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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위치에는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만 올라갈 수 있다. 고려 말 최고 장수로 칭송받았던 최영 장군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며 황금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1971년 이후 금과 달러 교환이 정지(금본위제 폐지)되면서 금은 화폐의 지위에선 내려왔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같은 전 세계 불확실성 시대에선 또다시 '완소'(완전히 소중한)의 위치로 올라서고 있다.
과거에도 꾸준히 인기를 유지했지만 최근에도 나 홀로 시세가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래 금은 전통적인 환율 헤지(방어) 수단으로 그 가치가 높았는데 올해 들어서는 초과 수익률까지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이후 전 세계 자산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도 금은 귀한 몸이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고 말한 이후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선언하자 전 세계 투자자들은 대표 안전자산인 금으로 몰려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금 투자를 늘리는 상황이다. 실제로 KB국민·신한·우리은행 금 통장(골드뱅킹)은 작년 1월 6327억원이었던 잔액이 올 들어 7000억원을 넘어섰다. 1년 새 금 통장 규모가 11%가량 불어난 것이다.
금의 또 다른 특징으로 금속의 펴짐을 의미하는 전성과 늘어짐을 의미하는 연성이 매우 높아 금 1g은 3㎞까지 늘어날 수 있다. 또 금은 열과 전기 전도율이 높아 고온에서도 잘 견딜 수 있는 편이다.
멕시코, 페루 등 미주 대륙에서 광범위하게 채굴되는 은에 비해 금 생산량은 제한돼 있다. 이에 따라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년 내에 금이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염명훈 키움증권 이사는 "금은 환율과 인플레이션 방어로 자산을 지켜야 하는 고액 자산가들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미국 주식이나 비트코인과 시세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포트폴리오 편입 매력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인상, 전쟁 위기로 국내외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주식 지표인 코스피는 작년 12월 2일 이후 지난 17일까지 6.8% 하락했으며, 미국 우량주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역시 4.3% 떨어졌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 불리면서 최근 화폐보다는 자산으로 인정받으며 금을 위협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위험자산인 미국 기술주들과 똑같이 떨어지면서 자산가들이 코인 편입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12월 2일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17일까지 무려 30%나 급락했다.
자산가들이 코인에 바라는 '변동성 축소'와 '위기 시 반등'이라는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분산 투자로서 금의 상대적 매력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금 투자에도 유의할 점이 많다.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하지만 막상 투자하려면 세금과 수수료가 많아 초기 마이너스 수익률을 감수하고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개인이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금 실물 거래,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을 통한 거래, 시중은행 금 통장, 금 신탁 상품, 금 펀드 등 다양하다. 실물 거래는 골드바를 사고파는 것을 말하며, 골드바가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에 부가가치세 10%를 내야 한다. 여기에 구입처에서도 수수료 명목으로 5%를 추가로 뗀다.
은행을 통해 투자하는 금 통장과 금 신탁은 소액 투자 목적으로 적합하나 1% 거래수수료와 매매차익에 15.4% 배당소득세가 붙는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최근에는 KRX 금시장을 통해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파는 방법을 많이 선택한다. 증권사에서 금 현물 계좌를 개설해 시장 가격에 따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1g 단위로 투자가 가능하고 장내 거래만 할 때는 수수료가 0.3%(증권사 온라인 수수료) 수준으로 저렴하다.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부가세가 모두 면제된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100g 이상이면 실물로 인출도 가능하지만, 실물을 보유할 때는 개당 2만원 수준의 인출 비용이 들고 부가세 10%도 내야 한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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