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오르자 친환경차 인기 확대
반도체 부족에 공급 제한, 올해 2분기 후 개선될 것 기대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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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종사하는 정지용 씨(42·가명)는 최근 맺었던 휘발유 차량 구입 계약을 파기하고 현대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 하이브리드 출고 계약을 새로 맺었다. 차를 받기까지 8개월 넘게 기다려야 하지만, 기름값 상승 탓에 월 45만 원 수준이던 연료비 지출 부담이 지난해보다 15만 원 이상 늘자 친환경 차량이 이익이라고 본 것이다.
최근 기름값이 고공비행을 하면서 연료비가 적게 드는 친환경차를 향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탓에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량을 구입해도 1년 안팎을 기다려야 해 소비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1724.49원이다. 지난해 2월 월평균 가격인 리터당 1463.2원보다 약 17.9% 올랐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떨어지던 국내 기름값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로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다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름값이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자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를 결정할 때 연비를 중요 요소로 두고 따지고 있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과 상담을 해보니 이전보다 유지비를 따지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당초 예상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모델이 잘 팔리는 건 유가 강세 말고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인터넷 차량 동호회 등에서도 친환경 차량과 내연기관 차량을 놓고 고민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비만 따지면 무조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새 차를 빨리 받는 게 중요하다. 절약되는 연료비도 기대했던 것만큼 크지 않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의 출고 대기 기간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반도체 사용량이 통상적으로 많다. 반도체 공급난 탓에 이들 차량의 생산이 우선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세단 그렌저의 경우 가솔린 모델은 계약 후 8주면 신차를 받을 수 있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은 6개월 이상 걸린다. 싼타페 역시 가솔린 모델의 대기 기간은 3개월이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은 8개월 이상 소요된다. 전기차의 경우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 모두 계약 후 차량을 받기까지 12개월 이상 걸린다.
하지만 고유가 시대에 들어선 만큼 긴 대기 기간을 감수하더라도 고연비 차량을 구입하는 게 이익이라고 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계약한 이모 씨(40)는 “14개월이 지난 내년 3월에야 차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고민했지만, 연비와 세제 혜택 등을 따져보면 친환경차가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고유가로 소비자들의 친환경차 선호가 높아졌지만,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부족 탓에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1월 내수 판매량이 4만6205대로 지난해 12월보다 30.1% 감소했는데 하이브리드 차량은 같은 기간 52.3%, 전기차는 76.6% 떨어졌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올해 2분기(4~6월) 이후 반도체 부족 문제가 해소되면 차량 공급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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