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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신변보호’ 비웃는 스토킹 살인…“위치추적으로 가해자 사전에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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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치 신고 3분만에 경찰 도착…이미 범행

범행 전 가해자 구속 두고 경찰·검찰 판단 갈려

“가해자 일정거리 접근시 경보시스템 등 마련해야”


한겨레

15일 조아무개(56)씨가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를 받던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른 서울 구로구 한 술집 앞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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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가해 남성의 흉기에 숨지는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신변보호 여성이나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거듭될 때마다 관련 대책이 강화·개편돼 왔다.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스마트워치 작동 등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가해자 접근을 막지 못했다. 위치추적 등 가해자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아무개(56)씨는 지난 14일 밤 10시12분께 김아무개(46)씨가 운영하는 서울 구로구 술집에 들어가 김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동석하고 있던 남성 이아무개(56)씨도 흉기에 찔렸다. 김씨는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범행 직후 도망친 조씨는 15일 오전 10시52분께 구로구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조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김씨는 범행 당시 경찰에서 받은 스마트워치를 눌러 신고했다. 동석자 이씨도 지인을 통해 따로 신고를 했다. 경찰은 신고 3분만인 밤 10시15분 현장에 도착했다. <한겨레>가 범행 현장 근처 시시티브이(CCTV)를 확인해 보니, 경찰은 김씨 가게 앞에 경찰차를 세운 뒤 주변 거리를 탐문하다 3분여가 지나 김씨 가게로 들어갔다. 경찰은 가게에서 60m 가량 떨어진 이씨 지인이 신고한 주소지로 먼저 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숨지기 사흘 전인 지난 11일 오전 양천경찰서에 자신을 폭행하고 술집에서 행패를 부렸던 조씨를 폭행 및 특수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이날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로 등록하고 스마트워치도 지급받았다. 고소 사실을 알게 된 조씨는 그날 오후 5시께 다시 김씨가 운영하는 술집을 찾아 행패를 부렸고, 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구로경찰서는 스토킹과 강간 등 조씨의 여죄를 조사한 뒤 12일 새벽 4시께 유치장에 입감했다. 업무방해와 스토킹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기각했다. 서울남부지검은 김씨가 숨진 뒤 “일부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취지에서 기각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풀려난 조씨에게 피해자 및 주거지로부터 100m 접근금지 등 스토킹처벌법의 긴급응급조치 1·2호 조처를 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 재청구를 위한 보강수사를 하고 있었는데 사건이 발생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찰, 검찰, 법원의 서로 다른 판단 및 현장 대응 실패가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가해자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좀 더 과감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가해자 지피에스(GPS) 추적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검토 자료를 냈다. 자료를 보면, 미국 일부 주에서는 접근금지명령과 함께 가해자 위치추적명령을 동시에 결정한다고 한다. 입법조사처는 “지피에스 추적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일정거리에 도달할 경우 실시간으로 경찰과 피해자에게 알리면 참극을 예방할 가능성이 높다. 가해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기록하는 방식이 아니라 접근금지구역 진입시 알려주는 방식이라 기본권도 침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자료에서 “최근 발생한 스토킹 관련 살인사건 등에서 가해자에게 내려진 법원의 접근금지명령은 피해자 보호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접근금지명령이나 스마트워치 보급으로만 피해자 안전을 약속할 것이 아니라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제재하는 방식의 정책 방향 선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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