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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베이징 올림픽이 남긴 외교적 과제 '한중 관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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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지난 11일 열린 반중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차량 위에 올라가 중국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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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끝났지만 올림픽 기간 동안 국내에서 급격히 표출된 반중 정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올림픽 후유증이 향후 한·중 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한·중 관계 관리가 외교적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드러난 양국의 국민 정서적 거리감은 이미 외교의 영역으로 번진 상태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지난 9일 심판 판정 논란에 대해 한국 정치인과 언론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하는 중국식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전형을 보여줬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 1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주재국 언론 보도와 정치인 발언 등에 대한 외국 공관의 공개적 입장 표명은 주재국의 상황과 정서를 존중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자제를 촉구한 바 있다.

반중 감정이 외교 문제로 번지고 한·중 관계가 긴장되면 한국이 더 큰 피해를 본다는 것이 문제다. 중국에게 당당하게 대응하면서도 국익을 지킬 수 있는 세련된 외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한·중 간 여타 현안과 달리 국민 감정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진정시키기가 쉽지 않다. 특히 한국 대통령 선거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제20차 중국공산당 당대회 등 양국의 중요한 정치 행사를 앞두고 있는 것도 조기 봉합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국내에서는 올림픽 이전부터 대중국 정책이 대선 이슈로 불거진 상태였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추가 배치 문제와 대중국 저자세 외교 논란으로 공방이 벌어지는 와중에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 논란’이 일고 쇼트트랙 경기에서 중국 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이 잇달아 나오면서 한국 선수들이 피해를 보자 반중 정서가 걷잡을 수 없이 폭발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이용해 반중 포퓰리즘 발언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내부 사정도 좋지 않다. 반중 정서의 핵심적 요인인 중국의 중화 민족주의와 애국주의가 잦아들 기미는 없다. 애국주의는 중국 지도부가경제성장 이후 퇴색해버린 사회주의 이념을 대신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고 국론을 결집시키기 위해 내세운 것이어서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한·중 수교 이후 경제적 관계 위주로 유지됐던 양국 관계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이번 올림픽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과 폭발적인 경제성장이 한국에게도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준 것은 사실이지만, 수교 30년이 지난 지금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한·중은 경제적으로도 경쟁 관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문제를 다뤘던 전직 관료 출신 전문가는 “지금까지 양국관계를 유지해온 동력을 대신할 새로운 협력 모델을 찾아야 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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