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주요 4개 정당의 대선 후보들은 2일 TV토론에서 젠더 이슈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페미니즘의 개념, 구조적 여성 불평등, 여성가족부 존폐, 성인지 예산 등 젠더 이슈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본격적인 젠더 이슈 토론을 벌이기 전에 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성범죄와 2차 가해에 대해 사과했다. 페미니즘의 개념, 성인지 예산을 두고는 이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협공하는 듯한 모습도 연출됐다.
4명의 후보들은 이날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여가부 존폐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윤 후보는 앞서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처음엔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를 만든다고 하더니 여가부 폐지만 들고 왔다”며 “그 부처가 여성만 담당하는 것도 아니고 청소년도 담당하는데 폐지하면 어떡하느냐”고 물었다. 심상정 후보도 윤 후보에게 “여가부 폐지가 왜 청년 공약에 들어가 있으냐”며 “남녀 갈라치기해서, 여혐해서, 표 얻어보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에 제가 여러 가지 공약 발표하는데 청년이 연관되니까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대선 후보들은 페미니즘의 개념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과거에 ‘페미니즘 때문에 남녀교제가 잘 안 돼서 저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을 언급한 뒤 “윤 후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윤 후보는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서, 여성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페미니즘은 여성의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나가려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라며 “페미니즘 때문에 남녀가 못 만나고 저출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 답변을 두고 “윤 후보가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일부라고 하다니 놀라운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구조적 여성 차별이 있느냐를 두고도 논쟁을 벌였다. 이 후보는 먼저 “저는 우리 사회에 구조적인 성차별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면서 “(남녀간)임금격차가 크고 (여성은)승진이 어렵고 유리천장이라고 하는 것이 OECD에서 가장 나쁜 지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를 향해 “이 구조적인 성평등, 불평등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고 폄훼하면 안 된다”면서 “그 구조적 불평등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여전히 구조적 성평등은 없고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구조적 불평등이)전혀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중요한 것은 여성과 남성을 집합적으로 이렇게 나눠가지고 이걸 양성평등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여성이든 남성이든 어떤 범죄를 피해를 당한다거나 또는 공정하지 못한 처우를 받았을 때 거기에 대해서 우리 공동체 사회가 강력하게 대응해서 그걸 바로 잡는데 이것을 집합적인 양성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오른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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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말씀의 취지가 이해가 안되는데 있다는 겁니까? 없다는 겁니까?”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제가 완전히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접근을 해야 되느냐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가 다시 “완전히 없는 것 하고 없는 것하고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고 하자, 윤 후보는 “질문을 정확하게 하시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성차별 문제는 겪고 있는 현실이다.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을 뭐라고 부르던 간에 페미니즘이라고 부르던 그런 노력들은 존중되어야 하고 현실은 냉정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젠더를 주제로 질문을 하기 전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와 2차 가해에 대해 사과했다. 이 후보는 “국민 여러분. 본격적인 토론을 하기에 앞서서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권력형 성범죄 저지르고 (민주)당 역시 피해호소인이라는 이름으로 2차 가해에 참여한 분들이 있고 결국 그 책임을 다 끝까지 지지 않고 공천까지 했던 점들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상처 입고 또 그에 대해서 질타하고 계신다”면서 “오늘 여성 정책에 관한 질의를 할 것이기 때문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시작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의 회초리의 무서움을 알고 앞으로 이런 일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심 후보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범죄 사건을 거론하며 이 후보를 압박했다. 심 후보는 “여성청년도 유권자다. 페미니즘 때리기 갈라치기 정치 이런 거는 제가 단호히 막겠다”면서 “첫 토론에서 안희정 씨 성폭력 2차 가해자가 선대본에서 일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사실관계 파악해서 조치하셨는지 말씀 좀 해달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저인망식으로 찾아내기는 어렵다. (누구인지) 문자나 연락을 달라”고 답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변호사 시절 조카의 살해 사건을 변호했던 이력을 거론하며 “여성 인권을 무참히 짓밟으면서 페미니즘 운운하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에게 “(변호사 시절) 조카가 여자친구하고 어머니를 37번 찔러서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을 맡아서 데이트 폭력과 심신미약이라 하고, 또 딸이 보는 앞에서 엄마를 회칼로 난자해서 살해한 흉악범을 심신미약, 심신상실이라고 변호했다”며 “만약 이런 분이 이 나라 지도자가 되신다면 과연 젊은이들이 아이 낳고 싶은 나라가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일단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범죄인을 변호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게 부족한 면이었다 생각하고 피해자께 다시 한번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페미니즘과 이거(변호)랑 상관 없다”며 “변호사의 윤리적 직업과 사회적 책임, 이 두 가지가 충돌하는 문제이니 좀 분리해서 말씀하셔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여성들이 그렇게 생각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와 심 후보가 성인지 예산을 두고 윤 후보를 협공하는 그림도 나왔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성인지 예산이 30조원인데 이거 일부만 떼면 북핵개발, 북한 핵 위협으로 막을 수 있는 무기를 살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언급한 뒤 “구조적인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 중에 하나가 성인지 예산제도”라면서 “성인지 예산이 구체적으로 뭐라고 생각을 하시는 지, 성인지 예산에서 어떤 것을 삭감해서 국방비에 쓸 수 있는지 말씀해달라”고 질문했다. 윤 후보는 “성인지 예산이라고 하는 것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예산들 중에 여성에게 도움이 된다는 차원으로 만들어 놓은 그런 예산들”이라면서 “그런 예산들을 지출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예산들이라고 봤고 거기서 조금만 지출구조조정을 해도 우리가 북핵으로부터의 대공방어망을 구축하는 데 쓸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혀 포인트가 안 맞는 말씀”이라고 지적했고, 윤 후보는 “포인트가 왜 안 맞느냐”고 맞섰다.
심 후보도 윤 후보를 겨냥했다. 심 후보는 “(성인지 예산은) 제가 법안 만들어서 통과된 것”이라면서 “아직도 (윤 후보가) 성인지 예산제를 모르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심 후보는 “이거 삭감해서 국방비로 쓴다는 것이 황당했다”면서 “여성정책을 곁에서 코멘트 해주는 사람 이준석 대표 말고는 없나”라고 말했다.
박순봉·문광호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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