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스위스 “특수 상황” EU 모든 제재 채택 ‘전례없는 결정’
‘분쟁지 무기수출 금지’ 깬 독일, 국방비 지출 확대 공약
군사 중립국 스웨덴·핀란드 무기 지원…나토 가입 시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각국의 대외 정책에도 큰 변화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0년 역사의 중립국 스위스는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 독일은 ‘분쟁 지역 무기 수출 금지’라는 금기를 깬 데 이어 국방비 지출 확대를 공약하면서 전후 외교노선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침공을 강행한 러시아의 폭주에서 안보 위협을 느낀 나라들도 속속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제재 동참으로 결집하고 있다.
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지금은 특수한 조치들이 필요한 특수한 상황”이라며 EU가 러시아에 부과하는 모든 제재를 스위스도 채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에 대한 금융제재, 푸틴 대통령 측근 인사 5명의 스위스 입국 금지, 러시아 항공기 영공 통과 차단 조치도 즉각 추진하기로 했다. 스위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독립 승인,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때는 서방의 제재에 참여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침공 이후 스위스 내 반러시아 여론이 고조되고 EU 안팎에서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러시아인 보유 자산이 많은 스위스의 제재 동참 여부가 결정적이라는 압박이 커지자 전례없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스위스 “특수 상황” EU 모든 제재 채택 ‘전례없는 결정’
‘분쟁지 무기수출 금지’ 깬 독일, 국방비 지출 확대 공약
군사 중립국 스웨덴·핀란드 무기 지원…나토 가입 시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각국의 대외 정책에도 큰 변화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0년 역사의 중립국 스위스는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 독일은 ‘분쟁 지역 무기 수출 금지’라는 금기를 깬 데 이어 국방비 지출 확대를 공약하면서 전후 외교노선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침공을 강행한 러시아의 폭주에서 안보 위협을 느낀 나라들도 속속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제재 동참으로 결집하고 있다.
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지금은 특수한 조치들이 필요한 특수한 상황”이라며 EU가 러시아에 부과하는 모든 제재를 스위스도 채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에 대한 금융제재, 푸틴 대통령 측근 인사 5명의 스위스 입국 금지, 러시아 항공기 영공 통과 차단 조치도 즉각 추진하기로 했다. 스위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독립 승인,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때는 서방의 제재에 참여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침공 이후 스위스 내 반러시아 여론이 고조되고 EU 안팎에서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러시아인 보유 자산이 많은 스위스의 제재 동참 여부가 결정적이라는 압박이 커지자 전례없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카시스 대통령은 이날 연방평의회 회의를 마치고 법무·국방·재무 장관과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스위스의 중립국 지위는 변함없다면서도 “스위스는 서구적 가치의 편에 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닐 제시 볼링그린주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스위스의 제재 참여 결정으로 “1815년(스위스 영세중립을 인정한 빈 회의) 이후 유럽의 국제관계가 새 시대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군사적 중립국으로 간주되는 스웨덴과 핀란드도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무기와 소총, 전투식량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스웨덴이 해외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1939년 소련의 핀란드 침공 이후 약 80년 만이다. EU 회원국인 두 나라는 냉전 시기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된 안보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는 아직 가입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협이 고조되자 나토 가입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개최된 나토 회원국 긴급정상회의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분쟁 지역에 무기수출을 하지 않기로 한 원칙을 깬 독일은 대러관계와 국방정책 차원에서 완전히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녹색당·자유민주당 연립정부는 러-독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2 인증절차 중단 선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결정 등 선명한 대러 강경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도이체벨레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집권 연정이 당초 목표와 달리 국방비 지출 확대를 위해 국가 부채를 늘리고, 탈석탄 및 탈원전 추진 일정을 늦출 조짐을 보이는 등 에너지 정책에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숄츠 총리는 특히 독일 군대 현대화를 목표로 1000억유로(약 135조원)를 투자하고, 미국의 첨단 스텔스기 F-35 구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방비 지출을 나토 합의사항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동안 미국과 나토의 요구에도 국방비 증액에 소극적이었던 독일로써는 파격이다. 현재 독일의 국방비 지출은 GDP 대비 1.53%다. 숄츠 총리는 이같은 계획을 밝히는 과정에서 나토에 대한 독일의 책임을 언급하면서도 독일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데 방점을 뒀다.
제프 래스키 존스홉킨스대 미국현대독일학연구소장은 최근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숄츠 총리와 집권 정부가 지난 몇 주 동안 독일 외교정책의 혁명을 이끌고 있다”며 “독일의 탈냉전 구상에 관한 낡은 전제들을 폐기하고, 러시아와의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을 실존적 안보 위협으로 체감한 소국들의 대응도 눈에 띈다.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결정 없이는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바꿔 러시아에 대한 금융·무역 제재에 나서기로 했다. 싱가포르의 독자 경제제재 조치는 1978년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리셴룽 총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히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의 자주권과 독립, 그리고 영토 보전이 존중돼야 한다고 단언한다”면서 “국제 관계가 ‘힘이 정의다’라는 개념에 기초한다면 세계는 싱가포르와 같은 소국들에는 위험한 곳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28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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