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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우크라 사태 푸틴의 무기는 ‘고유가’…바이든은 쩔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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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푸틴과 바이든 처지 상반

치솟는 휘발유값에 바이든 전전긍긍

푸틴은 주요 수입원 값 상승 덕봐

사우디 추가 증산 거부 ‘푸틴 편’


한겨레

15일 미국 선적 유조선이 수에즈운하를 지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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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직접 브리핑하면서 “주유 펌프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지닌 모든 수단과 권한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유가가 더 치솟을 테니 각오를 다지자는 뜻으로도 들리는 말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이어지면서 유가를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 정상의 이해관계 대비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쪽은 이번 사태 탓에 내려올 줄 모르는 유가에 애가 타고, 러시아 쪽은 주요 수출품 값이 올라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있다. 제이피모건 등 미국 투자은행들은 현재 배럴당 90달러대인 원유 값이 우크라이나 문제 등으로 공급이 더 빡빡해지면 120달러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1년 만에 40% 가까이 오른 휘발유 값 문제는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이다. 낮은 대통령 지지도 탓에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졸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가가 100달러대에 안착한다면 설상가상이다. 유가뿐 아니라 전반적 소비자 물가가 4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군사행동 저지에 우크라이나와 유럽 안보만이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 자신의 ‘정권 안보’도 걸린 셈이다. 미국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율이 높은 유럽에 위기에 대응하라며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늘렸지만 휘발유 값에 관해서라면 자기 발에 큰 불똥이 떨어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에는 전략 비축유 5천만배럴을 풀고, 한국과 일본 등도 비축유 방출에 동참시키면서 유가 안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겹치자 유가의 고삐는 더 풀렸다. 선거를 앞두고 초조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휘발유세라도 없애자고 요구하고 있다.

백악관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기대를 걸지만 반응은 계속 신통찮다. 젠 사키 대변인은 16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중동 담당자와 국무부 에너지 특사가 사우디에 갔다는 <시엔엔>(CNN) 보도를 확인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방문 이유들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은 원유를 하루 최대 1200만배럴까지 뽑아내 유가를 낮출 수 있는 사우디는 1000만배럴인 현 생산 수준을 조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동맹 사우디가 이 문제에서는 ‘오펙(OPEC·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로 묶인 ‘석유 동맹’ 러시아 편을 든다는 것이다.

반면 유가에 관해서라면 푸틴 대통령에게 지금 상황은 만족스럽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러시아 수출의 약 60%,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한다. 유가가 높으면 러시아의 경제와 국고는 풍성해진다. 그러나 높은 천연자원 의존도는 값이 곤두박질할 때는 치명적이다.

푸틴 대통령 집권 후 러시아 경제가 살아나고 군비 현대화를 이룬 데는 높은 에너지 가격 덕이 컸다. 1990년대에 소련 붕괴 뒤 러시아 경제도 함께 붕괴했을 때 유가는 배럴당 20달러까지 추락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때는 유가가 100달러 안팎을 기록할 정도로 운이 따랐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에 맞서는 힘을 키운 것이다. 유가를 띄우려는 동기가 우크라이나 위기를 부채질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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