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29% "매출·수익배분 정보 안 받거나 몰라"
상생협의체서 건의사항 봇물…"표준계약서 개정·다양성 만화 지원"
웹툰작가 (CG) |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웹툰 관련 표준계약서 개정이 필요하다", "만화 분야 통합전산망을 신설해달라", "예술성이 높은 다양성 만화를 지원해달라"…….
25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웹툰 상생협의체' 간담회에서는 웹툰 작가 등의 건의사항이 쏟아졌다.
웹툰 산업의 화려한 외양과 달리 작가들은 열악한 창작 환경에 놓인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불공정 계약으로 정당한 대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국내 웹툰산업은 연간 매출 1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정작 작가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자신의 작품으로 얼마큼 수익이 발생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처럼 유료결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통합전산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년 웹툰작가 실태조사'를 보면 작가 중 29.0%는 매출·수익배분(RS)과 관련한 리포트를 받지 않거나 모른다고 답했다. 리포트를 받더라도 산출 근거나 내역이 구체적으로 포함된 경우는 58.7%에 그쳤고, 웹툰 플랫폼이나 에이전시와 체결한 계약서에 리포트 제공이 명시된 경우는 43.9%에 불과했다. 응답한 작가의 14.7%는 리포트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매출과 수익배분 내역을 확인할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채 엑셀 파일 형태로 리포트를 제공하는 경우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작가들은 말했다. 플랫폼 등이 가져가는 수수료 비율보다, 비율이 책정된 방식과 수수료가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투명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작가들은 플랫폼과 콘텐츠제공사업자(CP) 등으로 웹툰 유통구조가 복잡해지면서 매출과 관련해 충분한 정보를 공유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웹툰작가노동조합은 "마땅히 공유돼야 할 정보를 공유받지 못하며 이로 인해 과중한 수수료, 저작권 행사 제한, 과도한 비밀유지 의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원 매출과 프로모션(광고)의 공정한 기준 등 정보를 공개할 통합전산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출 관련 정보가 불충분하다 보니 계약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조는 "거대 플랫폼은 CP사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플랫폼이 일방적인 프로모션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갖는 한 창작자들은 정보 통제와 불리한 계약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웹툰 상생협의체 출범식 |
업계에서는 웹툰 인프라 발전을 위해서도 통합전산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몇 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통합전산망을 도입해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체부 관계자는 "다른 분야 사례를 기초로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 만화발전기금 신설 ▲ 다양성 만화에 대한 정부 지원 ▲ 표준계약서 개정 ▲ 지역 청년작가 지원 등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체부는 올해 10월까지 협의체를 운영하며 이들 건의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협의체 구성을 두고 노조 측이 반발하는 등 벌써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다. 노조는 "창작자 대표들의 자유로운 발언권을 보장하고 상생협의체에 신뢰할 수 있는 법률 전문가를 등용하라"고 요구했다.
문체부는 2018년에도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웹툰 공정·상생 협의체'를 만들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바 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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