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다, 그들의 삼각관계…대선 막판까지 잠식한 ‘단일화 이슈’

[경향신문]
지지율 초접전 이재명·윤석열
안철수 향한 ‘구애’에 열 올려
정작 정책·비전 경쟁은 실종
지켜보는 유권자는 피로감 가중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가운데 둔 여야의 후보 단일화 경쟁이 대선 정국을 잠식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선두 다툼이 초박빙 양상으로 접어들면서다. 두 후보가 정책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못하는 데다, 비호감도가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막판 단일화 경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YTN 라디오에서 전날 송영길 대표가 정치개혁 연대를 제안한 데 대해 “우리 당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며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정치개혁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을 위해 정치개혁안을 급조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나 당장 민주당 안에서도 안 후보와의 연대가 선거 승리의 마지막 카드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정치교체를 명분으로 느슨하게나마 안 후보와 손잡는 데 성공한다면 윤·안 단일화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도 끌어들인다면 윤 후보를 고립시키는 그림까지 만들 수 있다. 민주당 선대위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재명·안철수 단일화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두 사람이 정치교체 구상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4자 구도로 선거를 치르는 방안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작지 않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을 띄우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던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다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꺼내든 것 자체가 촌극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가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에게까지 손을 내민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그간 후보 단일화에 여유 있는 표정을 보이던 국민의힘도 사정이 달라졌다. 안 후보를 향한 민주당의 적극적인 애정공세가 이어지고 있고 지지율은 최근 오차범위 내 초접전으로 변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둘러싼 여야 공방에서 자영업자 이탈이 두드러졌고,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 갈등 상황도 악영향이 컸다는 내부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내부 입단속 등 막판 단일화 합의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대선이 12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단일화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윤 후보는 지난 20일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안 후보는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 ‘마이웨이’를 강조하면서도 여지를 두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안 대표가 출마를 포기하면 적절한 예우를 하겠다는 게 공식적인 저희 입장”이라며 안 후보 측을 압박했다.

선거 막판까지 단일화 이슈가 안갯속을 맴돌면서 피로감만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후보가 안 후보를 찾아가 직접 설득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26일 윤·안 회동 시나리오가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인천에서 시작해 서울로 이어지는 유세 일정을 예고했다. 안 후보도 방송 녹화에 서울 종로 광장시장과 강남역 유세 등 서울에 머무를 계획이다.

심진용·곽희양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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