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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윤창호법 위헌' 여파…대법, 음주운전 사건 잇단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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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지난해 11월 '2회 이상 음주운전 가중처벌' 규정 위헌 결정

대법 "윤창호법 위헌 여부 심리·판단했어야" 잇따라 파기환송

"위헌 결정 형량에 반영…감형 정도는 다른 변수 고려해야"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두 번 이상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일명 ‘윤창호법’을 적용 받은 사건들이 최근 잇따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인데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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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이데일리 DB.


A씨는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모두 4회의 음주운전(음주 측정 거부 포함)과 4회의 무면허운전 혐의로 총 8차례 처벌 받은 전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5월 충남 공주시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콜농도 0.146%(0.08% 이상 면허 취소)의 만취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11km 운전한 혐의로 대전지법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B씨는 2011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2월 혈중알코올농도 0.116%인 상태에서 강원도 춘천시 한 도로를 주행하던 중 앞차 범퍼를 들이받아 운전자에게 전치 2주 상해를 입혔다. 이에 춘천지법에서 벌금 1200만 원이 선고됐다.

C씨는 2007년 음주운전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을 확정 받았다. 그러다 지난 2020년 6월 혈중알코올농도 0.085%의 상태로 강원도 춘천시의 한 도로에서 약 3㎞ 구간을 운전한 혐의로 춘천지법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A, B, C씨 모두 2심에서 항소가 기각되자 모두 상고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들 모두에겐 항소심 이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윤창호법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나오면서 변수가 생겼다. 헌재가 지난해 11월 ‘2회 이상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대법원 판결이 이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당시 헌재는 “과거 위반 행위가 10년 이상 전에 발생했고, 그 후에 음주운전을 했다면 이는 ‘반복적인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과거 범행을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무제한 후의 범행을 가중처벌하는 예는 찾기 어려운 데다,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윤창호법은 지난 2018년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대학생 윤창호씨가 숨지는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법이다. 윤창호법 조항은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게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현행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최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3명의 상고심에서 각각 벌금 1000만 원~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세 사건 모두에 대해 “위헌 법률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 이유와 같은 이유에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며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은 더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원심으로선 위헌적 결과를 피하기 위한 공소장 변경 절차 등의 필요 유무에 관해 심리·판단했어야 한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헌재의 윤창호법 위헌 결정 이후 꾸준히 해당 법이 적용된 사건들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헌재 위헌 결정 이후 처음 열린 지난해 11월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만인 유학생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 대해 헌재의 위헌 결정을 이유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다만 윤창호법 위헌 결정이 피고인들의 감형에 유리할 수는 있겠지만 형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대검찰청은 지난해 윤창호법 위헌 결정 이후 음주운전 일반 규정으로 적용 법조를 변경하되, 가중 사유를 양형에 적극 반영해 죄에 상응하는 구형을 내릴 것을 일선 청에 지시하기도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기존 판결들이 윤창호법을 적용해 형량을 결정한 것이라면 헌재가 이 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한 만큼 재판부는 헌재의 결정을 반영해 다시 판결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단순히 횟수 문제를 넘어 혈중알코올농도, 동종 범죄 전력 등 가중 사유를 고려해 판결을 내리는 만큼 형량이 어느 정도 줄어들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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