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는 메타가 단기간 내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낸다. 더그 앤머스 JP모건 애널리스트는 투자 의견을 매수(Buy)에서 중립(Neutral)으로 내렸다. 앤머스 애널리스트가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한 것은 2012년 메타 기업공개(IPO) 이후 처음이다. BMO캐피털마켓츠, 룹캐피털 등도 투자 의견을 낮췄다.
메타(페이스북) 주가가 폭락했다. 지난해 4분기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낸 탓이다. 새 성장동력으로 삼은 메타버스 사업이 언제 결실을 낼지도 불확실하다. 사진은 마크 주커버그 메타 CEO. (메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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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4분기 순이익 8% 감소
▷올해 1분기 전망도 ‘흐림’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가장 큰 원인은 실적. 지난해 말 실적이 안 좋았는데 올해 1분기 역시 큰 폭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2021년 4분기 메타는 매출 336억7100만달러, 영업이익 125억8500만달러, 순이익 102억8500만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9% 증가하며 양호한 성과를 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조사한 월가 예상치(334억달러)보다 소폭 높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5%, 순이익은 8.3% 감소했다. 주당순이익(EPS)은 3.67달러. 월가에서는 3.84달러를 기대했다. 전년 동기 EPS인 3.88달러와 비교해도 낮다. 개인정보 보호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감소해 맞춤 광고 사업이 차질을 빚은 것이 실적 쇼크 원인으로 언급된다.
올해 1분기 전망 역시 암울하다. 메타가 예상하는 1분기 매출은 270억~290억달러다. 월가가 예상했던 금액은 301억5000만달러다.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과 전망치 탓에 메타 주가는 실적 발표 하루 뒤인 2월 3일 전일 대비 26.4%나 빠졌다. 미국 증시 역사상 단일 종목 하루 하락폭 최대치다. 마크 주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순자산도 줄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2월 10일 기준 주커버그 순자산은 876억달러로 올 들어 379억달러 감소했다.
▶2. 불확실한 메타버스 신사업
▷리얼리티랩스 순손실 증가 예상
메타는 메타버스(현실과 연결되는 가상세계)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지난해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사명을 바꾸기까지 하면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언제쯤 메타버스 사업이 궤도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메타버스 사업을 이끄는 사업부인 리얼리티랩스는 지난해 순손실 102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도 순손실 66억달러의 약 1.5배다. 단기간 내 흑자전환은 어려워 보인다. 2월 초 실적 발표에서 데이브 웨너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2년에도 리얼리티랩스 영업손실이 의미 있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디지털 컨설팅 기업 퍼블리시스사피엔트 소속 애널리스트 라즈 샤는 “메타가 추진하는 메타버스 사업을 현실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수익을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3. 내부 문건 폭로로 드러난 민낯
▷ESG 역행하는 기업 문화
메타 기업 문화도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 전(前) 메타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프랜시스 하우건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내부 고발을 하고 내부 문건을 제공하며 논란에 불이 붙었다. 하우건은 메타가 자체 연구를 통해 자사 알고리즘이 사회적 갈등을 조장한다는 점을 확인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스타그램이 10대 여성 이용자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인지했지만 방치했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하우건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영국 의회에 참석해 메타를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메타의 문제점을 알리는 데 적극 나섰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CNN 등 미국 17개 언론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메타 내 문제를 보도하며 힘을 실어줬다.
주커버그 CEO는 “우리는 안전, 정신 건강과 같은 문제에 깊이 신경을 쓴다. 특히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을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이롭게 사용하는 것이 내게 매우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메타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ESG가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은 시대인 만큼 이번 폭로가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4. 바뀐 소셜미디어 트렌드
▷MZ세대는 텍스트·사진 안 본다
소셜미디어 트렌드가 메타에 불리한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분석도 일리 있다. 메타 주요 서비스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주축으로 구성됐다. 동영상 공유 기능을 보유하기는 했지만 유튜브나 틱톡처럼 동영상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소셜미디어 주요 사용층인 10~30대 사이에서 동영상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텍스트, 이미지 기반 서비스는 갈수록 입지가 좁아진다. 메타 역시 이번 실적 발표에서 “틱톡이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큰 경쟁자”라고 인정했다.
지난해 4분기 페이스북 일일 이용자 수(DAU)는 19억2900만명을 기록했다. 2020년 4분기와 비교하면 4.6% 증가했지만 직전 분기인 2021년 3분기에 비해서는 100만명 감소했다. 설립 이후 처음으로 이용자가 줄었다. 이용자 감소는 영향력 약화, 매출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트렌드를 주도하는 10대 후반~20대 초반 이용자가 줄어든다는 점이 뼈아프다. 지난해 유출된 페이스북 내부 문건에 따르면 2012년부터 18~24세 페이스북 이용자는 꾸준히 줄고 있다.
▶5. 금리 인상에 빅테크 규제까지
▷올해 금리 최소 4번 올릴 듯
증시를 둘러싼 환경 또한 메타에 우호적이지 않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돈을 풀었던 미국은 돈줄 죄기에 들어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부터 올해 최소 4번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금리 인상은 빅테크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빅테크주 주가는 미래 기업가치 성장 가능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금리가 오르면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기업의 미래 가치가 작아진다.
주요 국가에서 빅테크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도 악재다.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는 1월 ‘미국 혁신·선택 온라인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이 자사 상품, 서비스를 경쟁사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먼저 소비자에게 노출되도록 플랫폼을 설계하는 것을 막는 법안이다.
2월에는 ‘오픈 앱 마켓 법안’이 상원 법사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구글,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앱 배포 조건으로 자사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강제하는 ‘인앱 결제’를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시장법’과 ‘디지털 서비스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디지털 시장법은 거대 IT 기업의 불공정 관행을 금지하고 인수·합병 계획을 EU에 알리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담았다. 디지털 서비스법은 IT 기업의 플랫폼 악용이나 불법 콘텐츠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쪽에서는 낙관론
▷메타버스, 길게 보면 된다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지만 낙관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용자가 소폭 감소했지만 페이스북은 여전히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다.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역시 수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다. 메타버스 사업은 단기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잠재력이 크다. 최근 주가가 하락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도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크리스토퍼 로스바크 제이스턴앤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주가가 추가로 하락한다면 장기 투자자에게는 매수 기회다.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돌았지만 여전히 매출과 수익성이 탄탄하다. 메타버스 대규모 투자는 새로운 시장에서 리더가 되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보여준다. 이 투자가 미래에는 큰 보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6호 (2022.02.16~2022.02.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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