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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보틀 투 보틀'로 줄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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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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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이제 플라스틱 순환경제로 가기 위한 첫발을 떼게 됐다. 식품용으로 사용된 페트병을 다시 식품용 페트병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그동안 실질적으로 금지됐는데, 작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환경부 제도 개선으로 안전 및 위생 기준을 준수하면 올해부터 사용이 가능하게 됐다. 페트병이 다시 페트병으로 순환하는 '보틀 투 보틀' 재활용의 길이 드디어 열린 것인데, 조속히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어 명실상부한 플라스틱 재활용 선진국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페트병 재활용률만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80% 이상이 재활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재활용 질적 수준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민망할 정도로 낮다. 보틀 투 보틀 재활용은 극히 일부분이고 그나마 페트병 대부분을 차지하는 음료병은 전무하다. 페트병 재생원료 중 약 80%가 섬유용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연합(EU)의 보틀 투 보틀 재활용률이 20~3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분리배출 참여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시스템 미비로 인해 그동안 소비자 실천의 성과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페트병을 섬유로 재활용해서 옷을 만들거나 솜으로 활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섬유는 재활용되지 않기 때문에 페트병이 섬유로 재활용된다면 한 번 재활용한 후 결국 쓰레기로 버려지는 경로를 밟게 된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완전한 재활용이 아니다. 쓰레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페트병이 다시 페트병으로 우선 재활용돼야 한다. 섬유 및 의류산업은 페트병 재생섬유에 기댈 것이 아니라 섬유를 다시 섬유로 재활용하는 시스템 구축에 우선 매진해야 한다.

보틀 투 보틀 재활용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전 세계적 추세다. EU는 2025년까지 음료 페트병 내 재생원료를 25% 사용해야 하고 2030년까지는 30%로 높여야 한다. 작년부터는 재생원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t당 약 100만원의 세금까지 부과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올해부터 음료 페트병 내 재생원료를 15% 사용해야 하고, 2030년까지 30%로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페트병 내 재생원료 의무사용 제도를 시행하고 역시 2030년까지 의무비율을 30%로 높일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규제 기준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재생원료를 사용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 앞으로 재생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페트병은 세계 시장에 판매하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다. 보틀 투 보틀 재활용은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사활을 걸고 달성해야 할 과제다.

우리나라는 보틀 투 보틀 재활용을 위해 올해부터 전면적으로 생수 및 음료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및 선별, 재활용 체계를 시행하고 있다. 위생 및 안전을 위해 생수·음료 페트병만 따로 모아서 재생원료로 가공하는 체계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득하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보완할 것은 빨리 보완해야 한다.

우선 분리배출 표시의 정비가 필요하다. 올해부터 바뀐 분리배출 표시는 투명 페트병만 페트병으로 표시하고 나머지 페트병은 플라스틱으로 크게 표시한 후 밑에 재질이 페트라고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투명 페트병과 나머지 페트병을 구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보틀 투 보틀 재활용을 위해 현재 따로 배출해야 하는 투명 페트병은 생수·음료병뿐이다. 샴푸나 세제, 화장품, 구강 세정제, 자동차 워셔액이나 부동액 등을 담은 병이나 기름이나 물엿처럼 세척이 어려운 식품을 담은 병은 투명하더라도 플라스틱으로 배출해야 한다. 그런데 플라스틱으로 배출해야 할 페트병도 투명하다는 이유로 투명 페트병으로 표시하고 있어 소비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투명 페트병 표시 대상은 생수·음료 페트병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투명 페트병 선별 인프라스트럭처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투명 페트병 전용 선별 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작년 말 기준으로 전용 시설을 갖춘 선별장은 일부에 불과하다. 환경부에서 독려하고 있지만 인프라 개선이 단기간에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준을 현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처럼 생수·음료 페트병만을 별도로 관리할 수 있는 보증금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페트병 보틀 투 보틀 재활용은 플라스틱 순환경제로 가는 첫걸음에 불과하다. 앞으로 페트병뿐만 아니라 모든 플라스틱이 반복적으로 순환될 수 있어야 한다. 섬유나 고무도 예외가 아니다. 생산단계 재질구조 개선과 분리배출 및 선별체계 개선, 재활용 기술 선진화 등 전반적인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의 불안감, 죄책감, 분노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플라스틱 사용량은 줄일 수 있을 만큼 줄이되 불가피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 플라스틱은 계속 순환시켜 석유 사용량과 쓰레기 처리량을 줄여야 한다. 플라스틱 순환경제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면서 동시에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올해 페트병 보틀 투 보틀 재활용을 정착시켜 플라스틱 순환경제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매일경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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