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생가 찾아 TK 민심에 호소…"뜻 이어받아 제2의 과학기술 입국"
TK 유권자들 "도덕성 1위 安 지지" vs "尹으로 단일화하고 다음에 대통령"
지난 13일 후보 등록과 동시에 '단일화 제안'의 승부수를 던진 안 후보는 이날 하루에만 대구, 구미, 김천, 안동, 영주까지 TK(대구·경북) 5개 도시를 빡빡하게 돌았다.
유세마다 "바르고 깨끗한 과학경제강국을 만들겠다"며 '기호 4번'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침은 혼자서 숙소에서 간단히, 점심은 이동하는 차량에서 김밥 한 줄로 때우며 분초를 아꼈다.
대구서 안철수 첫 유세 |
안 후보는 이날 오전 8시 30분에 대구의 번화가인 반월당역 현대백화점 근처에서 출근길 시민을 대상으로 유세를 시작했다.
지역 방문 일정에 거의 동행했던 부인 김미경 교수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라, 흰 패딩과 주황색 목도리를 커플룩으로 맞춰 입고 '부부 유세'를 펼쳤던 평소와 달리 혼자 유세차에 올랐다.
안 후보는 연단에 올라 "지금 대한민국은 백척간두 낭떠러지에 서 있다. 5년이 지나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며 "간절한 마음으로 나라를 살리러 나왔다. 제 간절함, 진심, 능력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 "거대 양당 두 후보와 그 가족, 과연 도덕적으로 깨끗합니까! 공정한 나라 만들 수 있겠습니까!"라고 '깨끗한 후보'임을 부각했다.
유세차 앞에는 시민 10여 명 정도가 멈춰서서 안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거나, 멀리서 유세하는 사진을 찍고 자리를 떴다.
안철수, 박정희 구미 생가 방문 |
안 후보는 이어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박정희 향수'가 강한 TK 민심을 파고들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그는 생가로 걸어 들어가는 길에 걸린 사진들을 살펴보다 '한국과학기술원 설립'이라는 제목의 사진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영전에 헌화하고 참배한 뒤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과학기술이고, 한강의 기적, 4차 산업혁명의 뜻을 이어서 제가 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생가에 놓인 방명록에는 "박정희 대통령님의 뜻을 이어받아 제2의 과학기술 입국을,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안철수, 박정희 구미 생가 방문 |
안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 후보의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발언 논란을 겨냥, "어떤 분들은 '대통령이 모든 걸 알 필요가 없고 다른 사람 머리를 빌리면 되지 않냐'고 한다. 그건 20세기 땐 가능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어떤 머리를 골라서 쓸 것인가 하는 머리를 대통령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에 대해 잘 모르는 '내수용 법률가'는 이런 일을 할 수 없다"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윤 후보 등 법조인 출신인 양강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안 후보는 구미역 앞 유세에선 미래 먹거리, 미래 일자리를 만들 후보는 자신뿐이라며 "우리나라는 9회 말 투아웃 상황에서 홈런 칠 4번 타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 홈런 4번 타자가 저 기호 4번 안철수다"라고 외쳤다.
사회자는 마이크를 잡고 "음주 운전자가 대통령 하려 하고, 초보 운전자도 대통령 된다고 한다. 안철수 후보는 이승만 대통령에 비견해도 모자라지 않다"며 "안철수!" 연호를 유도했다.
한 지지자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안 후보가 병원 의료봉사를 자청해 파란색 의사 가운을 입고 땀 흘린 사진이 프린트된 주황색 맨투맨 후드티를 입고 유세 현장을 찾기도 했다.
구미역 중앙시장 찾은 안철수 후보 |
안 후보가 낮 12시 45분께 경북 김천의 황금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는 자리에서는 "안철수를 지지한다", "이번에는 윤석열로 단일화하자"는 목소리가 엇갈린 채로 터져 나왔다.
안 후보는 상인과 시민들에게 "저희 집안 뿌리가 영주다. 열심히 하겠다"며 부지런히 인사를 건넸다. 대부분이 안 후보에게 악수를 청하거나 '셀카'와 사인을 요청했다.
한 40대 여성은 "저는 애가 둘 있는데 초등학교 전일제를 말하고 계셔서 지지한다. 저희 애들이 사는 우리나라에서 도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후보님이 도덕성은 1등이다.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달라"며 안 후보를 응원했다.
국화빵을 파는 노점 상인이 "빵 하나 드셔보시지요"라고 권하고, 시민들이 "잘생겼네예~ TV보다 잘 생겼다"라고 칭찬을 했다.
다만, 한 칼국숫집 사장은 안 후보가 지나가자 주변 상인들과 대화하며 솔직한 속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기자에게 "진정성이 있으면 나중에는 되겠지. 여기는 국민의힘이 워낙 세서…"라고 씁쓸하게 웃으며 "단일화하고 다음에 대통령 합시다! 다음 대통령은 진짜로 안철수로 밀겠습니다"라고 했다.
남자 2명이 '야권 통합, 경북 김천'이라는 팻말을 들고 안 후보에게 다가오자 당직자들이 "그만하라"고 말리는 일도 있었다.
안 후보는 이어진 김천역 유세에서 "대통령은 당을 보지 말고 사람을 보고 뽑으시라. 세력이 있는 사람, 세력이 있는 당을 뽑으면 국민을 먹여 살리는 게 아니라 세력을 먹여 살린다. 거기에 속지 말라"며 국민의힘과 윤 후보를 직격했다.
안동신시장에서 시민인사하는 안철수 후보 |
이 후보의 고향 안동으로 무대를 옮긴 안 후보가 가장 먼저 찾은 안동 중앙신시장에서는 '야권 단일화'를 제안한 안 후보를 격려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시장 입구에서 만난 70대 여성 상인은 "힘내세요, 대통령 되려면 힘내야 하는데"라며 "잘생겼네, 미남이다"라고 덕담했고, 옆을 지나치던 이들도 "응원합니다", "꼭 정권교체 해주세요"라고 말을 건넸다.
"철수 화이팅"을 외치고 지나가거나, "감방(감옥)에 갈 사람 안 되니까 잘하세요", "공약 중에 경제 강국 만든다는 거 잘 보고 있다. 좋은 공약", "매번 찍어드리니까 이번엔 될 겁니다"라고 말하거나, 옆에 다가와 안 후보를 껴안는 상인도 있었다.
길 가던 할아버지는 "이번에는 끝까지 갑시다"라고 했고, 야채 가게 상인은 "너무 깨끗하신데 왜 자꾸 안되세요"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코로나19에 확진돼 병원에 입원 중인 김 교수의 안부를 묻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안 후보는 "병원에 입원했는데 좋아질 겁니다. 감사합니다"라며 "의사 동료들이 많이 돌봐주고 있어서…. 매일 아침마다 전화하고 있다"고 했다.
안 후보는 시장을 돌면서 "저희 집안 어르신들이 영주에 계신다"고 연고를 강조하는 한편, "제가 의사 출신이니까 코로나19도 제일 빨리 물리치고, 장사를 해본 사람이니까 소상공인도 장사 잘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시장 앞 유세에서 "정권교체만큼 중요한 것이 정권교체 후에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정권교체하고 나서 또 옛날처럼 제대로 잘 못 하면 금방 망가진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ze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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