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난 15일 선거 유세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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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윤석열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 방식을 두고 백가쟁명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단일화 반대파는 안 후보의 완주 가능성이 높다면서 안 후보의 완주를 사실상 독려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단일화가 급하지 않고,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던지는 셈이다. 단일화 찬성파인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향해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면서 단일화 가능성을 높게 봤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단일화에 대한 입장 정리가 명확히 되지 않아 난상토론이 벌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쪽에서는 안 후보를 압박하고, 다른 쪽에서는 손을 내미는 방식의 ‘굿캅 배드캅’ 전략이란 해석도 있다.
이 대표는 18일에도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이 대표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공식적인 어떤 책임있는 사람이 단일화 관련한 협상을 진행한 적이 없다”면서 “(유세버스 사고로) 돌아가신 분의 유지를 받아서 국민의당에서 완주 의식을 밝힌 만큼 앞으로 단일화 논의보다는 한동안 국민의당에서 자체적으로 선거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노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안 후보에게 완주하라고 사실상 독려하는 셈이다. 단일화없이도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주말 사이 만나서 담판을 지을 가능성에 대해선 “정치에는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면서도 “저희가 기본적으로 지금 전략으로 삼고 있는 부분은 자강”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에게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후보 공천을 주고 단일화를 성사시킨다는 설에 대해선 “주술적인 의미로 그런 걸 바라는 분들이 하신 말씀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선을 그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안 후보의 완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 최고위원은 “안 후보께서 단일화 국면에서 우선권을 잡겠다는 의미로 그렇게 (단일화 제안을) 내세웠는데 지금 봐서는 뭐 그렇게 해서 단일화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상황도 되고 이런 것이 굉장히 어려운 국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안 후보께서 지금까지 보여준 여러 가지 정치적 결정, 고비고비마다 보여준 결정의 방향으로 보면 오히려 이제 장례를 치르고 나서 완주를 선언하고 독자적으로 갈 가능성도 굉장히 높다고 본다”면서 “어차피 이제 안 후보께서 지금 상당히 어려운 국면에 있기 때문에 그런 현실적인 선택을 조금 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결단, 즉 통 큰 양보를 촉구한 셈이다.
반면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단일화, 저는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정치는 기본적으로 국민들 마음에 화답을 해야 된다”면서 단일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후보를 향해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는 이 대표를 두고는 “이제 입을 다물고 있어야지 (된다)”면서 “자꾸 (안 후보를 공격하는)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안 후보만을 보면 안 된다”며 “안 후보를 지지하시는, 눈에는 딱 보이지 않지만 지지하시는 우리 국민들을 보셔야 된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윤 후보의 결단의 문제”라며 윤 후보 외에 인사들이 단일화 발언을 내놓는 데 대해서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다만 정 최고위원도 안 후보가 제안한 100%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에는 “시간이 너무 지났다”며 반대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단일화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윤 후보가 명쾌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말 동안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만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어렵다”며 “(여론조사 100%)방식은 아쉬움이 있다. 여기서 한 발도 나간 게 없다. (다음주) 월요일에 (중앙선관위 주관 TV) 토론을 보고 상황을 좀 보자”고 말했다. 윤 후보는 안 후보가 제안한 100%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우회적으로 비췄을 뿐 뚜렷한 답을 내놓진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저마다의 입장과 해석에 따라 각기 다른 의견이 표출되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이같은 반응이 ‘굿캅, 배드캅’ 전략이란 해석도 있다. 안 후보 측과 국민의당 내부에도 단일화를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 한쪽이 단일화는 필요 없다고 압박하면, 국민의당 단일화 지지 세력은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 또 단일화에 대한 유화 메시지는 이들의호응을 증폭시킬 수 있다. 양면적인 메시지로 국민의당 내부를 이리저리 흔들면 안 후보의 백기투항을 받아낼 수 있다는 전략이다.
박순봉·문광호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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