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세계 속 한류

대통령·BTS도 '쫄깃함'에 반했다…겨울제철 넘사벽 횟감 '이것' [e슐랭 토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찰떡같은 식감에 껍질·간·쓸개 등 특미



중앙일보

제주 다금바리 회의 특수부위. 프리랜서 장정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철 다금바리는 아무것도 안 찍어 먹어도 들큰하니 맛있습니다.”

제주에서 30년간 다금바리 전문 음식점을 운영해온 김상학(64)씨의 말이다. 겨울철 최고 횟감으로 손꼽히는 다금바리는 날이 서늘해지는 늦가을부터 겨울 사이가 가장 맛있다. 지방을 비축한 초봄까지도 좋은 맛이 나며, 비린내가 거의 없고 살을 씹으면 은근한 단맛이 난다.



“다금바리, 회 썰어 그냥 먹어도 맛있어”



중앙일보

제주 다금바리와 미역을 넣어 끓여낸 지리. 프리랜서 장정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식감은 쫄깃함을 넘어서 흡사 찰떡처럼 ‘찰지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고 귀한 탓에 버리는 부위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살코기지만 한 마리 당 몇점만 나오는 특수부위가 특미로 꼽힌다. 아가미 근처의 가마살, 지방이 풍성한 지느러미살, 가장 찰진 뽈살 등의 식감과 맛이 모두 다르다.

껍질과 간은 데친 후 먹는다. 껍질은 젤라틴으로 이뤄져 콜라겐이 많아 쫄깃하고, 데친 간은 고급 치즈처럼 풍부한 맛이 난다. 쓸개는 생으로 소주 등에 타 마시는데 마리당 하나뿐이라 이른바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리 끓이면 사골 육수처럼 뽀얀색 국물



중앙일보

다금바리 조형물. 프리랜서 장정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주 토박이는 회보다 머리와 뼈를 끓여낸 지리를 더 선호하기도 한다. 사골 육수처럼 뽀얀색으로 우려져 나와 구수하고 깊은 맛이 돌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도 이른바 ‘잘하는 집’에서는 여기에 미역을 넣어 진득함과 감칠맛을 더 풍성하게 한다. 임산부 등에게는 이 국물이 최고의 영양보충 음식이라는 찬사도 따라붙는다.



‘다금바리’는 ‘자바리’의 제주 방언



중앙일보

제주산 다금바리. 프리랜서 장정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금바리’는 사실 표준어가 아닌 제주 방언이다. 제주에서 ‘자바리’를 다금바리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 어류도감에 나온 다금바리라는 이름의 물고기는 자바리와는 다른 농어목의 생선이다.

야행성인 다금바리(자바리)는 무리를 지어 살지 않고 홀로 산다. 주로 수심 100~140m 깊이의 바다속 암초 지대에 서식한다. 정착성 어종으로 자신이 사는 곳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습성상 잡으면 그 자리에 또 한 마리가 와 있어 낚시꾼들은 자신만의 포인트를 알려주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1m 넘게 자라기도…최근 낚시로 잡혀 화제



큰 개체는 1m가 넘는 것도 있다. 지난해 11월 2일에는 서귀포시 범섬에서 갯바위 낚시로 길이 1m가 훌쩍 넘는 다금바리가 잡혀 주목을 끌었다. 1m18㎝, 31㎏에 달하는 대물로 성인 50~60명이 먹을 수 있는 크기다.

전문 어업의 배낚시로는 비슷한 크기의 다금바리가 가끔 잡히지만 갯바위에서 낚시로 잡힌 것은 매우 드문 일로 꼽는다. 제주에서 하루에 잡히는 총량이 30~35㎏정도임을 감안하면 한 마리가 하루치 무게를 모두 채운 셈이다. 대물을 잡은 제주도민 현관철(52) 조사는 “낚시 인생 12년 만에 가장 묵직한 손맛이었다”며 “낚시대가 부러질 듯 무겁고 힘이 세 손으로 10분 넘게 잡아당겨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진짜 다금바리는 줄무늬가 ‘5개’



중앙일보

지난해 12월 22일 BTS 지민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게시물. BTS 지민 인스타그램 발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금바리는 제주에서도 남쪽인 서귀포시 인근의 것을 최고로 친다. 바다가 깊어 서식하기에 좋고, 국내 최남단의 가파도와 마라도가 있어 해류가 복잡하고 거센 게 특징이다. 그래서 이곳 다금바리는 상대적으로 조직이 탄탄해 회를 썰면 살이 더 쫄깃하다.

“맛있고 귀하다”는 유명세에 가짜 논란도 있다. 사촌격인 ‘능성어’와 비슷하게 생겨 벌어진 일이다. 둘은 겉모습으로 구별하기 쉽지 않다. 몸통 무늬가 다섯줄이어야하고, 아랫입술이 튀어나와야 하는 등 생김새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인은 알기 어렵다. 능성어는 제주 방언으로 ‘구문쟁이’라 불리는 생선인데, 회를 썰면 빨간살이 흰살과 함께 보여 전체가 흰살인 다금바리와는 다르다.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꼼꼼한 확인 필요하다.



문재인·김영삼 대통령, BTS 지민도 맛봐



중앙일보

제주에서 30년간 다금바리 전문 음식점을 운영해온 김상학씨가 다금바리 회를 들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외의 유명인사들이 사랑한 음식으로도 주목을 받는다. 지난해 12월 22일 방탄소년단(BTS)의 멤버인 ‘지민’의 인스타그램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다금바리를 전문으로 하는 제주도내 한 횟집 마당의 나무난간에 앉아 해가 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었다. 제주를 여행 중인 지민이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의 ‘설쿰바당’을 찾으며 인근 횟집을 찾아 다금바리를 맛봤고, 그 소문이 BTS 팬덤인 ‘아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이 횟집에는 최근까지도 이를 확인하기 위한 팬들의 문의전화가 이어진다고 한다.

대통령이나 내각총리 등 VIP가 즐겼다는 일화도 여러 건 전해진다. 1995년 한·미 정상회담 당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다금바리 오찬을 즐겼다. 김 전 대통령은 이듬해인 1996년 한일정상회담 때도 그 맛을 잊지 못해 다금바리로 오찬을 택했다는 후문도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당선인 신분으로, 2004년에는 한·일 정상회담차 제주를 찾아 다금바리를 맛봤다. 2019년 가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차 제주를 찾아 다금바리 맛을 보기도 했다. 2009년에는 당시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제주에서 먹은 다금바리 맛에 놀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중앙일보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 직원들이 지난 1월 수조안에서 키워지고 있는 다금바리를 관리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캐나다 총리, 북측 인사도 다금바리 맛봐



외국 정상으로는 브라이언 멀로니 전 캐나다 총리가 2018년 제주(평화)포럼 참석 중 다금바리 식사를 했다. 2005년 남·북 장관급회담 당시에는 제주를 찾은 북측 인사가 다금바리 회와 쓸개주 등을 맛보기도 했다.



매년 어획량 줄어 가격 치솟아



다금바리는 최근 잘 잡히지 않는 탓에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최근 수협 경매에서 다금바리는 ㎏에 13~14만 원대에 거래된다. 지난해 말 6~7만 원대보다 가격이 배로 뛰었다. 매달 잡히는 양에 따라 가격이 바뀌기 때문에 횟집들은 대부분 ‘시가’로 판매한다.



제주도, 다금바리 치어 키워 바다에 방류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귀한 어종이다 보니 육상의 수조에서 다금바리 치어를 키워 바다에 방류하는 종묘사업이 2007년부터 활발하다. 제주 최대 다금바리 산지인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수협의 한해 어획량은 2017년 12.1t, 2018년 13.3t, 2019년 9.1t, 2020년 9.8t, 지난해 7.7t으로 종묘사업 전보다 10여배 이상 늘어났다.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 강형철 연구사는 “다금바리는 치어 생존율이 1%대로, 최대 30%까지 생존하는 타 어종에 비해 키워내기 매우 어렵다”며 “남획 등 여러 변수가 있지만, 앞으로도 종묘사업을 통해 어족자원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