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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각 아이스크림 가격…동네 납품까지 담합한 빙그레‧롯데‧해태

중앙일보 정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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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각 아이스크림 가격…동네 납품까지 담합한 빙그레‧롯데‧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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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간식인 아이스크림의 판매‧납품 가격을 담합한 제조업체들에 10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식품 담합으로는 역대 가장 큰 규모의 과징금 액수다. 담합이 3년 8개월 동안 이어진 데다 담합에 참여한 기업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85%에 달한 영향이다. 사실상 소비자들이 사 먹는 모든 아이스크림 가격이 담합으로 올랐다고 본 것이다.



전방위 담합…역대 최대 과징금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빙그레‧해태제과‧롯데푸드‧롯데지주‧롯데제과 5개 아이스크림 제조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1350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빙그레와 롯데푸드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5개 제조사는 2016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담합하면서 아이스크림의 독특한 유통구조를 이용했다. 거래처‧가격‧입찰 등 전방위적 담합이 이뤄졌다.

지난해 7월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시민이 아이스크림을 구매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7월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시민이 아이스크림을 구매하고 있다. 뉴스1


롯데 3개 사에 717억1900만원, 빙그레 388억3800만원, 해태제과 244억88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2015년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해 과징금을 부과하지 못한 라면 담합을 제외하면 식품 관련 사건 역대 최대 과징금이다.



대리점 통하는 소매점, 경쟁 제한



아이스크림은 대형마트‧편의점‧동네 슈퍼‧아이스크림 전문점 등에서 판매된다. 소매 판매처마다 유통 방식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판매처마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에도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네 슈퍼나 최근 늘어난 아이스크림 전문점의 경우 주로 대리점이나 영업소를 통해 아이스크림을 공급받는다.


아이스크림 유통 구조.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아이스크림 유통 구조.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예컨대 각 소매점은 1곳의 대리점과 공급계약을 맺고 그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받아 판매한다. 아이스크림 전용냉장고를 대리점에서 대여해주기 때문이다. 2016년 전까지 각 제조사 대리점은 소매점을 납품처로 유치하기 위해 납품가격을 낮추는 등 경쟁을 해왔다. 이 경쟁이 치열해지자 이를 막기 위해 제조사들은 서로의 영업권을 침해하지 말자고 합의한다.

실제 경쟁사의 납품 소매점을 침탈한 개수는 2016년 719개에서 2019년엔 29개로 줄었다. 동네슈퍼 입장에서는 대리점이 납품가격을 높여도 다른 곳으로 바꾸거나 항의하기 어려웠다. 결국 가격 부담은 소비자가 지게 된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은 가맹 형태로 본부가 대량으로 구매해 납품가격을 더 낮추긴 했지만 한계가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이 없었다면 아이스크림을 더 싸게 들여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1’ 막고, 가격 20%씩 올리고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대리점이 아닌 제조사로부터 아이스크림을 공급받는다. 대량 매입을 조건으로 할인과 ‘2+1’ 행사 등을 제조사가 지원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도 담합이 이뤄졌다. 제조사는 납품계약을 하면서 편의점의 마진율을 합의하는데 제조사끼리 마진율을 45% 이하로 낮추기로 하다. 편의점의 마진율이 낮아지면 납품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 편의점의 ‘2+1’ 같은 덤 증정 판촉 아이스크림 품목을 담합을 통해 3~5개로 축소했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1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아이스크림 판매 가격 담합으로 과징금 총 1350여억원을 부과한 사건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1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아이스크림 판매 가격 담합으로 과징금 총 1350여억원을 부과한 사건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접적인 가격 담합도 이뤄진다. 2019년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가격이 올라간 것도 담합의 영향이다. 5개 제조사는 월드콘, 구구콘, 부라보콘 등 콘류와 붕어싸만코와 같은 샌드류의 판매가격 인상을 합의해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올렸다.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경우 규모가 커 제조업체와의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데 제조사는 담합을 통해 자신들의 협상력을 올리려 했다.



현대차 입찰 담합까지



조사 과정에서 현대자동차의 아이스크림 구매 입찰에 담합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현대차는 임직원용 아이스크림 구매 목적 등으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차례 구매 입찰을 했는데 제조사끼리 순번을 합의해 높은 가격으로 낙찰이 이뤄지도록 한 혐의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면서 4차 입찰에서는 담합이 이뤄지지 않았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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