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청당동 천안동남경찰서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유세용 버스를 합동 감식하고 있다. 전날 오후 천안 시내 도로에 주차된 이 버스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버스 운전기사와 선거운동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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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둘째날인 16일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전날 선거운동을 돕던 지역 선대위원장 등 2명이 유세용 차량에서 사망하면서 당 전체가 뒤숭숭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제안했던 단일화 논의도 이날은 잠정 중단된 모습이다.
국민의당 선대위는 이날 “안 후보는 금일 오후 5시 고 A위원장의 빈소를 조문하고 머물며 조문객 분들을 맞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 안 후보의 일정은 별도로 공지하지 않았다. 이날 선대위의 첫 공지는 “고 A씨의 장례를 유가족 분들과 협의하여 국민의당 장(葬)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선대위는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을 장례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이외의 사항은 추후 추가 공지 드리겠다”고 했다.
안 후보의 공식 선거운동은 중단됐다. 안 후보는 이날 경제비전 공약 발표와 백범기념관 방문, 수도권 길거리 유세 등 굵직한 일정을 예정했으나 전부 취소했다. 안 후보는 선거운동 일정 대신 전날 밤 11시부터 사망자 2명의 빈소가 마련된 천안 단국대병원과 순천향대 천안병원 장례식장을 연이어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오후에도 고인 빈소에 머물렀다. 홍경희 국민의당 대변인은 “사망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는 총력을 다해야 돼서 다른 데 신경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먼저 제안한 윤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도 이날은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윤 후보는 이날 저녁 호남·강원 지역 일정을 마치고 오후 8시30분쯤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25분간 안 후보와 독대했다. 윤 후보는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함께 대선 경쟁을 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께 이런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 있었다”며 “인간적인 면에서 우리 안 후보님과 함께 얘기 나누고, 제가 힘은 못 되더라도 마음의 위로는 드렸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후보 단일화 논의를 두고 “혹시 여러분께서 추측하는 그런 얘기는 오늘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나누질 않았다”며 “안 후보 사모님도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상황이어서 사모님의 빠른 쾌유를 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조만간 안 후보와 만날지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오늘은 이 정도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후보가) 오늘은 인간적인 도의에서 조문가는 것이기 때문에 일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 쪽에서 몇 가지 대안을 만들어 제시해야 하는데 아직”이라며 “물리적으로 며칠 더 논의가 지연될 것 같다”고 했다.
안 후보는 최근 잇달아 악재를 마주했다. 그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배우자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소식을 전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솔직하게 사실 제 아내는 기저질환이 있다. 그런데도 제 선거 운동을 돕고 의료봉사를 하다가 이렇게 된 것 같다”며 “생각보다 증세가 좋지 않아서 병원으로 이송 중”이라고 말했다. 배우자의 확진 판정에 따라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받게 되면서 안 후보의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후보 등록은 대리인을 통해서 했고, 기자회견은 예정보다 2시간 정도 늦춰 유튜브를 통해 진행했다.
전날인 16일 오후 5시20분쯤 천안시 신부동 천안터미널 인근 도로에 정차해 있던 안 후보 유세 버스에서 국민의당 논산·계룡·금산 선대위원장인 60대 A씨와 50대 운전기사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한 당시 2명의 남성 모두 심정지 상태였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둘 다 숨졌다. 발견 당시 사망자들에게 특별한 외상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후보의 잇따른 악재가 야권 단일화의 변수가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안 후보도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천안으로 가서 사고를 수습하는 데 진력을 한다고 한다. 한참 레이스를 하다가 쇼트(트랙)를 하다가 한 번 미끄러지면 다시 참여하기가 힘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그게 (안 후보 대선 완주에) 변수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김미경 교수 확진을 두고 “대통령 선거에서 배우자가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이 굉장히 크다”면서 “안 후보와 김 교수 간 두 분의 관계는 굉장히 돈독하신 걸로 그렇게 알려져 있는데 뭐 그런 것도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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