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특사 방문 앞두고 거듭 '불가'…특사 방문 실효성에 물음표
아세안 외교장관 리트리트' 취재진에게 설명 중인 쁘락 소콘 캄보디아 외교장관 |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특사가 쿠데타 유혈사태 해결 중재를 위해 내달 미얀마를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미얀마 군부가 반군부 세력과의 만남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특사가 미얀마를 방문하더라도 쿠데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전망이다.
21일 AFP 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정 외교부는 전날 밤늦게 성명을 내고 "특사를 포함해 아세안과 건설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특사가 불법적 조직 및 테러리스트 단체들과 상대하는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 그들은 폭력을 저지르고 완전히 파괴적인 방식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군부 세력과의 만남을 허용하라는 제안은 아세안 헌장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고, 아세안의 반(反)테러 노력도 훼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정은 쿠데타로 축출된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와 그 의회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 그리고 자체 무장조직인 시민방위군(PDF)을 테러 단체로 지칭하고 있다.
군정은 이전에도 아세안 특사가 미얀마를 방문하더라도 NUG 인사들이나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만날 수 없다고 말해왔었다.
NUG 등은 테러 단체이고, 수치 고문의 경우는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도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방문이 결국 무산됐었다.
앞서 올해 아세안 특사인 캄보디아의 쁘락 소콘 외교장관은 지난 17일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외교장관 리트리트(비공식 자유토론)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내달 미얀마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쁘락 소콘 장관은 현지 방문시 NUG 인사들과 만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군정에 요청하면서, "군정이 NUG와 직접 대화하지 않겠다면 특사가 다리를 놓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이 쁘락 소콘 장관이 미얀마를 방문할 때 NUG 측 인사들을 반드시 만나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회원국 장관은 특사 방문시 군부 쿠데타 이후 가택 연금 상태인 수치 고문도 반드시 만나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월 7일 미얀마를 방문한 훈센 캄보디아 총리(왼쪽)가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과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런 목소리에도 아세안 특사가 NUG 인사들 또는 수치 고문을 만나지 못한다면, 지난달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경우처럼 또 하나의 '사진 찍기 방문'에 그칠 공산이 크다.
미얀마의 현 쿠데타 위기는 불법적 폭력으로 권력을 빼앗은 군부와, 1년이 넘는 기간 군부를 상대로 투쟁 중인 NUG 사이의 갈등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교장관도 지난달 성명을 내고 "수치 고문이 없다면 대화는 무의미하다"면서 "수치 고문은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필수적이며 반드시 평화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얀마 군부는 문민정부 압승으로 끝난 지난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면서 지난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고, 이후 반군부 세력을 유혈 탄압해 그동안 1천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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