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유세에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광화문 촛불’을 재소환했다. 그는 “우리는 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단하는 비정상을 극복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촛불을 들었다”며 “3월 9일(대선)에 이 변화의 역사를, 국민들의 열망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을 겨냥해 “정치보복을 대놓고 말하는 그런 상황을 한 번이라도 겪어 봤나. 우리가 반드시 이겨내고, 극복하고자 했던 그 과거보다 훨씬 더 과거인 원시사회로 돌아가려 한다”고도 했다.
● “최순실도 주술은 안해”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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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을 꺼내들며 “최모 씨는 점은 좀 쳤는지 모르겠지만 주술은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윤 후보를 둘러싼 주술 논란을 꼬집은 것. 그러면서 “주술에 국정이 휘둘리면 되겠나. 나는 주술사가 가라는 길이 아니라 국민이 가라는 길을 가겠다”고 했다.
윤 후보를 향한 ‘무능’ 프레임도 부각했다. 이 후보는 오후 성동구 왕십리역사광장 유세에서 “면장도 (뭘) 알아야 한다는데 국정을 알지 못하면 나라가 얼마나 혼란스럽겠느냐”며 “무능함과 부족함은 박 전 대통령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최근 윤 후보의 유세 도중 노마스크 논란에 대해선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도 있다”며 “지도자의 자질과 품성에 관한 문제”라고 직격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을 담은 윤 후보의 검찰개혁 공약에도 날을 세웠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퇴직 경찰관 모임 대한민국재향경우회 간담회에서 “앞으로 더 필요한 건 검찰 내 수사·기소권의 분리인데 안타깝게도 (이에) 역행하려는 흐름이 있다”며 “다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통합되고, 심지어 선출권력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제4부’를 지향하는 일들이 현실이 되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했다.
이어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는 “경선 과정의 다툼으로 벌어진 지지자 동지들 간의 고소, 고발, 부디 그만 털어내달라”고 제안했다. 초박빙 판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지층 내 결집을 촉구한 것. 이 후보 측과 이낙연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측은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소했던 10여 건은 최근 모두 상호 취하했다.
● 李 “진보 진영 ‘부동산 금기’ 깨겠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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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서울 강남, 송파 지역을 순회한 이 후보는 이날 강북권을 동서로 횡단하며 서울 표심 잡기에 집중했다. 특히 재건축 수요가 높은 노원 지역에서 유세 일정을 시작하며 “두꺼비도 새 집이 필요하다는데 사람은 오죽하겠나.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겠다”고 공약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유예와 대출 규제 완화 방침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유세 도중 지지자들에게 “여러분 집값이 올라서, 세금이 확 오르니 화나죠”라고 물으며 “저도 화가 났다”고 공감대를 표했다. 그러면서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과도하게 오른 것들을 차츰차츰 조정해야 한다”며 포퓰리즘 비판을 의식한 듯 “여러분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그게 원래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선의 핵심 정책 이슈인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와의 확실한 차별화를 약속한 것.
최근 ‘유능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내세운 이 후보는 “보수는 일은 잘하는데 부패해서 문제고, 진보는 깨끗하지만 능력이 없다고 하는데 다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보의 금기를 깨겠다”며 “진보에 대한, 개혁정권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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