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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우크라이나 위기로 나토 동유럽 전력 증강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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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 위협 빌미로 사실상 나토 동진 추진

폴란드·발트 3국 등 나토에 주둔 병력 증원 요청

연합뉴스

'우크라 사태' 속 폴란드 공항 착륙하는 미군 수송 헬기
(야시온카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군사 충돌 위기감 속에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폴란드 남동부 제슈프-야시온카 공항에 미군 소속 대형 수송 헬기인 CH-47F 치누크가 착륙하고 있다. [제3자 제공. 판매 금지]. 2022.2.16 sungok@yna.co.kr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 간 군사적 대치가 격화하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유럽 전력이 급속하게 보강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약 13만명의 병력을 배치한 데 대항해 미국과 나토도 러시아와 인접한 동부 유럽에 병력과 무기를 증강 배치하는 등 전력 강화에 돌입했다.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장장관 회의는 동유럽에 신규 나토 전투 병력 배치를 포함, 나토의 억지력과 방위력을 증강하기로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위협은 유럽에서 '뉴노멀'이 됐다면서 나토 동맹의 동부 지역 강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회원국의 국방장관들은 동유럽에 장기적으로 병력을 주둔시키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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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방위 강화 계획 밝히는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브뤼셀 AP=연합뉴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16일(현지시간) 나토 국방장관 회의가 열리고 있는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등 동유럽의 나토 동맹국에 신규 전투 병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2022.2.17 sungok@yna.co.kr



나토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신규 병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도 거론된다. 프랑스는 루마니아에 전투부대를 파견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과 폴란드에 이미 주둔한 5천명 규모의 병력을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최정예부대인 82공수사단의 병력 3천명을 추가로 폴란드에 파견하기로 했다. 지난 2일 배치된 82공수사단 병력 1천700명을 더하면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폴란드에 4천700명을 추가 배치한다.

또한 독일에 주둔 중이던 미군 1천명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마주 댄 루마니아로 전환 배치했다. 루마니아에는 기존에 미군 900명이 배치돼 있다.

영국은 폴란드에 수백명의 군인을 파견할 예정이다.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도 리투아니아에 추가 병력을 보내기로 했다.

나토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발트 3국과 폴란드 등 신규 회원국에 순환 배치 군사력을 꾸준히 증강해왔다.

러시아는 나토가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국가들을 추가로 동맹으로 받아들이면서 확장을 계속하는 것을 멈추고, 러시아 인근 국가들에 중·단거리 미사일 등의 공격 무기를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러시아는 이 같은 요구 사항이 담긴 안전보장안을 미국과 나토에 전달하고 협상을 계속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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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파견 병력 싣고 폴란드 공항 도착한 미군 수송기
(제슈프-야시온카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16일(현지시간) 폴란드 남동부 제슈프-야시온카 공항에 도착한 미군들이 C-17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2.2.17 sungok@yna.co.kr


그러나 서방 측은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를 일축하면서 우크라이나 위기를 빌미로 사실상 나토의 동진(東進)을 추진하고 있다.

서방 동맹이 이처럼 동유럽 전력 강화에 나선 것은 러시아가 군사훈련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접경 러시아 서부 지역뿐 아니라 벨라루스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한 것이 향후 유럽의 군사적 균형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유럽 정치인들은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군사력을 증강 배치한 것이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효과와 함께 사실상 벨라루스를 점령하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즈비그니에프 라우 폴란드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벨라루스 내 군사력 증강은 불행히도 좀 더 영속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라우 외무장관을 비롯한 유럽 정치인들은 러시아 병력이 일단 벨라루스에 배치된 이상 러시아가 철수할 가능성이 없으며 설혹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더라도 나토의 동쪽 측면에 새로운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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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서 나토군 합동군사훈련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쿠스티 살름 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은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 주둔할 경우 조기경보 시간을 단축하기 때문에 나토의 방위력 계산이 극적으로 달라진다"며 "벨라루스는 러시아에 작전상 큰 이득을 준다"고 말했다.

일부 유럽의회 의원은 최근 유럽연합(EU)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벨라루스 주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그리고 전체 유럽에 대한 위협이며 궁극적으로 벨라루스를 점령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인접한 폴란드와 발트 3국은 나토에 병력 증원을 요청했다.

라우 폴란드 외무장관은 최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에서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 잔류할 가능성이 있다며 폴란드에 더 많은 나토 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나토의 결속만 더욱 단단해지고 러시아 국경 부근, 특히 폴란드와 같은 나라에 나토 병력이 영구적으로 주둔할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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