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한류를 막아도 중국인 입맛을 잡은 ‘한국 맛’은 여전히 중국 소비자 사이에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중국에서 한 해 2000억 원어치 넘게 팔린다. 한한령을 뚫고 중국에서 선전 중인 대표적인 한국 식품을 소개한다.
중국 베이징의 한 수퍼마켓에 설치된 오리온 제품 판매대. /김남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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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온 초코파이
지난해 오리온의 대표 제품 초코파이가 가장 많이 팔린 나라는 중국이었다. ‘초코파이 情(정)’은 2021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5029억 원어치 판매됐는데, 이 중 중국 매출이 43%(2164억 원)를 차지했다. 중국에서 초코파이 매출은 2년 연속 2000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중국에선 초코파이 딸기를 비롯해 찰초코파이, 초코파이 바나나가 특히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수퍼마켓에 진열된 오리온 초코파이 제품. 오리온의 중국명은 좋은 친구란 뜻의 하오리유(好丽友)다. /김남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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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은 1997년 중국에 첫 해외 생산 공장을 세우며 현지화에 나섰다. 중국에선 초코파이 제품명에 한국 특유의 정서인 정(情) 대신 중국인이 중시하는 가치인 ‘어질 인(仁)’을 넣었다. 초코파이는 지난해까지 ‘중국 브랜드 파워 지수(C-BPI)’ 파이 부문에서 6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중국 베이징의 한 마트에서 판매 중인 오리온 과자류 제품. 오리온의 중국명은 좋은 친구란 뜻의 하오리유(好丽友)다. /김남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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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한 수퍼마켓 냉동고에 진열된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김남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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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중국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적 ‘K푸드’로 꼽힌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비비고 냉동 만두가 가장 많이 팔리는 해외 시장이다. 중국에서 비비고 만두 매출은 2019년 930억 원, 2020년 1600억 원, 2021년 1700억 원(약 9억 위안)으로 늘었다.
중국 베이징의 한 마트에서 판매 중인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찌개. 중국에선 중국이 김치를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인 '파오차이'를 제품명에 넣어 '파오차이탕'이란 이름으로 판매한다. /김남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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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증가로 CJ는 공장을 증설했다. 현재 CJ는 중국 남부 광둥성 장먼과 동부 산둥성 랴오청에서 비비고 만두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약 400억 원을 들여 랴오청 공장 증설에 착공해 올해 하반기 가동에 들어간다. 설비 확장 후 랴오청 공장에선 만두 외에 지난해 중국에서 출시한 냉동 한식 치킨도 생산한다. 현재 중국에서 판매 중인 비비고 제품으론 만두와 치킨 외에 찌개, 떡볶이, 훠궈, 컵밥도 있다.
중국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를 라이브스트리밍 판매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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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편의점에선 노란색 항아리 단지 모양 바나나맛우유를 자주 볼 수 있다. 빙그레가 한국에서 만들어 중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이다. 한 개 가격(238ml)이 우리돈 3000원 이상으로 한국 판매가의 두 배가 넘는 데도 잘 팔리는 편이다.
바나나맛우유는 2004년 미국 수출을 시작으로 현재 10여 개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특히 중국 판매량이 가장 많다. 전체 수출액 중 절반 이상이 중국 매출이다. 바나나맛우유 중국 매출은 2015년 150억 원에서 2019년 200억 원으로 늘었고, 2021년엔 260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 베이징의 한 마트에서 판매 중인 빙그레 바나나맛우유(왼쪽) 제품. 가운데는 딸기맛우유, 맨 오른쪽은 바닐라맛우유 제품. /김남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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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CGV 영화관에서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를 판매하고 있다. /김남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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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013년)’를 비롯해 중국에서 한류 열풍이 불자, 중국에서 바나나맛우유 멸균팩을 따라한 유사품이 판을 쳤다. 중국 소비자 사이엔 멸균팩 제품이 한국에서 먹어본 오리지널 제품과 맛이 다르다는 불만이 나왔다. 빙그레는 2014년 상하이 법인을 만들고 중국에 단지 모양 ‘진짜’ 바나나맛우유를 다시 내놨다. 2015년엔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출연으로 중국 내 인기가 높았던 배우 이광수를 광고에 등장시켜 한류 마케팅을 했다.
현재 빙그레는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배에 실어 중국에 보내 편의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 바로 진열한다. 냉장 제품 유통기한은 21일로 늘렸다. 빙그레 측은 “냉장 유통 제약 때문에 현재 상하이·칭다오 등 중국 동부 연안 도시 위주로 판매 중인데, 내륙 지역으로 유통망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국 베이징의 회원제 창고형 마트 샘스클럽에 진열된 농심 신라면과 김치라면. /김남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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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심 신라면
중국은 미국과 함께 농심의 대표적 해외 시장이다. 중국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은 대표 상품인 라면이다. 라면 중에서도 신라면, 신라면블랙, 김치라면이 특히 잘나간다.
중국 마트에선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신라면과 한국에서 수입한 신라면을 함께 판다. 한국인 입맛엔 중국식 신라면 맛이 조금 밍밍하고 더 느끼하다는 평이 있다. 중국 마트 허마셴성에선 봉지면 5개 들이 제품 기준, 중국식 신라면은 22.9위안(약 4300원), 한국 신라면은 29.9위안(약 5700원)에 판매된다.
중국 베이징의 한 마트에 진열된 농심 라면 제품. /김남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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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농심을 비롯해 삼양식품·오뚜기 등 한국 라면 회사의 최대 해외 시장이다. 지난해 한국 라면 전체 수출액은 6억7441만 달러(약 8000억 원)로, 2020년 대비 11% 이상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1억4990만 달러(약 1800억 원)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이 미국(8123만 달러), 일본(6528만 달러), 대만(3180만 달러) 순이다. 라면 수출액엔 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수량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해외 판매액은 훨씬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농심은 중국인이 라면을 조리하는 방식을 바꿔놓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농심이 1996년 상하이에 공장을 세우며 중국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중국에선 봉지면도 컵라면처럼 끓는 물을 부어 면을 익혀 먹는 게 일반적이었다. 농심은 마트 시식 행사 등을 통해 냄비에 면과 스프를 넣고 함께 끓이는 한국식 라면 조리 방식을 소개했다.
농심이 중국 베이징의 한 마트에서 판매 중인 새우깡 등 과자 제품. /김남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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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은 온라인·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확대 중이다. 특히 오프라인에선 미국 월마트 산하 샘스클럽, 코스트코 등 창고형 유료 회원제 마트 입점 후 매출이 늘었다. 중국 내 바둑 인기를 겨냥해 만든 ‘농심 신라면배 세계 바둑 단체 선수권 대회’가 올해로 23회째를 맞았을 정도로 마케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엔 백두산 공장에서 만드는 백산수 생수와 과자류 마케팅 활동도 늘렸다.
중국 베이징의 회원제 창고형 마트 샘스클럽에서 판매 중인 풀무원(중국명 푸메이둬) 냉동 식품. /김남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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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무원 스파게티
풀무원 중국 법인은 2020년 중국 진출 10년 만에 흑자를 냈다. 간편식 스파게티가 풀무원이 꼽는 일등공신이다. 두부와 냉동 가정간편식도 판매량이 늘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창고형 회원제 마트 샘스클럽에 풀무원 스파게티 제품이 진열돼 있다. /김남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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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은 지난해 대형 창고형 마트 샘스클럽에 주요 제품을 입점 시킨 후 매출이 크게 늘었다. 베이징 순이구의 샘스클럽 냉동 식품 코너엔 스파게티를 비롯해 얇은피 군만두, 국물 라볶이 치즈 핫도그, 모짜렐라 치즈볼 등 풀무원 제품이 대거 깔렸다.
중국 베이징의 한 마트에서 판매 중인 풀무원(중국명 푸메이둬) 한식 라볶이. /김남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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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남희 특파원(kn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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