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우호적 환경…젤렌스키, 신속한 가입 승인 거듭 촉구
가입 절차 오래 걸려…가입 논의 자체가 러시아에 경고될 수도
우크라이나 국기(좌)와 유럽연합(EU) 깃발 |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항해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 나서면서 우크라이나의 숙원인 EU 가입에 '청신호'가 켜졌다.
러시아의 침공 배경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의 EU, 나토 가입 등 '서방화'였는데, 오히려 러시아가 가입의 촉매제가 된 모양새다.
EU는 즉시 4억5천만 유로(약 6천60억 원)의 EU 재원을 우크라이나의 무기 구매에 사용하고 추가로 5천만 유로(약 673억 원)의 의료물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는 점은 주목해 볼 만 하다.
그는 "우리는 많은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했고 오랜 시간 그들은 우리에 속하게 됐다. 그들은 우리 중 하나이며 우리는 그들의 가입을 원한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EU 가입 신청서에 서명하고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특별 절차를 통해 즉시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유럽의회 화상 연설에서 "EU가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을 증명해 달라"면서 신속한 EU 가입 승인을 거듭 촉구했다.
동유럽 8개 EU 회원국(불가리아·체코·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폴란드·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도 이를 지지하는 연대 성명을 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구체적 움직임도 보인다.
EU 회원국 대사들은 EU 집행위원회에 우크라이나의 가입 가능성에 대한 초기 평가를 요청하기로 합의했다.
이 요청이 수용되면 EU 집행위는 우크라이나가 가입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됐는지, 또 어느 시점에 EU 집행위가 회원국에 의견을 제시할지 결정하게 된다.
EU 집행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 때문에 EU가 가입 관련 절차의 속도를 높이는 데 합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는 10∼11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포격 규탄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가 급부상했지만 실제 가입이 성사되기까지는 장기간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의장은 우크라이나의 공식 가입 요청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것은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EU 내에 (회원국 추가 확대에 대해) 이견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EU의 신규 회원국 가입 규정에 '급행 절차'는 없으며 오랜 기간 자격 심사와 가입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2013년 크로아티아가 신규 회원국이 된 이래 아직 새로 EU에 가입한 국가는 없다.
2004년 가입한 폴란드는 1994년 가입 신청 후 10년 만에 가입 승인을 받았다.
현재 터키,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세르비아는 EU 가입 후보국으로 선정돼 가입 협상 중이다. 보스니아와 코소보는 예비후보국으로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EU 가입을 추진한다고 공언했을 뿐 현재 예비후보국 자격도 아니다.
후보국으로서 가입 협상을 개시하는 데에도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승인해야 한다.
후보국이 EU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하려면 까다로운 가입 협상을 거쳐야 한다.
우선 후보국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사법권 독립 등 민주국가 체제를 갖춰야 하며 인권을 보장하고 소수자에 대한 보호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또 시장경제가 기능해야 하며 공정한 경쟁이 보장돼야 한다. EU의 법률체계를 수용하고 경제통화동맹에도 참여해야 한다.
이런 기준을 충족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EU와 후보국은 30여 개로 세분된 분야에 대한 협상과 검증작업을 진행한다. EU와 오랜 기간 어려운 가입 협상을 벌여야 하는 후보국은 EU에서 일정한 재정, 행정, 기술적 지원을 받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크림 자치공화국)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반군을 러시아가 지원한 이후 EU 가입을 추진해왔다.
우크라이나 지지 집회 |
EU는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직후인 2014년 6월 우크라이나와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포함하는 '포괄적 협력협정'을 체결하고 우크라이나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지원했다. EU·우크라이나 간 자유무역협정(FTA)은 2016년 1월 발효했다.
우크라이나는 2019년 2월 개헌을 통해 EU 가입을 국가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EU는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전 상황이 계속된 탓에 가입 절차 개시를 주저해왔다.
이제 러시아의 침공으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가입 논의는 촉발됐다.
비록 우크라이나가 EU 가입 절차를 통과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가입 논의 자체만으로도 러시아엔 침공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경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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