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개선 의지 피력했지만
강제동원 판결 등 새 제안은 없어
우크라 침공 염두 강한 국력 강조
강제동원 판결 등 새 제안은 없어
우크라 침공 염두 강한 국력 강조
태극기 들고 만세삼창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태극기를 들고 참석자들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제103주년 3·1절 축사를 통해 과거사와 외교 현안을 분리하는 투트랙 기조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후부터 전임 박근혜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를 선언하는 등 대일 강경자세를 유지해오다, 2021년 신년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과거사와 현안을 분리하는 투트랙 기조로 방향을 전환했다. 임기 마지막으로 행해진 이날 3·1절 축사에서도 이런 기조가 유지됐다.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했지만, 양국관계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인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한국 측의 새로운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임기가 7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꽉 막힌 양국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새로운 제안을 내놓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실질적으로 강제동원 판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개선을 위한 카드도 마땅하지 않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취임 초기 문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는 강경했다. 문 대통령은 “전쟁 시기 반인륜적 인권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2018년 3·1절 기념사)거나, “일본이 이웃 나라에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 평화·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바란다”(2019년 광복절 경축사) 등 꾸준히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서만큼은 진전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그러나 2021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정부 간 합의로 인정한다”며 유화 제스처를 보이면서 양국관계 개선 신호를 보냈지만, 양국관계는 평행선을 달렸다. 이날 축사에서 낸 대북 메시지도 원론적인 수준에서 그쳤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의지를 잃지 않는다면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상황 관리’에 중점을 두는 태도와 맥이 닿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염두에 둔 듯 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한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신냉전이 우려된다”며 패권 국가들의 국제정세 주도권 다툼 속에서 다시금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3·1 독립운동의 정신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불안한 안보’, ‘힘 없는 평화’ 등으로 공세를 강화하자 이를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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