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세계일보 언론사 이미지

넷플릭스, 또 아카데미 최다 후보… ‘파워 오브 도그’ 작품상 거머쥘까

세계일보
원문보기

넷플릭스, 또 아카데미 최다 후보… ‘파워 오브 도그’ 작품상 거머쥘까

서울맑음 / -0.9 °
영화업계, 사용자 중심 ‘OTT’ 전환 가속

메이저 영화사들 제치고 3년 연속 기염
‘돈 룩 업’ 등 다양한 부문 27차례 거명
“가입자 늘리려 영화 투자 대폭 확대”

‘파워 오브 도그’ 12개 부문 최다 후보
서부 목장 배경의 로맨틱 심리스릴러
공포·경외 등 배우들 미묘한 감정 압권
다음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돌비 극장에서 예정된 제94회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들. 왼쪽부터 넷플릭스의 ‘파워 오브 도그’, 애플TV 플러스 ‘코다’. 넷플릭스 ‘돈 룩 업’, HBO 맥스 ‘듄’과 ‘킹 리처드’.

다음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돌비 극장에서 예정된 제94회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들. 왼쪽부터 넷플릭스의 ‘파워 오브 도그’, 애플TV 플러스 ‘코다’. 넷플릭스 ‘돈 룩 업’, HBO 맥스 ‘듄’과 ‘킹 리처드’.


생각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변하고 있다. 영화계는 이제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의 OTT 생태계로 편입하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는 모양새다. 권위만큼이나 보수적이던 미국 최고 영화상 아카데미가 올해 작품상 후보 10편 가운데 절반인 5편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로 채운 것이 그 방증이다.

다음달 27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제94회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명단에는 넷플릭스의 ‘파워 오브 도그’와 ‘돈 룩 업’, HBO 맥스의 ‘듄’과 ‘킹 리처드’, 애플TV 플러스의 ‘코다’가 이름을 올렸다. 이 영화들은 지난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선공개됐거나 온·오프라인 동시 개봉됐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지난 8일 오스카 후보명단을 발표했다. AP통신은 “어떤 스트리밍 업체도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적이 없지만, 올해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할리우드의 마지막 장벽 중 하나를 통과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전망했다.

◆넷플릭스, 3년 연속 아카데미상 최다 후보

넷플릭스는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들을 제치고 3년 연속 아카데미상 최다 후보에도 올랐다. 올해 넷플릭스는 ‘파워 오브 도그’와 ‘돈 룩 업’ 등으로 여러 부문에 걸쳐 27차례 후보로 거명됐다. 2020년에는 24차례, 지난해는 35차례였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넷플릭스가 가입자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영화 산업에 지속해서 돈을 쏟아부으면서 3년 연속 최다 후보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HBO 맥스는 ‘듄’과 ‘킹 리처드’ 등으로 16차례, 애플TV 플러스는 ‘코다’ 등으로 6차례 후보로 호명됐다.

특히 ‘파워 오브 도그’는 아카데미상 최다 후보에 오르며 가장 오스카 작품상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인 캠피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인 이 영화는 작품상, 감독상, 주요 연기상 등 12개 주요 부문에 등록됐다. 이번 영화로 뉴질랜드 출신의 캠피언 감독은 영화 ‘피아노’(1993)에 이어 오스카 감독상 후보에 두 차례 오른 최초의 여성이라는 기록을 썼다. 이 영화의 촬영 감독 아리 웨그너는 촬영상 후보에 오른 두 번째 여성이 됐다.

만약 ‘파워 오브 도그’가 다음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머쥔다면 넷플릭스 영화로는 최초 오스카라는 기록을 쓰게 된다. 할리우드 시상식 결과 예측 사이트 골드 더비에서 ‘파워 오브 도그’는 케네스 브래나 감독이 1960년대 북아일랜드 노동자 가정의 삶을 그린 ‘벨파스트’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제치고 작품상 부문 종합 평점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에 이어 올해 골든글로브에선 작품상 등 3관왕에 오르는 등 해외 평단에서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한편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작품, 감독, 각색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서부배경의 심리스릴러 ‘파워 오브 도그’

‘파워 오브 도그’는 1920년대 미국 서부 목장을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하면서도 로맨틱한 심리스릴러다. 미국 작가 토머스 새비지가 1967년에 내놓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25년 미국 몬태나주에서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는 필(베네딕트 컴버배치)은 뛰어난 카리스마로 카우보이들을 이끄는 마초적인 인물이다. 막대한 재력과 상대를 위압하는 태도로 다른 이들 위에 군림하는 데 익숙하다. 거친 카우보이들은 그에게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느끼며 그의 뒤를 따른다.

반면 그의 동생 조지(제시 플리먼스)는 덩치는 크지만, 여리고 다정한 남자다. 형과 함께 목장을 이끌어가는 리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종종 드러나는 유약한 모습은 형과 비교되고 카우보이들 사이에서 신망을 얻지 못한다. 필은 그런 조지를 늘 탐탁지 않게 생각하면서도 아끼고 있다.

어느 날 조지는 아들 피터(코디 스밋맥피)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과부 로즈(커스틴 던스트)의 안타까운 사정에 이끌려 결혼하게 되고 필은 분개한다. 자신과 함께 카우보이들을 이끌며 목장 운영을 해주길 바라던 동생이 여자에게 빠져버린 게 못마땅한 것이다. 필은 로즈를 ‘꽃뱀’이라고 부르고 경멸한다. 결혼 후 로즈와 조지는 목장에서 필과 함께 살게 되고, 로즈는 교묘하게 자신을 괄시하고 괴롭히는 필에게 시달린다.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한 로즈는 알코올중독에 빠진다. 아버지가 자살한 후 어머니만 바라보고 자란 피터의 마음속에는 필에 대한 냉혹한 분노가 쌓여가는데. 조지를 빼앗긴 필은 이제 로즈에게서 피터를 빼앗으려 한다. 사내아이답지 않게 꽃과 책을 좋아하는 피터를 조롱했던 필이지만, 그에게 승마를 가르쳐주고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다. 시간이 지나 필은 피터에게서 자신의 스승이자, 사랑했던 연인 헨리의 그림자를 쫓는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필은 점점 피터에게 빠져든다.

영화는 단정하게 흘러가지만, 서스펜스와 미스터리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주인공들의 미묘한 감정선은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로 관객들의 신경을 곤두세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전부가 아니다. 의외의 곳에서 인물들의 비밀이 드러나고 반전을 만드는 연출이 압권이다. 현악기를 중심으로 한 배경음악은 이 영화의 서늘한 서스펜스를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 음악들은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가 직접 만들고 연주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