뒤에서 이를 힘껏 밀어줄 것이다. 역풍이 분다”고 적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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